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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현장

학예사들의 백태百態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0. 7.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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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9월 10일 17시 58분.

공식 퇴근 개시 정확히 2분 전 ○○시청 학예사 ○○○한테 전화가 걸려온다.

천연기념물로 보이는 새가 한 마리 낙오했으니, 와 보란다.

○○시청 공무원 중에 천연기념물을 취급할 사람은 오직 한 명이다.

새가 문화재라니? 그 새가 천연기념물이라면 다르다.

문화재는 학예사가 취급하기 때문이다. 
 
다만, 야근 때문에 현장으로 출동하지는 못했다.

보니, 문제의 낙오한 새는 천연기념물 황조롱이었다!!!! 
 

주택가에 둥지 틀고 새끼치는 황조롱이님

 
 설악산 보호구역을 사는 산양. 천연기념물이다.

이 놈들이 근자 보호구역을 탈출해 서울 용마산 공원에 출현하는 일이 있었거니와, 이 놈들이 태백산맥을 따라 남하해서는 원주 산기슭에 출현하기도 한다.

그런 산양이 어찌 된 셈인지 원주에서 죽었다!!! 
 
새는 들고나 다니지, 박종수를 비롯한 원주시청 학예사들은 이 죽은 산양을 등에 업고 내려왔다.
 
지난 겨울, ○○시청 학예사 ○○○은 죽은 고니 주우러 다녔다. 고니가 천연기념물이기 때문이다.

한 번은 출장으로 자리 비웠다. 같은 시청 환경 부서에서 고니 죽었다고 빨리 수거해가라 난리를 쳐댔다.

현장을 가 보니...뿔싸 기러기였다. 
 
기러기야 이것들아. 
 
그래도 그 부서에서는 안 믿기래 조류 전문가한테 연락하고 환경 부서에 다시 결과 알려주었다. ○○○은 한탄한다. 
 
"이기 무슨 짓인지..."
 

천연기념물 고니 구조

 
 ○○군청 학예사 ○○○ 일화다. 
 
- 자넨 누구인가?
- 학예사인데요.
- 학씨인가? 그런 성씨가 있나?
 
○○시청 학예사 ○○○ 실화다.
 
- 자넨 어떤 일 하는 공무원인가?
- 학예사인데요. 
- 어딨는 절인가? 그런 절이 우리 동네 있던가?
 
분통 터진 ○○○ ...나중에는 무슨 일 하냐 물어서 학예사라고는 아니하고 "큐레이터요..이럼 알아듣더라구요!"
 

고대영 상전들이 당진 합덕제 고니님들

 
 어느 지자체 박물관에서는 학예사가 유물유적 확인하러 자주 출장간다고 짤라 버려야 한다고...
 
서울 ○○구청 학예사 ○○○가 겪은 일...
 
출근 첫날에 행정서기보 분께서 신경 써서 사물함에 "하계사 윤머시기"라고 예쁘게 이름표를 붙여주시어 감동 받은 적이 있습니다. ^^
 
지금은 돌고돌아 모 정부기관에 가 있는 ○○○
 
"누군가가 하계사는 여름에만 일하냐고 물어봤다고"(이는 본인한테 확인한 것이 아니라, ○○○가 간접으로 전한 내용)
 
이를 확인한 ○○○ 이 보탠 말..."정말 여름에만 일하고 겨울에 개점휴업 할수 있으면 전 제 명함에 하계사라고 적고 싶네요........ ㅎㅎㅎㅎㅎ"
 
이런 대화에 ○○○가 끼어들어 말하기를 "이건 저도 겪었어요! 동계사冬季士는 겨울에 오시냐고! ㅋㅋㅋ"
 

화천 도로를 무단횡단하는 산양님. 즉사하시면 담당 하계사가 업어온다.

 
 ○○○가 겪은 또 다른 일...
 
"전 우리 과장이 군수 외 다른 사람 앞에서 '이제 부터 우리 해설사가 설명하겠습니다' 해서 뻥쪘습니다 ㅎ"
 
지역에서 학예사가 해설사로 통하는 듯...○○군청 학예사를 지낸 ○○○의 말...
 
"대부분 군 단위에서는 학예사를 해설사로 아나봐요 저도 11년 내내 들었어요 자 이제부터 여기 해설사 분이 특별히 여러분을 위해 해설해 주시겠습니다 ~ 라고 소개받았어요"
 
지금은 다른 데로 옮긴 ○○○가 ○○ 학예사 시절..."해설사도 없던 시절. 첫 출근날 '안내원'으로 소개된 1인! ㅠㅠ"
 
앞서 말한 ○○○의 다른 경험
 
- "거기 하주사님 부탁드립니다"
- "저희는 하씨 성 가지신 분이 없습니다"
- "하계사 주사님이요. 하계사씨 안계세요?"
 
제 경험담입니다. ㅡㅡ
 

남해안에서 변사체로 발견된 점박이물범. 천연기념물이라고 죽어서도 특별대접

 
 다시 ○○○의 에피소드...
 
"주말에 출근해 박물관에서 입장료 받고 있는데, 그런 그를 보고 박물관 입장하던 아줌마가 아들래미한테 이르기를 '공부 안하면 너 저런 일 한다'"
 
○○○의 비슷한 경험...대딩 때 답사준비위원회여서 모 지방시청에 전화해서 "문화관광과에 학예사님 좀 연결해주세요" 했는데 전화받은 사람이
 
"네? 학예사요? 학예사가 뭔가요? 학씨가 있나요?"
라고해서 그냥 끊음.ㅋㅋㅋㅋㅋㅋ
 
어느 공공기관 기념관 근무하는 ○○○ 
"ㅋㅋㅋㅋ 저도

10년 전 쯤 ‘박물관에서 일하는 학예사예요!’라고 설명해도 돌아오는 답은

‘박물관에서 표 팔아요?’였습니다 ㅜㅠ"
 

투쟁하다 뇐네 되어버린 이채경

 
지자체 학예사 1호 이채경...걸어다니는 백과사전을 요구한다는... 별별 희한한 걸 다 물어보고는 모른다고 하면 아니 학예사가 그것도 모르나... 하면서 비아냥거리고... 그 소리 듣기 싫어서 잡학다식한 자가 되었으며, 몰라도 절대로 모른다고 하지 않고 기디리라 해 놓고는 온갖 자료를 찾아서 답변을 해주다보니 설혹 대답이 궁해서 구라를 쳐도 내 말은 모두 진실이 되었음. 따지는 자가 있으면 진짜와 가짜의 차이는 2% 차이다. 어떤 사실에 진실이 51%면 진짜이고 49%면 가짜라고 강변했다는... 그런데 다 넘어감...
 
다시 구미시청 ○○○..."예전 옆계 계장님은 저만 보면 곡예사의 첫사랑을 불러댔죠...쩝."
 

쌈박질하다 늙어버린 다른 하계사 박종수

 
이채경 만큼 오래된 노땅 학예사 원주시청 박종수....90년대 중반까지 시군의 문화공보실에서 문화업무와 공보 업무를 관장하였는데 문서 제목에 '문' 자만 박혀 있으면 전부 학예사에게 맡겼죠. 문화재, 문화예술, 문화원지원, 음반비디오, 시사편찬, 합창대회, 지역축제, 민속예술경연대회, 국어순화, 지명업무까지. 90년대 후반부터 이 업무는 보통 2~3과에서 담당 합니다. 몇몇 시군을 제외하면 지방 공립박물관은 95년 지방자치 제도 시행 이후 경쟁적으로 설립되는데 전시자료와 전문인력은 안중에도 없었고 오로지 건물만 지으면 박물관이 되는지 알았던 시기였어요. 시군에서 원하는 학예사는 문화 행정가였어요.
 
이런 박종수 언급에 대한 또 다른 노땅 학예사 영주시청 금창헌...."그래서 너무 개겼더니 요모냥이네..ㅋㅋ"
 
이건 딴 얘기...건축학도이자 문화재 활용업자 김재홍 군이 전한 말..."북한산성교육지원센터를 북한산 성교육 지원센터라고 읽는 사람도 많았어요~☆"
 
이에 대해 노땅 학예직 과장 김성배 왈...."아, 옛날 일 생각나게 하는군요. 산성 전문가를 '성관계 전문가'라 하신 분도 있었다는...ㅋㅋ"
 
*** 
 
이런 일화들에 대해 문화재청 강경환 국장은 이렇게 평했다. 
 
미국의 문화재보호법(national historic preservation act of 1966)에는 주정부문화재담당관(SHPO), 부족문화재담당관(THPO/인디언등), 심지어 일부 연방정부기관에도 문화재담당관(FPO)을 두도록 하고있습니다 우리도 중앙정부의 정책기능 강화와 함께 지방정부의 현장관리가 균형있게 조화되는 문화재관리체계의 재설계가 필요합니다 턱없이 부족한 지방의 문화재 전문인력의 보강이 시급합니다. 

 
*** 
 
이상은 July 2, 2018, 내가 페이스북을 통해 수집한 지방 학예사 백태다. 그네들의 헌신을 기억해야 한다. 

 
***
 
이는 계속 업데이트하고자 하니 보강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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