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1년 오늘날의 룩소르(Luxor) 시에 해당하는 테베(Thebes) 서안 데이르 엘-바흐리 공동묘역에서 훗날 ‘왕실 미라 은닉처’(Royal Cache)로 더 유명해질 귀족 분묘(TT 320) 하나가 발견되었습니다.
놀라운 것은 이 귀족 분묘에서 신왕국 시대(기원전 1550-1069년) 왕족 미라 50구가 한꺼번에 발견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이들 미라는 제3 중간기에 해당하는 제21 왕조(기원전 1069-945년) 시대 신관들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도굴꾼 약탈을 피해 이들의 원래 매장지에서 이곳으로 옮겨둔 것입니다.
이런 사실을 통해 당시 도굴 폐해가 얼마나 심각했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졸지에 제18 왕조 시대에 카르낙 대신전에서 아문의 대신관으로 활약한 피네젬 2세(Pinedjem II)와 그의 아내 네시콘수(Nesikhons)의 분묘는 갈 곳 없어진 왕실 미라의 마지막 안식처가 되어버렸습니다.
최근 여기서 발견된 제18 왕조 파라오 아멘호텝 1세(Amenhotep I: 기원전 1525-1504년)의 미라에 대한 CT 스캔이 시행되었습니다.
다른 왕실 미라들에 비해 예술적 가치가 탁월한 아멘호텝 1세 미라는 한때의 여흥을 위해 귀족들의 파티나 일반대중을 대상으로 한 공연에서 수많은 미라가 굴욕적으로 해체된 빅토리아 시대에도 파괴를 면하고 무사히 보존된 극소수 미라 중 하나입니다.
CT 스캔을 담당한 카이로 대학교(Cairo University) 방사선 전문의 사하르 살림(Sahar Saleem) 박사는 제21 왕조 신관들이 도굴꾼들이 목걸이를 탈취했을 때 부러진 것으로 추정되는 아멘호텝 1세의 목을 수지에 적신 아마포로 다시 접착시켰으며 부러진 왼쪽 팔을 교정하고 위장에 난 구멍을 메웠다는 사실이 이번 검시를 통해 밝혀졌다고 설명하면서, 지금까지 알려진 것과는 달리 당시 신관들은 미라에 부착된 장신구를 절취하지도 않았으며 왕족 미라를 그에 걸맞은 예우를 갖춰 다루었다고 강조했습니다.
사하르 살림 박사는 전 이집트 고고학청장 자히 하와스(Zahi Hawass: 1947년-현재) 박사와 함께 이집트 미라 프로젝트(Egyptian Mummy Project)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사람입니다.
아멘호텝 3세(Amenhotep III: 기원전 1390-1352년)·투탕카멘(Tutankhamun: 기원전 1336-1327년)·세티 1세(Sety I: 기원전 1294-1279년)·람세스 2세(Ramesses II: 기원전 1279-1213년)·람세스 3세(Ramesses III: 기원전 1184-1153년)와 같은 신왕국 시대 파라오 미라에 대한 CT 스캔 검시를 시행하고, 그 성과를 《파라오를 스캐닝하다》(Scanning of the Pharaoh: Cairo: AUC Press, 2015)와 같은 단행본으로 공동 집필해 공유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아멘호텝 1세 CT 스캔 검시는 미국 고고학회(Archaeological Institute of America)가 발행하는 잡지 《고고학Archaeology》이 선정한 ‘2022년 10대 발견’(Top 10 Discoveries of 2022) 중 하나로 선정되었습니다.
관련 기사:www.archaeology.org="" issues="" 494-2301="" features="" 11027-egypt-amenhotep-i-mummy-scans"="">https://www.archaeology.org/issues/494-2301/features/11027-egypt-amenhotep-i-mummy-scans" target="_blank" rel="noopener" data-mce-href=" https://www.archaeology.org/issues/494-2301/features/11027-egypt-amenhotep-i-mummy-scans"> https://www.archaeology.org/issues/494-2301/features/11027-egypt-amenhotep-i-mummy-sca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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