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미국 경매서 사들인 18세기 후반 '호렵도 팔폭병풍' 공개
임동근 기자 / 기사승인 : 2021-02-18 09:00:02
청 황실 사냥 장면 묘사…문화재청이 약 11억원에 매입
"궁중화원이 김홍도풍으로 그려" "현존 호렵도 중 예술적 완성도 가장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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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병기 없이 그냥 호렵도라 할 적에는 혹 호랑이 사냥을 주제로 하는 그림 아닌가 하겠지만, 유의할 점은 한문은 영어와 기본 어순이 虎獵圖호렵도 라면 호랑이가 사냥 주체가 되어 다른 동물을 사냥하는 그림이 되어 버리니, 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사람이 주체가 되어 하는 호랑이 사냥은 虎獵호렵 이 아니라 렵호獵虎가 된다.
여튼 이번에 외국에서 비싼 돈 주고 사 가지고 와서 공개한 호렵도는 胡獵圖라, 글자 그대로는 오랑캐가 사냥을 하는 장면을 그린 그림이라는 뜻이니, 예서 오랑캐는 만주 여진족 출신 청나라 황제를 말한다. 중국 정통 한인漢人 피를 물려받은 중국 황제를 하늘로 쳐받드는 조선 중화주의가 저 오랑캐가 황제노릇하는 꼴을 못봐주겠다 해서 저리 표현하곤 한 모양이라, 병자 정묘 두 호란에 그런 오랑캐한테 쑥대밭이 된 조선이 처한 묘한 현실을 말해준다 하겠다.
우리는 현재까지도 제사나 차례 등지에서 사용하는 병풍을 문화 코드로 사용하는 나라는 지구상에서 동아시아 유교문화권에 대체로 국한하거니와, 이런 병풍도 문화권별 차이가 적지 아니해서 우리는 거의 예외없이 8폭이라, 폭이란 겹이라는 뜻이니, 접치는 구간을 말한다.
이번에 미국에서 11억원이라는 막대한 돈을 쏟아붓어 사온 호렵도 역시 8폭이라, 볼짝없이 조선 작품이라, 8폭 전체 크기가 가로 385.0㎝, 세로 154.7㎝이며, 한 폭 기준으로는 가로 44.3㎝, 세로 96.7㎝가 된다.
작년 9월, 미국 옥션에서 샀다는 이 그림 상태 보니 죽여준다. 11억원을 줬다는데 재수도 좋았다. 코로나팬데믹에 박살난 옥션시장이라 꼴랑 저것만 주고도 냉큼 샀지, 그게 아니었으면 20억, 30억원 주고도 사기 힘들었을 것으로 본다. 그만큼 좋다.
병풍이 표현하는 소재는 파노라마식으로 표현하는 일도 많지만, 이 병풍은 8폭 전체에 걸쳐 하나의 장면을 포착했으니, 그 점이 나로서는 조금 신선하게 다가온다.
해외문화재 조사환수를 위해 문화재청이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라는 전담 기구를 설치하고도 왜 우리 문화재 환수 실적이 적으냐 하는 질타에 맨날맨날 시달리는 문화재청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가끔씩은 우리도 이렇게 좋은 일 한다고 해서 홍보도 해야 하고 해서, 무진 압박을 받거니와, 이번에 사온 저 호렵도도 그런 압박이 없었다고는 하지 못하리라.
듣자니 이 병풍은 1952년 이래 1987년까지 한국에서 선교사로 활동하며 이화여대 교수를 지낸 캐슬린 제이 크레인 Kathleen J. Crane 박사가 소장하던 것으로, 그 유족이 이번 경매에 출품한 개인한테 판 것으로 안다고 한다. 이 사람은 더 조사가 필요한데, 저명한 영문학자로 이화여대 영어영문과 교수로 오래 봉직한 나영균 선생 며느리 아닌가 하는데, 나영균 선생은 나혜석 조카라 여러 모로 많은 이야기가 있지 않나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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