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주변에도 보면 이른바 모험을 유난히 즐기는 사람이 있다. 내 친구 중에는 영디기가 대표적인데, 명색이 고고학을 한다는 이 친구는 걸핏하면 사제 술을 만들고, 활을 만들고, 고무총을 만들어 빵빵 쏴대는 고약한 취미가 있다.
지가 무슨 네안데르탈인이라 되는양 가끔은 이상한 옷도 걸치고는 돌맹이도 주워깨곤 한다. 아 돌맹이 하니 이한용도 뺄 수 없다.
이 모험심이 인류문명을 이끄는 동인이었음은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거니와, 다만 모험에는 리스크가 따르는 법이라, 그래서 유행하는 말이 No risk No return인지도 모르겠다.
대서양 해저 4천미터에 침몰한 채 100년을 썩어가는 그 타이태닉호 잔해를 내 눈으로 기어이 보고 말겠다는 심산으로 똘똘 뭉친 사람들이 민간 잠수정을 타고는 해저로 내려갔다가 결론은 나지 아니했지만 비극적 종말로 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소식이 시시각각 전해진다.
해저 4천미터를 내가 들어가 본 적 없으므로 어떤 상태인지 알 수는 없지만, 보호장치 없이는 그 수압에 살아남을 재간이 없을 것이요, 무엇보다 햇빛 하나 들지 아니하는 칠흑일 텐데, 무엇보다 후자를 저들이 어찌 해결하려 했는지가 몹시도 궁금하다. 라이트를 쏴서 볼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싶기는 하다.
그래서 본들 무엇이 달라질까 하겠지만, 색다름에 대한 동경과 환상이 있는 사람들한테 그것이 무에 대수겠는가?
저런 심해에, 더구나 민간잠수정을 타야 하니 그 비용이 오죽 비쌌겠는가? 실제 그 잠수정을 탔다는 사람들 면면을 보면 하나같이 백만장자 억만장자다.
그 관광용 민간 잠수정을 만들었다는 사람도 면면이 만만치 아니해서 이번에 동행한 사람 중 한 명인 스톡턴 러시 Stockton Rush라는 사람이라, 항공우주 엔지니어란다. 그러니 이런 사람이 만들 생각을 하지 않았겠는가?
그가 이를 개발한 목적에는 돈벌이를 염두에 둔 것도 맞는 듯하다. 들려오는 소식에 과거 한 독일 방송사 인터뷰에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난파선을 보러 가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수요가 있다"는 생각에 이르러 잠수정을 구상하게 되었다고 했으니 말이다.
그리하여 해저탐사 업체를 채리고선 '오션게이트 익스페디션 OceanGate Expeditions'이라는 간판을 내걸고는 그 CEO가 된 모양이라, 이곳서 진수한 잠수정 이름 역시 참말로 묘해서 '타이탄'이라 했단다. 타이태닉을 찾아가는 타이탄이라, 뭔가 있어 보이기는 하는데, 엉뚱한 일로 도하 언론을 장식하니 이걸 그 자신이 원했던 것은 물론 아닐 것이다.
이번 여행에 동승한 사람은 그를 포함해 영국 국적 억만장자 해미쉬 하딩 Hamish Harding, 프랑스 국적 해양 전문가이자 타이태닉호 탐사가로 유명한 폴 앙리 나졸레 Paul-Henri Nargeolet, 파키스탄 재벌 샤자다 다우드 Shahzada Dawood 와 그의 19살 술레이만 Sulaiman 이라는데, 나는 맨 후자가 영 밟힌다. 왜 저런 위험한 여행에 아들까지 동행했단 말인가?
본래 진짜 부자들은 같은 비행기를 타지 않는 법이다. 유사시에 그를 대신할 누군가는 남겨 놓아야 하는 까닭이다.
러시가 건주한 잠수정은 탄소 섬유 재질이라는데 엔지니어 전문가니 여러 가지를 고려해 이리하지 않았겠는가? 저런 회사를 차리고 저런 잠수정을 만들려면 막대한 자금이 소요됐을 터인데, 그 투자 유치를 받느라 애먹었을 광경이 선하다. 혹 이번에 동행했다는 억만장자 중에 투자자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해서 18일 출항한 타이탄은 잠수 불과 1시간 45분 만에 교신이 끊겼다니, 무사귀환을 기다릴 수밖에 더 있겠는가?
타이태닉호 본인이야 우째 이런 비극을 백년이 지나 다시 초래하고 싶었겠는가?
방금 어떤 소식을 보니 이 잠수정은 폭발하고 탑승자 다섯은 모두 죽었다는 미국 해양경찰 발표가 있는 모양이다.
듣자니 민감 잠수정 소유주 스톡턴 러시 부인 웬디 러시 Wendy Rush 라는 여인은 111년 전 그 타이태닉호 비극적 탑승자 중 가장 부유했다는 Isidor Straus와 그의 부인 Ida한테는 great-great-granddaughter가 된다는데 그레잇이 여러 개 합쳐지니 고손녀라는 말인가? 우연치고는 좀 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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