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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데기2

번데기를 쳐먹는 야만, 고역으로 얼룩진 누에농사 우리 집에선 어릴 적에 누에를 쳤다. 이른바 양잠이라는 농업이다. 지금보다 조금 더 지난 시점, 뽕나무가 파릇파릇 이파리를 올릴 즈음이면 씨를 깠다. 그것이 누에로 발전하고, 한창을 쳐먹다가 나중에는 고치집을 짓고 그 안에 들어가 누에는 번디기가 된다. 누에는 방 양쪽 시렁을 치고 그에다가 키웠다. 누에는 온도에 민감하므로 불을 때야했다. 잠은 어디서 자는가? 누에 시렁을 양쪽에 걸친 방 가운데 골에서 잔다. 더러는 시렁 밑에 기어들어가 자기도 했다. 한데 이 누에란 것이 더러, 아니 자주 방바닥으로 떨어졌다. V라는 영화가 있다. 파충류 외계인 영화다. 한데 이 누에가 퍼런 뽕입을 쳐먹어 그것이 터지면 퍼랬다. 푸른 피를 쏟은 것이다. 한데 자다 보면 떨어진 누에가 등때기에 짓눌리고 사방 난리를 쳤다... 2021. 3. 22.
번데기를 먹는 인간들 우리 집은 어린 시절에 누에를 쳤다. 이 일이 얼마나 고역인지는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가 없다. 꼭 이맘쯤이라, 뽕에 새순이 올라오기 시작할 무렵, 누에 농사를 시작한다. 누에를 치는 방이라고 그 좁은 산골 마을에 따로 있을 수는 없으니, 일상 주거공간이 곧 누에실이라, 우리가 자는 방엔 시렁을 쳐서 칸을 만들고, 그 칸마다 누에를 슨다. 누에 치는 방은 항상 일정 온도를 유지해야 한다. 당연히 온실이어야 한다. 그래서 언제나 군불을 때야 한다. 그런 뜨끈한 방에서 누에랑 우리는 기거를 함께 한다. 누에가 자라는 속도는 우사인 볼트보다 빠른 광년光年이라, 이것들이 자라기 시작하면서 엄청 쳐먹기 시작한다. 쉴새없이 뽕을 따다 날라야 한다. 젤로 곤혹스러운 때가, 누에가 한창 자라기 시작하는 무렵이라,.. 2018. 3.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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