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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냥 나서 동네 한 바쿠 돈다.
언제나 남영동 봄 전령으로 삼는 집 앞 작은 화단 라일락이 순을 돋군다.
양지 바른 담장 밑을 살피니 새순 돋은 나무 하나가 아니다.
나물 종류 아닐지라 내 너를 훑어 무치진 아니하겠지만, 보듬어는 본다.
뭔지 모르겠지만 이 나무도 뽀두락지 몸살이라 곪아터지기 직전이라 고통이 심하겠지만 짜서 그만큼 시원하리라.
덩쿨 나무 종류인데 이놈은 제법 순을 발기한다.
배추도 아닌 것이 배추 닮았다. 아주 시퍼런 걸 보니 꽤 오랜 기간 이날을 준비한 모양이다.
아들놈 다닌 삼광초등학교 교정 들어서니 이 놈은 나한테 기별도 없이 꽃을 피웠다.
옆을 보니 몸뚱아리 백목련이란 명패 걸친 놈 있어 솜털 완연이라, 이 상태로는 이번주 폭발하고 말리라.
산수유다. 그러고 보니 노란 놈들이 먼저 피나 보다.
할부지 손자 뭐라뭐라 고기 너무 많이 먹니 하며 다투며 걸어간다. 손자놈이 결코 질 태세가 아니다.
올해도 계절은 변화가 어김이 없다.
괜시리 촉급한 나만 삼라만상처럼 갖은 상념 하루에도 수십번을 교직한다.
왜 사느냐부터 어찌 사느냐부터, 그땐 왜 그랬냐까지 숨통이 조이기도 하고 늘어나기도 해선 한순간은 내가 구세주요 한순간은 내가 더할 나위 없는 좀팽이더라.
뭐가 그리 급한지 오는 봄 서둘러 물리치고는 사쿠라 만발한 경주를 향해 나는 질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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