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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詩 & 漢文&漢文法556

눈 털고 피운 황금빛 꽃 한시, 계절의 노래(281) 영춘화(迎春花) [宋] 왕안중(王安中) / 청청재 김영문 選譯評 엄동에 쌓인 눈다 털어내고 가지 가득 황금빛색칠하누나 메마른 덩굴에서밝은 꽃 피워 동풍에 첫 번째로향기 뿜누나 拂去隆冬雪, 弄作滿枝黃. 明花出枯萎, 東風第一香. 초급중국어 수업 때 개나리를 ‘잉춘화(迎春花: 영춘화)’로 배웠다. 나는 근래까지도 개나리가 영춘화인 줄 알았다. 그런데 페이스북에서 독일 출신 중문학자를 만나, 그와 번역 이야기를 하는 도중에 ‘영춘화’가 개나리가 아니라 별도의 꽃임을 알게 되었다. 나는 처음에 믿을 수 없었으나 인터넷 검색을 통해 영춘화와 개나리의 학명이 다름을 확인했다. 개나리는 ‘Forsythia suspensa(Forsythia koreana)’가 라틴 학명이고 중국어로는 ‘롄차.. 2019. 2. 27.
강물 얼음 걷히자 피어나는 버들 한시, 계절의 노래(282) 강위에 눈이 개다[江上雪霽] [宋] 주숙진(朱淑眞, 1135?~1180?) / 청청재靑靑齋 김영문 選譯評 강물에 얼음 녹자초록 비늘 일어나고 들판은 깨끗해져연무 먼지 드무네 남쪽 북쪽 다리 곁에봄바람 불어오니 버들색 푸릇푸릇봄빛이 새나오네 江水冰消起綠鱗, 川原蕩滌少煙塵. 風吹南北溪橋畔, 柳色參差欲漏春. 내가 자란 동네는 산골이지만 마을 앞뒤로 냇물이 흘러서 그렇게 궁벽한 느낌은 들지 않는다. 앞개울은 앞거랑, 뒷개울은 뒷거랑이라 불렀다. 앞거랑보다 뒷거랑이 훨씬 크고 넓다. 물고기 잡고 수영하는 것을 어릴 적부터 자연스럽게 익혔다. 대학 진학 이후 해수욕장에 갔을 때 수영을 할 줄 아는 친구들이 드물어서 좀 놀란 적이 있다. 개나 소도 수영을 하는데 어떻게 사람이 수영을 못 .. 2019. 2. 27.
대낮처럼 밤을 밝힌 등불 한시, 계절의 노래(283) 대보름에 등불을 즐기다[上元玩燈] 첫째 [宋] 백옥섬(白玉蟾, 1194~1229) / 청청재 김영문 選譯評 벽옥이 무르녹아만 리 하늘 이루었고 온 성안 비단 옷들봄 어여쁨 다투네 황혼 뒤 버들 끝엔달님이 걸려 있고 야시장에 펼친 등불대낮처럼 환하네 碧玉融成萬里天, 滿城羅綺競春妍. 柳梢掛月黃昏後, 夜市張燈白晝然. 대보름날 밤의 색채감을 찬란하게 묘사했다. 첫째 구(起句)는 밤하늘 벽옥색이다. 둘째 구(承句)는 온갖 비단 옷의 현란한 색깔이다. 셋째 구(轉句)는 황혼 뒤 버드나무 끝에 떠오른 보름달의 황금색이다. 넷째 구(結句)는 대보름을 즐기기 위해 야시장에 환하게 켜놓은 등불의 붉은색이다. 중국에서는 대보름을 등절(燈節)이라고도 부르므로 이날 밤은 그야말로 채색 페스티벌이다... 2019. 2. 26.
하룻밤새 파래진 보리밭 한시, 계절의 노래(284) 우수(雨水) [現代] 좌하수(左河水) / 청청재 김영문 選譯評 남쪽 습기 북쪽 냉기교전 벌이니 따뜻하다 추워지며풍우 다투네 하루 밤새 천리 보리밭푸르러지고 온 산 젖어 꿈틀대나소리 안 내네 南濕北冷兩交鋒, 乍暖還寒鬪雨風. 一夜返靑千里麥, 萬山潤遍動無聲. 우수는 눈의 계절이 끝나고 비의 계절이 시작됨을 알리는 절기다. 올해 우수는 대보름과 겹쳤고 명실상부하게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마침 [원본 초한지] 언론 인터뷰에 응하기 위해 서울행 기차를 탔다. 천안을 지나자 비가 눈으로 바뀌어 온 산천이 새하얀 백설로 덮여 있었다. 눈의 계절과 비의 계절, 습기와 냉기, 따뜻함과 차가움이 교차하는 광경이 생생하게 눈앞에 펼쳐졌다. 환절기란 말 그대로 계절이 바뀌는 시기다. 그러나 계절의 .. 2019. 2. 25.
<漢文講座> 삼일三日 vs. 삼개일三個日 일본의 자각대사(慈覺大師) 엔닌(圓仁, 794~864)의 《입당구법순례행기(入唐求法巡禮行記)》에 구사한 한문은 여러 모로 군데군데, 그리고 곳곳에서 이른바 콩글리시, 일본식 냄새가 나는 한문 표현이 보이거니와, 그 와중에 내가 그 사례로 주목했던 것이 이 책 본문 첫 대목 다음 문장이다. 承和五年六月十三日午時,第一、第四兩舶諸使駕舶。縁無順風,停宿三個日。 승화 5년 6월 13일 오시에 제1선박과 제4선박에 모든 사절이 승선했다. 순풍이 불지 않아 3日간 정박했다. 나는 처음에는 정박한 기간 3일을 "三個日"이라고 표현한 대목을 일본식 한문으로 여겼다. 한데 엔닌이 왜 이렇게 표현했는가를 이 텍스트 전반을 읽으면서 비로소 그 이유를 알았다. 엔닌은 기간과 시간을 구별하고자 했다. 다시 말해 위 문장에서 3일간.. 2019. 2. 24.
태수님, 껄떡거리지 마오 태백太白 이백李白의 ‘자야오가子夜吳歌’ 4首 중 봄노래인 춘가春歌다. 秦地羅敷女 진나라땅 나부라는 여인采桑綠水邊 푸른 강가에서 뽕을 따네 素手青條上 섬섬옥수 푸른 가지에 올리니紅粧白日鮮 붉은 화장 햇살에 곱기만 하네 蠶飢妾欲去 누에가 배고파요 저는 가니 五馬莫留連 태수님 껄떡거리지 마오 蠶飢妾欲去...누에가 배가 고프데요, 그러니 저는 갑니다. 이 표현에서 태백다운 발상을 보거니와, 그게 아니라 해도, 나부라는 아리따운 여인이 뽕을 따는 모습을 참으로 절묘하게 표현했다. 이런 표현들을 보면 역시 태백이라는 찬탄이 절로 나온다. 아래 주석에 보이거니와, 이에 등장하는 나부(羅敷)라는 여성은 특정 실제 인물이라기보다는, 뽕 따는 젊은 처자 혹은 유부녀로 항용 등장하는 인물이라, 그는 언제나 아름답게 그려진다.. 2019. 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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