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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거이37

백거이가 살구꽃한테 보내는 마지막 인사 한시, 계절의 노래(300) 조씨 마을 살구꽃[趙村杏花] [唐] 백거이(白居易, 772~846) / 김영문 選譯評 조씨 마을 붉은 살구꽃해마다 필 때 십오 년 간 몇 번이나보러왔던가 일흔셋엔 또 오기어려울 터라 올봄은 이별 위해여기 왔다네 趙村紅杏每年開, 十五年來看幾回. 七十三人難再到, 今春來是別花來. 백거이는 하남(河南) 신정(新鄭)에서 태어나 안휘(安徽) 숙주(宿州)에서 자랐다. 30대 중반부터 벼슬길에 나서 임직에 따라 장안(長安), 강주(江州), 항주(杭州), 소주(蘇州) 등지를 편력했다. 그러다가 53세에 태자좌서자분사(太子左庶子分司) 직에 임명되어 낙양으로 갔다가 그곳 산천의 아름다움에 반했다. 그는 낙양 이도리(履道里)에 집을 마련하고 인생 후반의 거처로 삼았다. 하지만 낙양에 거처를 마련하.. 2019. 3. 13.
눈보라 몰아치는 연못가 홀로 선 학한테 묻노니 한시, 계절의 노래(233) 학에게 묻다[問鶴] [唐] 백거이 / 김영문 選譯評 까마귀와 솔개 먹이 다투고참새는 둥지 다툴 때 눈보라 몰아치는연못가에 홀로 섰네 온 종일 얼음 밟고한 발은 들어올려 울지 않고 꼼짝 않고무슨 생각 하고 있나? 烏鳶爭食雀爭窠, 獨立池邊風雪多. 盡日蹋冰翹一足, 不鳴不動意如何. 학은 일명 두루미라고도 한다. 흔히 푸른 소나무와 학을 함께 그려 장수와 선취(仙趣)를 드러내곤 한다. 하지만 학은 발 구조상 나무에 앉지 못한다. 나무에 앉을 수 이런 새는 황새(鸛), 왜가리, 백로 종류다.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쉽게 구별할 수 있다. 학은 대표적인 겨울 철새다. 시베리아에서 날아와 먹이가 풍부한 늪 지대나 들판에서 겨울을 난다. 정수리는 붉고 목과 꼬리는 검으며 몸통은 모두 희다. .. 2019. 1. 4.
어쩌겠는가? 웃을수밖에 한시, 계절의 노래(230) 술을 마주하고 다섯 수(對酒五首) 중 둘째 [唐] 백거이(白居易) / 김영문 選譯評 달팽이 뿔 위에서무슨 일 다투나 부싯돌 불꽃 속에이 몸이 붙어 있네 부유하든 가난하든즐겁게 살아야지 입 열고 웃지 않으면그 사람이 바보일세 蝸牛角上爭何事, 石火光中寄此身. 隨富隨貧且歡樂, 不開口笑是癡人. 온 땅이 얼어붙은 연말이다. 이제 2018년도 이틀 밖에 남지 않았다. 세월이 쏜살 같다는 말을 실감한다. 나는 내년이면 우리 나이로 60에 접어든다. 참으로 믿기지 않는 나이다. 어린 시절 환갑잔치를 하는 어른들을 보면 모두 머리는 성성하고 손자 손녀가 줄줄이 딸린 상노인이었다. 당시에는 내게도 60이란 나이가 박두할 줄 상상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서른 무렵부터 세월이 흘러가는 소리가 귓전.. 2018. 12. 29.
촛불 아래서 내뱉는 장탄식 한시, 계절의 노래(229) 밤중에 앉아서(夜坐) [唐] 백거이(白居易) / 김영문 選譯評 뜰 앞에 온종일밤 되도록 서 있다가 등불 아래 때때로날 밝도록 앉아 있다 이 마음 말 안 하니어느 누가 알아줄까 또 다시 한 두 번씩장탄식 내뱉는다 庭前盡日立到夜, 燈下有時坐徹明. 此情不語何人會, 時復長吁一兩聲. 유학자의 궁극적 목표는 무엇일까? 『대학』의 표현을 빌리자면 “몸을 닦고, 집안을 가지런하게 하고, 나라를 다스리고, 천하를 태평하게 하는 것(修身齊家治國平天下)”이다. 이들은 고대로부터 각종 의례(儀禮)를 관장하는 직책을 맡아 이른바 여러 행사 사회자로서의 역할에 충실했다. 이는 필연적으로 관직 중심주의로 귀착되었고 마침내 자신의 학식과 지혜를 최고통치자에게 제공하는 ‘왕사(王師)’가 되기 위해 일생을 .. 2018. 12. 29.
백낙천 <밤에 내린 눈[夜雪]> 한시, 계절의 노래(225) 밤 눈[夜雪] [唐] 백거이 / 김영문 選譯評 이상하게 이부자리 싸늘도 하여 다시 보니 창문이 환하게 밝다 밤 깊어 내린 눈 무겁게 쌓여 대나무 꺾이는 소리 때때로 들린다 已訝衾枕冷, 復見窗戶明. 夜深知雪重, 時聞折竹聲. 겨울에도 푸른 색깔을 변치 않고 추위를 견디는 대표적인 나무가 대나무와 소나무다. 대나무는 사군자의 하나로, 소나무는 세한삼우(歲寒三友)의 하나로 그 절개를 칭송받아 왔다. 이 중 대나무는 사군자와 세한삼우에 모두 들어간다. 이미 『시경(詩經)』 「기욱(淇澳)」 편에 “푸른 대나무 무성하네(菉竹猗猗)”라는 표현으로 대나무를 군자의 의젓한 모습에 비유하고 있다. 게다가 위진(魏晉) 시대 죽림칠현(竹林七賢)이 대숲에 모여 청담(淸談)을 주고받으며 지조를 드높였고.. 2018. 12. 15.
동아시아 세계를 지배한 월드스타 소동파 문화사 관점에서 동아시아 세계 최초의 월드스타는 단연 낙천(樂天) 백거이(白居易, 772~846)였으며, 그 뒤를 이은 이가 동파(東坡) 소식(蘇軾, 1037~1101)이라는 말을 나는 여러 번 했다. 백낙천이 등장하고, 그가 장한가(長恨歌)를 발표하자, 동아시아 세계는 열광했다. 그는 당대의 기린아였다. 장한가와 비파행(琵琶行)를 비롯한 새로운 작품을 발표하면, 그 소식은 삽시간에 국경을 넘어 동아시아 세계로 퍼져나갔고, 그의 시집은 금새 바다를 건너 신라로, 그리고 일본 열도로 퍼졌다. 《겐지 모노가타리(源氏物語)》를 보면, 좀 산다는 왜놈들은 병풍마다 장한가 그림으로 떡칠했음을 엿본다. 그의 인기가 시들해질 즈음, 소동파가 혜성처럼 등장한다. 그의 적벽부(赤壁賦)는 동파를 각인한 최고의 히트 송이었.. 2018. 1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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