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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사병9

보카치오가 《데카메론》에서 증언하는 흑사병(3) 또 개중에는 (우연히도 성격적으로 박정했기 때문이겠지만) 환자를 그대로 두고 달아나 버리는 것이 그 무서운 흑사병을 막는 최량의 약이라고 말하는 매우 잔인한 생각을 품은 자들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와 같은 생각으로 남자나 여자나 자기 이외의 다른 것은 조금도 돌보지 않고 자기가 살던 시를 버리고 집도 땅도 친척도 재산도 버리고 다른 토지나 교외를 찾아 헤맸습니다. 그것은 마치 하느님의 노여움이 이 흑사병의 힘을 빌어 인간들을 몰아세우고 있는 것 같기도 했고﹐ 또 시의 성벽 안에 사는 사람들을 깡그리 말살해 버리려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말하자면, 시에는 누구 하나 사람의 그림자가 남지 않게 하여 이제 인류의 마지막이 온 것을 경고하고 있는 듯도 여겨진 것입니다. 그런데 그와 같이 갖가지 .. 2020. 3. 23.
보카치오가 《데카메론》에서 증언하는 흑사병(2) 환자를 잠시 찾아보기만 해도 마치 불을 옆에 갖다 대면 바짝 마른 것이나 기름 묻은 것에 확 옮겨 붙듯 건강한 자에게 옮겨갔습니다. 아니 더 지독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그것은 환자와 말을 주고받거나 환자와 사귀는 것만으로 전염하거나 죽음의 원인이거나 혹은 우리 쪽에서 환자가 입은 옷 혹은 그밖의 물건을 만지기만 해도 이 병에 감염될 정도였으니까요. 내가 지금부터 드리는 말씀을 들으시면 아마 깜짝 놀라실 것입니다만, 나도 많은 사람이나 내 자신이 눈으로 직접 본 일이 아니었더라면, 아무리 믿을 만한 사람에게서 들었더라도 이 말을 믿거나 더우기 이에 관해서 쓴다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나는 사람에게서 사람으로 옮겨가는 이 흑사병의 전염력이 얼마나 강한가 하는 데 대해서 전해지고 있는 이야기를 말.. 2020. 3. 22.
보카치오가 《데카메론》에서 증언하는 흑사병(1) 하느님의 아드님이신 그리스도가 태어나신 지 1348년이 되었을 때, 이딸리아 제일의 도시 피렌체에 무서운 흑사병이 덮쳤습니다. 이 유행병은 천체의 작용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우리들 인간을 올바른 것으로 만드시기 위해서 하느님이 가하신 정의의 노여움에 의한 것인지 알 도리가 없읍니다만 몇 해인가 전에 동양 쪽에서 발생하여 무수한 인간의 목숨을 빼앗고 그칠 줄 모르게 잇달아 번져서 무섭게도 서양에까지 만연해 온 것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떤 인간의 지혜도 예방의 대책도 소용이 없었습니다만, 아뭏든 그 때문에 임명된 관원들이 시내에서 산더미 같은 오물을 쳐내고﹐ 환자는 일체 시내에 있지 못하게 금했으며, 병을 막기 위한 별의별 주의가 내렸습니다. 그리고 또 신앙심 깊은 사람들이 자주 행렬을 짓는다든가, 갖가지.. 2020. 3.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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