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60-80년대 한국 경제개발을 일본을 그대로 따라간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이건 잘 모르고 하는 소리다.
한국 경제개발은 일본과 같은 방식이 아니다.
간단히 몇 개 써보면,
1. 일본은 경공업과 중공업을 동시에 발전시키지 않았다. 그리고 경제개발도 메이지 시기에서 20세기 전반까지 완만하게 진행되어 산업화 속도도 우리보다 훨씬 느렸다. 한국의 경우 60-80년대에 각종 경공업 중공업 투자에 사회간접자본까지 일거에 이루어져 일본보다 실패할 가능성이 훨씬 높았다 할 수 있다.
2. 일본은 산업화 도중 필요한 자본 조달이 우리만큼 절박하지는 않았다. 우선 마른 걸레 쥐어짜듯이 일본 국내 자본을 쥐어짰고, 청일전쟁 승리로 받은 배상금이 큰 도움이 되었다.
일본의 경제 개발은 기본적으로 외자 차입에 의한 것이 아니었다 할 수 있다. 이렇게 일본이 외채 없이도 산업화가 가능했던 것은 당시 선진자본주의라는 것이 그다지 따라가기 힘든 정도의 투자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는 점도 중요했다.
반면 한국의 경우, 일단 국내에서 가용한 자본이 거의 없다시피 했고 초반부터 중공업에 사회간접자본까지 집중 투자를 했기 때문에 외자에 의존도가 매우 높았다.
한국의 경제 개발이 일본과 달리 "외채망국론"이 나왔던 이유이기도 하다.
전체로 보아 한국은 일본과 비슷한 듯 하지만, 한국의 경우가 출발점이 매우 열악했고 발전 속도는 더 빨랐고, 정부 투자도 훨씬 야심차게 이루어졌다.
다만 메이지시대 일본과 60-80년대 한국의 공통점을 찾으라면 두 시대 모두 집권 세력이 매우 똑똑한 사람들이고 자기들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는 점이다.
일본 메이지시대 집권 세력도 매우 똑똑한 사람들인데 60-80년대의 한국처럼 이 시대 일본도 국가정책에 있어 거의 실패가 없다시피 했다.
메이지시대에 이렇게 똑똑한 이들이 일본의 정치를 주름잡고 있었던 것이 결국 조선의 식민지화, 일본의 제국주의라는 양국 간 차이를 낳았다.
두 시대는 약 백년의 격차를 두고 있는데, 굳이 평가하자면 제국주의 힘을 빌지 않았고 출발점도 매우 열악한 한국의 60-80년대 집권 세력이 메이지 시대 일본보다 더 유능한 사람들이었다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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