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장남원
키테란 ‘우표[切手]’라는 말이기도 한데,
지요다구 옛 도쿄우체국 건물 일부를 보존하면서
현대식 쇼핑몰로 부활시켜 JP타워를 짓고
이 건물 입구에 “KITTE”라고 이름을 붙여서인지
사람들은 이곳을 ‘키테’라고 부른다.
옥상정원에서는 도쿄역과 광장 너머 마루젠이 보인다.
격이 있지만 아주 비싸지는 않은 괜찮은 디자인 상품들과
카페, 맥주집, 음식점들이 가득한 곳이다.
과감하게 현대식 건축과 유적을 물리적으로 결합했지만
일본 현대 건축의 시조격인
요시다 데쓰로(吉田鉄郎, 1894-1956)의
모던한 담각 덕분인지
100년의 시간차는 느껴지지 않았다.
https://en.wikipedia.org/wiki/Tetsuro_Yoshida
1931년에 완공한 5층짜리 흰색 우체국 건물을
쇼핑몰 한 변으로 삼아 고층 쇼핑센터를 올리면서
거대한 중정이 만들어졌고 여유로운 공간이 생겼다.
그런데 가장 놀랐던 것은 일본우편주식회사와
도쿄대학 종합박물관이 함께 운영하는
작지 않은 규모의 박물관이 있었다는 것이다.
공식명칭은 INTERMEDIATHEQUE(IIMT).
https://www.intermediatheque.jp/en
우연히 발견하여 들어가게 되었지만
뜻밖의 컬렉션들에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1877년(明治10) 도쿄대학이 건립된 이래 수집했다는
의학, 자연사, 역사, 미술 컬렉션들이었다.
각종 실험기구, 측량장비, 분석도구, 기록자료,
의료기구들과 동식물 자연사표본, 축음기,
광물표본, 각종 화석류,
도자기, 공예품, 직물 등등이었다.
가장 큰 비중은 실험장비, 기구들과 표본, 화석들이다.
당시에 사용한 진열장과 가구를
상당수 활용하고 있어 100년의 시간이 그대로 느껴졌다.
심지어 레트로풍의 뮤지엄샵도 운영되고 있었다.
그리고 반갑게도
모스(Edward S. Morse, 1838–1925)의
자취를 보여주는 전시코너가 있었다.
도쿄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죠몽토기”라는 이름을
만들었음은 물론 식물, 동물, 화석등의 연구성과와
도면스케치를 남긴 학자이자 컬렉터로
굳건한 위치를 가진 인물이다.
https://www.intermediatheque.jp/en/schedule/view/id/IMT0272
https://en.wikipedia.org/wiki/Edward_S._Morse
보스톤박물관에도 그의 방대한 컬렉션이 있다.
https://collections.mfa.org/objects/181703
쇼핑몰에 들어선 우편국과 공동 운영하는 대학박물관.
대학박물관이 컨텐츠를 제공하고
대학에서 다 소화할 수 없는 수장과 전시시설을
공공기관이 맡아준 것 같았다.
시민들은 오다가다 편하게 들러 놀다가면 된다.
문득 넘쳐나는 우리 옹기컬렉션을 시내 어딘가에서
선보이면 어떨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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