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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문화 이모저모

해주 어느 절 불복장佛腹藏을 연 사람은 율곡 이이?

by taeshik.kim 2023. 4.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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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우야담於于野談》 권 제3, 복서卜筮 편에 보이는 일화다.

해주에 있는 산사山寺에 향나무로 만든 부처가 있었는데 중국에서 와 몇백 년이 되었(209쪽)는지 몰랐다. 만력萬曆 때에 이르러 객이 있다가 말하였다. “내가 듣기에 부처의 뱃속에 금과 은 여러 보석이 많다고 하니, 꺼내서 봅시다” 뱃속에 물건은 하나도 없고 단지 두충杜冲(나무이름) 잎에 금빛 글씨로 다음과 같이 써 있었다.

“이이李珥는 자가 숙헌叔獻이고 호는 율곡栗谷이고 불교명은 의암義庵이다.”

율곡 상국 숙헌 어른은 젊었을 적에 산에 들어가 의암이라 號하였고 파주에서부터 석담石談이란 곳으로 가서 옮겨산 사람이다. 그해에 이이가 죽으니 오산五山 차천로車天輅가 이것으로써 전기를 썼다.

(현혜경·김충실·신선희 역주, 이충구 감수, 《어우야담2》, 전통문화연구회, 2003, 210쪽)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고려 후기 혹은 조선 전기 불복장.

 
 
***
 
이런 이야기가 용납하는 까닭은 그것을 수록한 책이 야담野談인 까닭이다. 야담이란 실록實錄에 견주는 말로써, 팩트를 지향하는 실록에 견주어, 저와 같이 비교적 자유로운 이야기를 수록할 여지를 뚫어준 도구가 야담이다. 

유몽인이 채록한 저 야담을 실록으로 치환하면, 어느 절인지 이름은 밝히지 아니했지만, 해주 지역 산간 사찰에 봉안 중인 중국산 수백년 된 향나무 불상 불복장을 몽땅 털어내고는 그 안에다가 두충杜冲 나무 이파리에다가 금빛 글씨로 나 율곡이다고 쓴 글을 써서 넣은 사람은 율곡이다. 

나아가 저 야담을 통해 불복장佛腹藏은 금은보화로 가득하다는 인식이 널리 공유되었음을 본다. 하긴 저 시대 불상을 주조 혹은 제작하는 일이 여러 제약이 있었지만, 여전히 저와 같은 방식, 곧 복장을 하는 전통은 여전했으니 그런 인식이 새삼스럽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런 불복장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 저 시대에도 그랬으니 못내 궁금하고, 그래서 가끔씩 그것을 개복開腹하기도 한 모양이다. 

두충은 어떤 식물인지 내가 생소하다. 다만, 그 증언으로 볼 적에 그 껍질(아마도 벗겨낸 그것의 안쪽을 활용하지 않았을까 한다)을 종이처럼 사용하기도 한 모양이라, 저와 같은 구실을 하는 대표적인 표기 식물로 저 이집트에서는 파피루스가 있고, 이쪽에서는 자작나무가 있으며, 불교 본고장이랄 수 있는 인도권과 동남아에서는 패라수가 있으니, 이 패라수에 적은 불교경전을 패엽경貝葉經이라 한다. 

***

두충에 대해 연창호 선생이 아래와 같은 정보를 주셨다.

두충나무 잎은 매우 부드러우면서도 강인해요. 잎을 쪼개도 끈적하게 끈끈한 막이 있어요. 두충차 끓이면 검은물이 우러나지요. 나무든 줄기든 뿌리든 잎 모두 한약재이지요. 잎을 오래보관 할 수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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