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역사문화 이모저모

훔친 불상, 종놈은 부처님 녹여 기물을 만들고 주인은 눈감아 주는 대가로 귀중품 복장을 받다

by taeshik.kim 2023. 4. 2.
반응형

태종실록 18권, 태종 9년 10월 18일 丙辰 3번째기사 1409년 명 영락(永樂) 7년 종[奴]이 도적질한 물품을 받은 검교 전서 이천룡을 과죄하다

형조刑曹에서 검교전서檢校典書 이천룡李天龍의 죄를 청하였다.

"천룡天龍의 종[奴]이 동불銅佛을 도둑질하여 기명器皿을 만들었는데, 천룡이 이를 알고도 부처 배속에 들어있는 채단綵段과 진주眞珠를 받았으니, 청컨대, 율律에 의하여 과단科斷하소서."

하니, 그대로 따랐다.

【태백산사고본】 7책 18권 36장 B면【국편영인본】 1책 514면
【분류】
사법-치안(治安) / 사법-탄핵(彈劾)

○ 刑曹請檢校典書李天龍罪: "天龍家奴盜銅佛鑄器皿, 天龍知之, 受其腹藏綵段眞珠, 請依律科斷。" 從之。

【태백산사고본】 7책 18권 36장 B면【국편영인본】 1책 514면
【분류】
사법-치안(治安) / 사법-탄핵(彈劾)

 
***

 

서산 부석사에서 만들었다는 복장이 확인된 대마도 불상. 이 불상은 무게 38.6㎏이라 건장한 성인 남성이면 휴대가 가능하다. 그래서 저런 소형 불상이 집중 약탈대상이 된다. 문제는 저 불상에서 복장이 확인됐다는 것. 복장이 그대로 있었다는 것은 그것이 피도난품이 아니라는 유력한 증거 중 하나가 된다.

 
앞선 글에서 나는 불상은 훔치는 일이 없거나 거의 없다 한 듯한데, 그것을 배반하는 증언이다. 내가 성급했다.

불상이나 동종 같은 각종 구리 기물이 사라진 원인 중 하나가 실은 저와 같은 재활용의 용이성 때문이었다.

구리는 녹는 점이 1,538 °C에 이르는 철에 견주어 녹는점이 1,085 °C라, 아궁이에서도 장작불 세께 오래 때면 녹인다. 낙산사 화재에 동종이 녹아내린 일이 구리의 성질을 잘 증언한다. 

검교전서檢校典書란 명칭으로 보아 서적을 교정하는 일을 담당한 관직이다. 그 자리에 있던 이천룡李天龍이라는 사람이 집안에서 부리는 종[家奴]이 어느 절에서 훔쳤는지는 모르지만, 금동불을 훔쳐다가 그걸 녹여서 그릇과 같은 다른 기물을 만들었다가 들킨 모양이라, 그 처리를 저리했다는 것이다. 

한데 어째 이 사건은 축소 조작 냄새가 난다. 저 일을 저지른 종을 가노家奴라 했으니, 그런 가노가 생활하는 공간이 그 집안이라는 뜻일 텐데, 저 말을 액면 그대로 취신한다면 그가 혹 외거外居노비 아닌가 한다.

주인집과는 따로 떨어진 공간에서 사는 그 집안 노비가 자기 집에서 쓸 요량이었는지, 아니면 그걸 팔아서 이익을 챙겼는지 모르겠지만, 그리했다는 것인데, 주인인 검교전서는 그 일을 알았다. 

나는 저 도난 사건 자체가 검교전서 기획 혹은 묵인하에 일어난 일이 아닌가 한다. 그래서 저 사건을 축소왜곡하려 하지 않았나 한다. 그가 묵인하는 대가로 받은 물품이 바로 그 불상 복장이었다고 하니 말이다. 

이 사례로 보면 불상 약탈은 첫째 다른 기물 제조를 겨냥한 불상 자체, 둘째 그 복장에 든 귀중품 두 가지를 노린다는 사실을 채감한다.

저 복장에는 각종 채색이 된 비단인 채단綵段과 진주眞珠가 있었다고 한다.

복장은 부처 혹은 보살을 위한 공양품인 까닭에 최고 가격이 나가는 물품을 쓰게 마련이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