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수장을 일러 우리는 교황敎皇이라 하거니와,
같은 한자어권 양태를 보면 이 용어는 일본어권에서도 그대로 教皇이라 하는 것을 보면 언제인지 일본어 번역을 우리가 갖다 쓴 게 아닌가 한다.
반면 가톨릭이 훨씬 먼저 들어온 중국어권에서는 교종教宗이라 한다.
말할 것도 없이 한국과 일본에서 쓰는 저 교황이라는 말은 반시대착오적이다.
대통령大統領이라는 말 자체 만큼이나 권위주의 시대에나 있을 법한 말이다.
가톨릭 교종 정도로 표현해 주는 것이 맞다.
다음 그의 죽음을 지칭하는 표현이다.
우리는 비단 교황이건 아니건 가톨릭 주요 성직자 죽음에 대해서는 선종善終이라는 말을 갖다 쓴다.
도대체 이 말을 누가 쓰지 시작했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솔까 유래를 모르겠다.
저 말을 교황을 필두로 하는 성직자들을 존숭한다는 뜻에서 저리 쓰기 시작했고, 그렇게 통용된다는 사실은 중시하겠지만
그렇다고 교황 죽음이라 해서 저런 말을 굳이 쓰야 하는지 모르겠다.
선종善終은 간단히 말해서 호상好喪이다.
별것 없다.
실제로 그 맥락으로 봐도 저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저 말 유래는 아주 오래되어서 《전국책战国策·연책2燕策二》에 일컫기를 “善作者不必善成,善始者不必善终。”이라 했으니, 이 말은 잘 시작한 사람이 꼭 끝도 잘 끝내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삼국지三国志·위지魏志·왕영전王昶传》에 이르기를 “夫物速成则疾亡,晚就则善终。”이라 했으니, 무릇 만물로 속성하면 빨리 망하고, 천천히 나아가면 끝이 좋다는 뜻이니 이것이 바로 대기만성大器晩成이다.
다른 용례를 찾아봐도 다 그렇다.
욕먹지 않고 잘 죽는 것이다.
그의 죽음과 관련한 보도 양태도 우리는 너무 과하다.
왜 이리 과하단 말인가?
저 양태 보면 세상이 교황 죽음으로 다 바뀔 듯이 이야기한다.
그의 죽음을 둔 다른 언어권 양태를 본다.
보다시피 중국어권은 그냥 단순무식해서 거세去世다.
세상을 떠났다는 뜻이거니와 이는 우리네 농촌에서 아직도 죽음에 대해 사용하는 누가 "세상을 버렸다"는 말과 맥락이 같다.
일본어권?
여기도 단순무식해서 그냥 사거死去다.
죽어 갔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영어권은?
그냥 die다.
그냥 훅 갔다 한마디로 충분하다.
저걸 좀 예의 차린다 해서 pass away 같은 표현을 쓰기도 하지만 그냥 다이 하나로 충분하다.
교황의 죽음이라 해서 그 명칭까지 구별해서 특별대접하는 일, 나는 동의하기 어렵다.
객지 붙는 김에 교황이 돌아가실 수도 있으나 선종하실 수는 없다.
선종했다지 어찌 선종하셨다가 되겠는가?
하긴 뭐 종교 문화권별 차이라 하면 어쩔 수 없겠지만, 암튼 우리가 좀 유별난 민족이기는 하다.
'ESSAYS & MISCELLANIES'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갈돌 갈판, 흔하기에 그 시대 문화의 정수가 있다 (0) | 2025.04.25 |
---|---|
기술혁신 선두주자는 역시 전쟁! (1) | 2025.04.24 |
뉴스 정보의 홍수시대, 어찌 해야 하는가? 고고학의 경우 (0) | 2025.04.21 |
황남대총 봉수병 사촌들, 구글 한 방으로 끝난다 (2) | 2025.04.21 |
[독설고고학] 돌팔이 천국 (0) | 2025.04.19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