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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문화 이모저모

조선 세조 연간의 불상 복장腹藏 도난 사건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3. 4.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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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조 6년 경진(1460) 12월 25일(정유)

도적이 대자암大慈庵의 두 불상佛像의 복장腹藏을 훔쳤으므로, 명하여 도성문都城門을 닫고 수색하여 잡게 하였다.


【원전】 7 집 440 면
【분류】 사법-치안(治安) / 사상-불교(佛敎)
[주-D001] 복장(腹藏) : 
불상(佛像)을 만들 때에 가슴이나 배 속에 넣어 둔 금ㆍ은ㆍ칠보(七寶) 따위의 물건.
ⓒ 세종대왕기념사업회 | 이식 (역) | 1978

○丁酉/有盜竊大慈庵二佛像腹藏, 命閉都城門搜捕。

【태백산사고본】 8책 22권 35장 B면【국편영인본】 7책 440면
【분류】
사법-치안治安 / 사상-불교佛敎

 

해인사 대적광전 목조 비로자나불 좌상 복장유물 후령통

 

***

 

이 사안은 불상 도난에서 집중적인 강탈 대상이 되는 데가 그 복장腹藏임을 새삼 확인한다. 불상 자체가 도난품이 되는 일은 우리 생각보다 훨씬 적거나 없다. 물론 불상도 불상 나름이겠지만, 또 그런 불상이 순수 금이라면 또 달라지겠지만 불상 전체를 순금으로 만드는 일은 없다. 

왜? 그 자체가 도난을 부르는 일인 까닭이다. 대부분은 청동으로 만들고 금칠을 했음을 뿐이니 이를 도금塗金이라 한다. 도금은 벗겨내 봐야 돈이 되지 않는다. 물론 청동 역시 고가이기는 하지만, 녹여서 다시 주물해야 하는 고통이 이만저만 아니다. 

휴대용 불상은 선물도 하고 주고받기도 하지만, 웬간한 무게가 나가는 청동불상을 훔쳐내는 일은 근대 이후에 벌어진 일이라고 보면 대과가 없다. 

돈이 되는 데는 따로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복장이다. 복장이란 글자 그대로 불상 배쪽에다가 공양품으로 안치하는 일을 말하며, 그런 물품을 복장이라 부르기도 하고, 물건에 초점을 맞추면 현재는 복장물 혹은 복장품 정도로 부른다. 이 공양품은 금은과 보물이 많다. 물론 그 불상을 조성한 내력을 적은 조상기도 빠지지 않는다. 

 

해인사 원당암 목조아미타여래삼존상 복장 전적

 

 

대마도 불상 도난 강탈 사건에 촉발해서 불상 도난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다. 왜구가 약탈했다는 주장인데 그것을 뒷받침하는 증거는 현재까지 단 한 군데도 없다. 물론 앞으로 발견될 가능성이 없지는 않지만, 철저한 증거주의에 따라야 한다. 

근대 이전 불상은 그 자체가 도난 대상품이 되는 일이 극히 드물었다. 특히 대마도 불상의 경우 복장이 있다는 점에서 그것이 피도난품임을 반증하는 증거다. 왜? 불상 도난은 그 대상이 복장인데 그 복장이 발견됐다? 것도 대마도에서? 그것이 도난품이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저 사건으로 돌아가 보면 저런 복장 도난 사건은 당시엔 시대 분위기에 따라 죄가 되지 않는 일이 많았다고 기억한다. 심지어 조광조 일파에 의함 사상 정품이 일어날 당시에는 유생들이 멀쩡한 사찰을 불질러 버려도 처벌받지 아니하는 일이 많았으니 말이다. 

다만 저 시대가 되는 배경이 세조 시대라는 점을 고려할 때, 그 세조가 격렬한 불교옹호론자로 각종 국가 불사를 일으켰다는 점을 고려하면, 저 복장 도난 사건이 왜 범죄가 되는지를 비로소 이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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