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케냐 해안의 팡가 야 사이디 동굴Panga ya Saidi Cave을 연구하는 고고학자들은 빽빽한 덩굴과 꽃 사이를 조심스럽게 걸으며 800미터가 넘는 구불구불한 동굴 입구로 향한다.
시원한 공기와 양치류, 이끼 향기가 숲 바닥에서 피어올라 정글의 습한 기운을 식혀준다.
높이 솟은 석회암 벽 아래, 그들은 동굴의 그늘진 주실main chamber로 들어간다.
무너진 천장 틈으로 햇빛이 비치지만, 동굴은 여전히 견고하고 안정적인 느낌을 준다.
케냐 남부 니알리 해안Nyali Coast에 숨은 이 유적은 7만 8천 년 동안 인류를 보호했다.
동굴 유적처럼 주변 경관 또한 케냐의 변치 않는 정체성을 보여준다.
수백 미터 아래로 깎아지른 절벽, 분홍색 플라밍고 떼가 서식하는 화산호, 휴화산의 용암류 사이로 솟아오르는 온천.
막스 플랑크 인류사 과학 연구소 국제적인 학자들로 구성된 학제간 연구팀은 10년 넘게 이 동굴 유적에서 수렵채집인과 철기 시대 공동체의 삶을 기록했다.
그들의 목표는 지난 7만 8천 년 동안의 동아프리카 생활에 대한 정보를 늘리는 것이었다.
이전 연구는 주로 지구대Rift Valley와 인도양 인근의 이주 경로 이용에 초점을 맞추었다.

환경적 안정성이 장기 거주를 가능하게 했다
이번 조사 핵심은 동굴에 인간이 오랫동안 거주해 온 이유를 밝히는 것이었다.
환경 분석을 통해 연구팀은 열대림-초원 환경의 예측 가능성에 주목했다.
계절성 강우는 여러 강과 호수에 물을 공급했다.
인간은 대형 동물 서식지에서 사냥을 하고, 식용 가능한 초원 식물을 채집하고, 인근 해안에서 조개류를 채취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동굴 유물을 수집하고 고대 인골 매장지를 조사했다.
동굴 바닥 퇴적층에서 얻은 증거는 67,000년 전부터 시작된 점진적인 변화와 기술 혁신을 보여주었다.
다른 유사한 동굴 유적과 마찬가지로, 연구진은 장기간 인간 거주는 안정적인 열대림-초원 환경에서 이루어진다는 결론을 내렸다.
연구팀이 동굴 퇴적층에서 발견한 식물, 동물, 조개껍질 잔해를 분석한 결과, 시간이 흘러도 큰 변화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다른 지역들이 사람이 살기 부적합한 환경으로 변해가는 동안에도 동굴 환경과 풍경은 그대로 유지되었다.

동굴 바닥을 발굴하는 과정에서 연구팀은 각 퇴적층에서 유사한 유물들이 발견되는 것을 확인했다.
조개껍데기와 타조 알껍질로 만든 구슬, 긁어서 닳은 뼈 도구, 그리고 붉은 황토 조각들이 여러 층에 걸쳐 무작위로 흩어져 있었다.
여러 세대에 걸쳐 이러한 물건들이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심지어 7만 8천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석기 도구 세트도 발견되었다.
약 6만 7천 년 전 후기 석기 시대에 들어서면서 혁신과 적응이 활발해졌다.
석기는 사냥 방식 변화에 맞춰 더 작고 휴대하기 쉬워졌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동굴 거주자들은 검증된 기술을 선호한 것으로 보인다.
7만 4천 년 전 토바Toba 화산 폭발로 인한 화산겨울에도 동굴 거주민 수는 오히려 증가했다.
인간은 생존을 위해 유연하고 적응력 있는 방법을 구사해 온 것이다.

팡가 야 사이디 동굴은 수천 년에 걸친 문화 기록을 간직한다.
오랜 세월에 걸쳐 발견된 유물들의 유사성은 공예 기술이 수 세기 동안 세대에서 세대로 전승되었음을 보여준다.
케냐에서 가장 오래된 구슬은 6만 5천 년 전의 것으로, 팡가 야 사이디 동굴에서 출토되었다.
약 4만 년 동안은 대부분의 구슬과 장신구가 해안 조개껍질로 만들어졌으며, 약 2만 5천 년 전부터는 타조 껍데기로 만든 구슬이 더 흔해졌다.
장신구를 제외하고는 식량이나 공예품 제작에 해양 자원을 이용했다는 흔적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안정적인 환경과 동굴 생활 덕분에 혁신적인 새로운 도구나 기술이 필요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 동굴에서 가장 독특한 발견은 7만 8천 년 된 어린아이 무덤이다.
이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오래된 의도적인 인골 매장 유적이다.
2021년 발굴 조사에서 고고학자들은 중석기 시대 세 살배기 아이 무덤을 발견했다.
연구자들에 따르면 아이 머리는 베개 위에 놓여 있었다.
시신은 태아 자세로 천과 흙으로 덮여 있었다.
이러한 매장 방식은 이스라엘의 스쿨(Skhul)과 카체(Qatzeh) 동굴에서 발견된 오래된 매장 방식과 유사하며, 이 동굴들은 같은 아프리카 도구 제작 전통을 공유하는 집단에 속한다.
막스 플랑크 인류사 연구소 고고학부 부장이자 프로젝트 책임 연구원인 니콜 보뱅Nicole Boivin 박사는 동굴 발견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동아프리카 해안 내륙 지역과 그 삼림 지대는 오랫동안 인류 진화에 변방 지역으로 간주됐습니다. 따라서 팡가 야 사이디 동굴 발견은 고고학자들의 관점과 인식을 확실히 바꿀 것입니다."
연구팀 일원인 마이클 페트라글리아 교수는 의미 있는 해안 연결고리가 없다는 점이 아프리카 이주에 대한 기존 가설을 반박한다고 말했다.
"팡가 야 사이디 발견은 아프리카에서 인도양 연안을 따라 이동하는 인류의 '고속도로'로서 해안을 이용했다는 가설에 의문을 제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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