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두번째 낙서범 "문화재 낙서행위 대단하다 생각"(종합)
송고시간 2023-12-20 15:56
경찰 조사서 진술…블로그에는 "안죄송해, 예술 했을 뿐" 글 올려
최초 낙서 10대 2명 본격 조사…구속영장 신청 여부 검토
https://www.yna.co.kr/view/AKR20231220029951004?section=culture/scholarship
이번 경복궁 담벼락 스프레이 낙서 사건을 보면서 실은 나는 이른바 2차 모방범죄를 영 께름칙하게 봤거니와, 경찰에서 흘러나는 말들을 종합하면 역시 내 예상은 엇나가지 않은 느낌을 받는다. 1차 10대 커플들 소행은 실은 장난 혹은 치기에 지나지 아니한 반면, 2차 낙서는 분명 반달리즘 vandalism 기미가 있는 까닭이다.
간단히 말해 2차 낙서범은 확신범이다. 그렇게 하는 일이 자신의 신념을 증명하는 일이라 확신하며, 나아가 이를 통한 자신이 주장하고 싶은 바가 명백한 까닭이다.
유럽 사회를 휩쓴 문화재 반달리즘이 한국사회에서는 어떤 형태로 구현할지 나는 못내 궁금했다. 저런 낙서는 나로서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사건은 비록 그 출발이 치기 장난이었다 해도 분명 물꼬를 텄다.
종래 문화재의 위협이라고 하면 홍수 같은 자연재해, 방화나 전쟁 같은 인재, 혹은 화재 같은 그 어중간에 위치하는 원인을 지목하곤 했지만, 이제 한국사회에서도 문화재는 새로운 재해 국면을 맞은 것만은 분명하다고 본다.
저와 같은 반달리즘이 아주 없지는 않았으니, 남대문 방화가 실은 저 부류에 포함한다. 이 방화 사건이야 단발성으로 끝나고 말았지만, 그 뇌관은 언제나 살아있던 것이다. 그 뇌관이 마침내 터진 것이다. 나는 올 것이 왔다고 본다.
빈대 한 마리 잡겠다고 집을 태워버릴 수는 없다. 저와 같은 반달리즘 행위를 막겠다고 남대문 방화 사건 이후만 해도 난리법석을 쳐댔는지 기억한다. 이걸 반긴 데도 있다. 그 방법을 강화하겠다며 각종 감시 장비 도입하고 인력 배치도 강화했지만 열 사람이 한 도둑 막을 수는 없다.
낙서? 그걸 하겠다는 데 무슨 수로 막는단 말인가? 일벌 백계? 벌 달라 해서 하는 짓을 무엇으로 막는다는 말인가?
바이안 석불을 터뜨리겠다는 데 누구도 막을 수 없었고, 금각사를 불태워 버리겠다는데 누가 막을 수 있단 말인가? 그렇게 문화재 역시 사라졌다.
다만 잊어서는 안 되는 점이 그렇게 사라진 문화재 뒤편으로 새로운 문화재가 태어났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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