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필하모니에서 음악을 듣게 된 것은 처음이다.
https://www.berliner-philharmoniker.de/
음악당은 시내 중심가 포츠담 광장 근처, 베를린 공예박물관이 있는 쿨투어 포룸 옆에 있다.
음악당은 본래 1882년에 개관했으나, 1944년 2차 대전 당시 폭격으로 파괴되었다.
음악당 파괴 6주 만에 악단은 다시 팀을 꾸려 베를린 곳곳에서 연주회를 펼치며 이어간 일은 유명하다.
지금 건물은 1958년 한스 샤룬(Hans Scharoun, 1893-1972) 설계로, 현대 음악당 건축사에서는 최초로 음향, 잔향, 청중수, 관객과 무대의 관계 등을 모두 조건에 부쳐 설계 공모가 이루어졌다.
결론적으로는 낭만주의 음악 연주에 최적이라는...
어느 객석에서도 무대를 볼 수 있다.
하지만 16개 블록으로 무대를 향해 짠 공간구조의 실현으로 지연되다가 결국 1963년에야 카랴얀의 우격다짐으로 개관했다.
건축은 간결하고 허식이 없었다.
밖에서 보면 전면부 창측에 작은 원형 타공판을 붙인 것처럼 보였는데, 내부에서 보니 모두 원형 색유리 벽돌로 마감한 것이어서 마치 스테인드 글라스 같은 느낌이었다.
1960년 베를린 장벽이 세워졌으므로 음악당은 당시 西베를린에 속했지만 통일을 염두에 두고 훗날 중심이 될 동서 베를린 경계에 가깝게 입지를 정했다고 한다.
마침 여행기간 동안 중요한 음악회가 예정되었는데, 바로 쇤베르크(Schönberg, 1874-1951) 탄생 150주년 기념 음악회였다.
음악사에서는 ‘무조음악’의 창시자쯤으로 배웠는데 음조를 해체하고 12음계를 정착시킨 인물이다.
누군가 그랬다, 분명 자리가 남을 거라고...
정말 군데군데 빈 곳이 있었다.
어쩐지 뒤늦게 예매가 되더라니....
베를린필이 생활인 그들에게도 쇤베르크는 여전히 쉽게 다가가기는 어려운 주제였던 모양이다.
하지만 베를린 필은 쇤베르크를 초연한 악단이므로 그의 탄생을 기릴만 하다고 생각했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지휘자인 러시아출신 키릴 페트렌코(Kirill Petrenko,1972~현재) 지휘로 쇤베르크 실내교향곡 1번과, 단편 오라토리오 <야곱의 사다리>가 연주되었다.
https://www.berliner-philharmoniker.de/.../details/55048/
https://www.digitalconcerthall.com/ko/concert/55048
소문에 듣기로 페트렌코는 매일 연습영상을 찍어 밤새 복기하고 이튿날 단원들에게 피드백 하는 철처한 스타일이다.
소수 현악과 관악으로 구성된 실내교향곡과 풀 오케스트레이션에 합창단과 중창단, 독창자들이 등장하는 오라토리오 모두 빼어난 연주와 안정감으로 지루하거나 어렵다는 느낌 없이 들었다.
오라토리오에서는 성악가들과 합창단의 실력도 실력이지만 효과를 위해 합창석 윗쪽에 배치한 하프도 인상적이었다.
내 옆자리에 재밌는 남자 2명이 앉았었는데..시종일관 연주곡의 악보를 넘기며 진지하게 감상하고 있었다.
그 사람과 이야기를 길게 나눌 수는 없었지만 그가 보여준 악보는 하드커버의 오래된 것이었다.
설마.. 원작과 비교해보려는 것일까 싶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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