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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분5

계관시인 워즈워스, 그리고 발분發憤 책이 없거나 있어도 금전 여력 따위로 엄두가 내기 싫은 시절엔 저것 하나만 해결하면 대작을 쓸 것만 같았다. 다른 일에 시간이 쫓길 적엔 시간만 나면 전무후무한 성과를 낼 것만 같았다. 젊은시절 혁명아였고 절절한 시를 벤딩 머신 찍어내듯 한 윌리엄 워즈워스. 계관시인이 되고 안락의자에 앉자마다 그의 시는 볼품이 없어졌다. 초원의 영광을 부르짖던 시심은 시궁창에 쳐박히고 말았다. 내가 아무리봐도 훌륭한 글은 발분發憤에서 나온다. 똥침맞은 촉급함이 대작을 낸다. (2014년 10월 6일) *** related articles *** 공무원하다 교수질하는 者로 왜 대성한 者가 없는가? 분노가 힘이다, 절망은 구렁텅이다 남의 성공은 아낌없이 박수하되 치욕하라 태사공자서를 읽다가 차기箚記와 발분發憤, 깊은 빡침의.. 2024. 10. 7.
분노가 힘이다, 절망은 구렁텅이다 나를 돌아봐도 내가 무엇인가 악다물고 무엇인가 해야 한다고 해서 그런 대로 결실이라도 보게 된 힘은 근간이 분노다. 다른 분들이야 내가 섣불리 예단하기 어려우니 제껴두고, 내 경우 책을 두고 말해 본다. 첫 책 풍납토성 오백년 백제를 깨우다는 분노가 출발이었다. 그런 까닭에 훗날 혹은 지금 쳐다 보니 성긴 곳 천지지만, 나는 첫째 그때까지만 해도 맹렬 문화재 투사라, 나 아니면 문화재가 다 없어진다 절박했고, 나아가 그 과정에서 입으로만 문화재 보존을 떠드는 이쪽 업계 사람들이 실로 증오스러워 그들을 고발하는 심정을 썼다. 그 이듬해 2001년에 나온 화랑세기 또 하나의 신라 역시 분노의 자식인데, 그 즈음 나는 역사학계, 특히 고대사학계와 전면전을 불사하는 전투를 벌였으니, 이 책은 그 불사하는 쟁투의.. 2024. 7. 21.
태사공자서를 읽다가 인간의 정신이란 너무 많이 사용하면 말라버리고, 육체 또한 지나치게 혹사시키면 지쳐서 병이 나는 법이다. 육체와 정신을 못살게 굴면서 천지와 더불어 오래도록 함께 하기를 바라는 경우는 들어본 적이 없다. ... 인간의 삶은 정신에 의탁하며, 정신은 육신에 의탁한다. 정신을 지나치게 사용하면 고갈되고, 육신을 너무 혹사하면 병이 난다. 정신과 육체가 일단 분리되면 사람은 죽는다. 죽은 사람은 다시 살아날 수 없고, 정신과 육체가 분리된 사람 역시 다시 합칠 수 없다. 때문에 성인이 정신과 육체를 모두 중시하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정신은 생명의 근본이요, 육체는 생명의 기초다. 정신과 육체를 편안하게 만들어 놓지도 않고 “내가 천하를 다스릴 수 있다.”고 하니 대체 무엇을 믿고 큰소리를 치는 것인가? ... 2023. 10. 18.
"네 이웃의 아내를 탐하지 말라"는 명을 거역한 에릭 클랩튼 '전설'이 된 기타리스트 에릭 클랩튼, 그의 음악과 삶송고시간 | 2020-01-20 17:17 흉노와의 전쟁에서 패전한 장군을 좀 봐 줍시다 라고 했다가, 노여움을 사서 느닷없이 불알이 짤리고서는 한여름에도 찜질방에서 지져야 하는 신세가 된 사마천司馬遷은 그런 처사, 혹은 그런 신세를 절규하며 아버지가 쓰다 만 역사서를 완성하니 이를 후세는 《사기史記》라 한다. 이 불후의 역사서를 쓰는 심정을 그는 발분發憤으로 꼽았거니와, 이 발분이야말로 창작의 원천이라 했다. 걸출한 기타리스트 에릭 파트릭 클랩튼 Eric Patrick Clapton 이 있다. 1945년 3월 30일 생이니, 조만간 만 74세 할배라, 데뷔가 내가 태어나기도 전인 1962년으로 나보다 한 세대가량이나 빠른 인물이지만, 내 세대에 그의.. 2020. 1. 21.
하염없는 부러움 원님 따라 나발도 부는 법. 하지만 가끔은 내가 원님이 되어 나발을 앞세웠음 하는 때가 없지는 않다. 오늘 우리 공장 출판 혹은 문학 혹은 학술 담당하는 친구들 밥상을 흘끗흘끗 살피니 다음주에 소개해 줬음 해서 출판사에서 배달한 신간이 두툼한 무더기를 이루거니와, 개중 보니 움베르토 에코가 있다. 얼마전 타계한 이 친구는 소위 전공 분류가 쉽지 않아, 소설가이기도 하다가 역사학자이기도 하고, 문화평론가인 듯도 하니, 아무튼 천태만상이라, 그러면서 그들에서 각기 일가를 이루었으니, 그래서 나는 편의상 잡탕주의, 잡식주의 문필가라 해둔다. 국내에서는 에코 열풍이라 할 만한 현상이 있고, 그에 편승해 그의 주저라 할 만한 것은 얼추 다 번역된 줄 알았더니, 그렇지는 아니한 듯, 이 신간이 혹 번역 재판 혹은 .. 2018. 10.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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