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探古의 일필휘지

태사공자서를 읽다가

by taeshik.kim 2023. 10.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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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정신이란 너무 많이 사용하면 말라버리고, 육체 또한 지나치게 혹사시키면 지쳐서 병이 나는 법이다. 육체와 정신을 못살게 굴면서 천지와 더불어 오래도록 함께 하기를 바라는 경우는 들어본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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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삶은 정신에 의탁하며, 정신은 육신에 의탁한다. 정신을 지나치게 사용하면 고갈되고, 육신을 너무 혹사하면 병이 난다. 정신과 육체가 일단 분리되면 사람은 죽는다. 죽은 사람은 다시 살아날 수 없고, 정신과 육체가 분리된 사람 역시 다시 합칠 수 없다. 때문에 성인이 정신과 육체를 모두 중시하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정신은 생명의 근본이요, 육체는 생명의 기초다. 정신과 육체를 편안하게 만들어 놓지도 않고 “내가 천하를 다스릴 수 있다.”고 하니 대체 무엇을 믿고 큰소리를 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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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신 아버지 사마담 공께서는 “주공이 세상을 뜨고 500년 만에 공자가 태어나셨다. 그리고 공자가 세상을 뜨고 오늘에 이르기까지 다시 500년이 지났다. 이제 누가 성인의 사업을 이어받아 『역전』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춘추』를 잇고, 『시』· 『서』· 『예』· 『악』의 본질을 밝힐 수 있을꼬?”라고 하셨다. 바로 지금이란 뜻이구나! 바로 지금이란 뜻이구나! 그러니 내 어찌 감히 이 일을 마다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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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하여 『사기』를 저술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7년 뒤 태사공, 곧 나는 이릉의 화를 당하여 감옥에 갇혔다. 나는 “이것이 내 죄란 말인가! 이것이 내 죄란 말인가! 몸은 망가져 더 이상 쓸모가 없어졌구나!”라며 깊이 깊이 탄식했다. 그러나 물러나와 다음과 같은 사실을 깊이 생각해 보았다.

『시』나 『서』의 뜻이 함축적인 것은 마음속에 있는 생각을 표출하고 싶어서였다. 문왕은 갇힌 상태에서 『주역』을 풀이했고, 공자는 곤경에 빠져 『춘추』를 지었다. 굴원屈原은 쫓겨나서 『이소』를 썼고, 좌구명左丘明은 눈을 잃은 뒤에 『국어』를 지었다. 손빈孫臏은 발이 잘리는 형벌을 당하고도 『병법』을 남겼으며, 여불위呂不韋는 촉으로 쫓겨났지만 세상에 『여람』을 남겼다. 한비韓非는 진나라에 갇혀서 「세난」과 「고분」편을 저술했다. 『시경』 300편의 시들도 대개 성현이 발분하여 지은 것이다. 이 사람들은 모두 마음속에 그 무엇이 맺혀 있었지만 그것을 밝힐 길이 없었기 때문에 지난 일을 서술하여 후세 사람들이 자신의 뜻을 알아 볼 수 있게 한 것이다.

그리하여 드디어 요 임금에서 ‘획린’에 이르는 긴 역사를 서술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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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ditor's Note ***


내가 강군한테 태사공자서를 다시 읽으라고 강권했다.

내가 저이 심정을 조금은 아는 까닭이다.

속대발광욕대규束帶發狂欲大叫 아니겠는가?

고통 없이 사는 사람 있던가?

분노하지 않고서 내가 무엇을 이룰 수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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