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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해직 시절 백수 생활의 일례

by taeshik.kim 2023. 4.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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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해직 기자 상태이며, 모 대학에서는 어쩌다 강의 하나 맡게 되어 하는 중이지만 명함에 해직 기자, 혹은 모 대학 강사라고 파고 다닐 수는 없다. 후자를 계속할 자신도 계획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최근 출범한 모 문화재연구원에 등기 이사로 올린 일을 빌미로 삼았거니와, 그렇다고 그 연구원 이사라는 타이틀을 내세울 수는 없고, 그 연구위원이라는 이상한 명함 하나 파서 다닌다.

간단히 말한다. 나는 백수다.

 

당시 김유신 태실을 찾아 진천 태실산 정상에 오르는 길목에서



바쁜 백수인 듯하지만, 실은 그렇게 보일 뿐이요, 정확히는 지금 이 생활을 즐길 뿐이다.

내가 밤샘을 하건, 언제 일어나건 내 자유이니 이 얼마나 좋을손가?

무엇보다 신문을 봐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난 일이 그리도 좋을 수가 없다.

그러는 와중에 가끔 발표 강연 같은 기회가 있어, 그걸 준비하느라 요란을 떨 뿐이다.

내가 어제 진천에 간 일도 실은 이런 백수의 '일' 때문이었다.

이런저런 연이 고리가 되어 진천에서 태어난 김유신을 주제로 하는 문화사업을 어느 기관에서 하는 모양인데, 그쪽에서 날더러 그에 맞춘 지역문화재 활용 발표를 해달라는 부탁을 했다.

 

태실산 정상. 화살표 한 지점이 김유신 태실이 있는 데다.



김유신이야 내가 석달 보름 동안이라도 법석을 펼 자신이 있지만, 그 태생지인 진천은 내가 제대로 살핀 적이 없다.

명색이 지역문화재 활용인데, 더구나 저쪽에서 나를 부른 이유는 나름대로는 이 분야 전문가라는 판단에서 비롯할진대 지역 한 번 돌아보지 않고 강연 혹은 발표랍시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짬을 내어 1박2일 일정을 짜서 진천을 실로 요란스럽게 돌아봤다.

이런 요란이 실은 나는 나에게 발표를 의뢰한 기관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한다. 이런 요란을 통해 단 한 사람이라도 진천을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나는 그것으로써 내가 할 일을 다 했다고 생각한다.

빠진 구멍이 숭숭하지만, 그런대로 가야 할 곳은 대략이나마 훑었으며, 그에서 보고 느끼는 바도 없지 않다.

내가 현역인 시절엔 이런 일이 취미 혹은 여가를 겸했지만, 지금은 어쩌면 나로서는 이런 일이 주업일 수도 있다.

남들 보기엔 백수가 무슨 돈으로 저리 싸질러 다니냐 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즐기면서 노세노세하려 한다.

이게 그런 대로 묘미는 있어, 이렇게 축적한 경험이 나중에는 언젠가는 꼭 다른 데서도 써먹을 일이 생기더라.

일타쌍피를 초월하는 일타다피의 지혜를 배워가는 중이다.

(2016. 4. 16)


***

저에서 말한 모 문화재조사기관은 국토문화재연구원이다. 그 등기 이사 생활은 복직과 더불어 끝났다.

강사 생활은 선문대를 말하는데 한 학기로 땡쳤다.

해직이 참말로 묘해서 그것이 주는 묘미도 많다. 무엇보다 어디에 소속되지 아니하는 자유인이라는 해방이 참 좋아서 막상 복직이 결정되었을 때는 도살장 끌려가는 소가 된 기분이었다.

그 자유로움을 일단 만끽하니 언제건 이 굴레서 탈출을 꿈꾼다.

한 번 고삐 풀린 망아지가 마굿간 생활을 좋아하겠는가?

 

*** 

 

검색하니 저때 김유신 강연 자료가 검출된다. 

2016년 생생문화재 사업 1차 사업 계획서
 1. 사업 개요
  1) 목      적 : 진천 김유신 탄생지와 태실(사적 제414호)을 활용한 인재 양성 교육
  2) 일      시 : 2016년 04월 19일(화) 13:30 ~ 17:00
  3) 장      소 : 진천 조명희문학관 세미나실
  4) 교육  대상 : 진천 화랑촌 및 주변 거주 주민, 진천향토사연구회원, 진천문화원 
  5) 주최 : 충청북도문화재연구원 / 진천군 
  ※ 방 침
    ① 진천 김유신 탄생지와 태실 활용에 관심 있는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한 인문학 강좌 실시
    ② 문화재 전문 강사 초빙
2. 사업 세부내용
  1) 주요내용 
    ▪ 1부 : 진천과 김유신 
     - 진천과 김유신에 대한 역사적 이해(김유신 관련 유적을 중심으로)
    ▪ 2부 : 지역 문화재 활용 방법론
     - 문화재 활용의 의미와 중요성
     - 지역문화재 활용 방법론
     - 김유신 탄생지와 태실(사적 414호)에 대한 문화재 활용적 측면에서의 분석
     - 타지역 선진사례 소개 및 벤치마킹 연결 유도
     2) 세부일정    
시간 13:30-17:00
장소 조명희문학관 세미나실
1부 : 진천과 김유신(조혁연) 13:40-15:10 
2부 : 지역 문화재 활용 방법론(김태식) 15:10-17:00
3. 강사 이력
조혁연
- 충청북도 문화재전문위원(건조물·기념물 분야)
- 충북대학교 사학과 초빙교수
- 청주대학교 겸임교수
- 충북일보 객원대기자
- 진천지역 및 관련 유적 기사 다수 집필
김태식
- 문화재 전문기자(연합뉴스 1998~2015)
- 김유신 관련 논문 
「方士로서의 김유신」 『신라사학보』 11, 2007 
「월경과 폭무, 두 키워드로 본 모략가 김유신」 『백산학보』 70, 2004
「김유신의 흥무대왕 추봉시기」 『신라사학보』 6, 2006 
「김유신의 入山修道와 그의 龍華香徒」 『한국고대사탐구』 13,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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