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시대 각종 공문서 작성 지침서로 아마도 조선 철종 연간에 나온 것으로 보는 유서필지[儒胥必知]에는 말 그대로 이럴 때 이렇게 공문서를 작성하라 해서 사례를 열거하거니와
개중 하나가 절각소지折脚所志라,
소지所志란 글자 그대로는 뜻하는 바, 하고자 하는 바를 의미하는 공문서 일종으로 관에 제출하는 민원 청원서에 해당한다.
그런 소지 문서로 절각折脚이라 했거니와 절각이란 대체 무엇인가?
글자 그대로는 부러진 다리라는 뜻이라, 이 경우 다리는 소 다리를 말한다.
그런 까닭에 절각은 부러진 소 다리, 따라서 절각소지는 소 다리가 부러졌을 때 그 처리를 관에다가 청원하는 문서라는 뜻이다.
저 소지 전문 번역은 다음과 같다.
소의 다리가 부러졌을 때 올리는 소지[折脚所志]
△△면面 △△리里에 사는 한량閑良 ○○○ 발괄[白括]
삼가 소지를 올리는 일은 다음과 같습니다. 저는 땔감 장사를 생업으로 삼고 있었는데, 이번 엄동대한嚴冬大寒에 땔감을 실어 나르던 튼튼한 소가 갑자기 빙판길에서 넘어져서 마침내 다리가 부러졌습니다. 그리하여 이렇게 우러러 호소하오니, 삼가 바라건대 잘 헤아리신 후 특별히 처분을 내려주소서 안전주案前主께서 처분해주실 것을 천만 번 간절히 바라나이다.
년 월 일 소지
제사題辭
가죽을 벗겨서 관에 바치고 고기를 팔아 송아지를 사는 것이 마땅하다. 아무 날.
관官 押
(이상 전경목 외 옮김 유서필지, 사계절, 2006, 224~225쪽)

앞쪽이 관의 판단을 요청하는 사람의 청원서이고, 제사題辭란 그에 대한 처분 내용이다.
저 번역은 손을 대야 할 데가 여러 군데 보이니, 저 제사만 해도
가죽은 벗겨서 관에 바치고 고기는 팔아 송아지를 사야 한다.
정도로 옮겨야 그 의미가 한층 명료하게 살아난다.
조사 하나에 따라 의미가 판이하게 된다.
안전주案前主란 아마도 이 안건 심리를 맡은 우두머리 관리라는 맥락 정도일 것이다.
저런 공문서가 투식으로 제시됐다 함은 저런 일이 꽤 있었다는 반증이 되겠다.
왜 저것이 문제인가?
조선시대는 물론이고 역대 동아시아 왕조는 소는 농경 필수 도구로 보아 그 도살을 원천에서 금지했다.
아예 법으로 소를 맘대로 죽이며 너희 지긴데이? 이런 협박이 걸핏하면 내려온다.
하지만 사람 맘이 어디 그런가?
저 소지는 언뜻 보면 천재지변 정도에 해당하는 사안에 대해 소가 불가항력으로 다쳐 더는 소 구실을 하지 못하니 이젠 잡아먹어야겠으니, 허락해 주소서! 라는 간청이다.
문제는 그 부상이 불가항력인지 아닌지 알게 뭐람?
소고기가 먹고 싶어 소 다리를 일부러 부르뜨리고 저런 식으로 소청하기도 한다.
결론은 하나!
조선시대 소고기 소비가 광범위했던 것처럼 기술하는 글이 더러 보이나 웃기는 소리다.
소고기는 아예 원천에서 소비가 금지됐다고 봐야 한다.
어디 소를 함부로 잡아 먹는단 말인가?
소고기는 먹을 수도 없었다.
아 물론 그렇다고 아예 안 먹었다는 뜻은 아니다.
그만큼 소는 소중했다.
요즘 저 소 자리를 개님이 꿰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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