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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詩 & 漢文&漢文法556

술 훔쳐먹고 벌개진 단풍나무 가을 산 두 수(秋山二首) 중 둘째 [宋] 양만리(楊萬里·1127~1206) / 김영문 選譯評 오구나무는 평소에노련한 염색공이라 서둘러 검푸른 색을선홍빛으로 바꿔놓네 어린 단풍 하루 밤새하늘 술을 훔쳐 먹고 취한 모습 가려 달라고고송(孤松)에 간청하네 烏桕平生老染工, 錯將鐵皂作猩紅. 小楓一夜偷天酒, 却倩孤松掩醉容. 어릴 적 가을 시골 앞산 뒷산에서 가장 붉게 물드는 나무는 뿔나무와 옻나무였다. 뿔나무의 표준말은 붉나무인데 나무 이름 그대로 가을 산을 붉게 장식하는 대표적인 가을나무다. 옻나무 단풍도 뿔나무에 못지 않다. 이 두 나무는 생긴 모양도 비슷해서 초보자는 구분하기 힘들 정도다. 선홍빛에서 검붉은색으로 물드는 옻나무와 뿔나무 단풍은 가을산을 불태우는 주인공이지만 단풍나무나 고로쇠나무처럼 크고 높게.. 2018. 10. 30.
두 줄기 눈물 보태 흘려보내는 강물 서쪽으로 위주를 지나다 위주를 보고서는 진천이 생각나서[西過渭州見渭水思秦川] [唐) 잠삼(岑參·715~770) 위수는 동쪽으로 흘러가다 언제쯤 옹주땅에 다다를까바라건대 두 줄기 보탠 눈물 고향으로 흘러갔음 한다네 渭水東流去,何時到雍州。憑添兩行淚,寄向故園流。 출전 : 《전당시全唐詩》·권201이로 보건대, 잠삼 고향 집은 옹주에 있었나 보다. 지금의 서안 인근이다. 이 시는 《김풍기 교수와 함께 읽는 오언당음五言唐音》(교육서가, 2018)에서도 실렸으니(286~287쪽) 참고 바란다. 2018. 10. 28.
주인은 산에 가고 개새끼만 날 반기네 국화담 주인을 찾아갔다가 만나지 못하고[尋菊花潭主人不遇] [唐] 맹호연孟浩然(689∼740) 발걸음 국화담에 이를 즈음 마을 서쪽으로 해 이미 기울었네 주인은 중양절 맞으러 산에 가고 닭이랑 개만 부질없이 집 지키네 行至菊花潭, 村西日已斜. 主人登高去, 雞犬空在家 2018. 10. 27.
거울속 중늙은이 거울을 봤다. 영락없는 중늙은이다. 백발은 성성하고 표정은 우거지상이다. 웃는 적이나 있었던가? 뭘 그래? 가끔은 웃기도 해. 그래? 허탈해서 나오는 표정 아닌가? 요새 젊은 애들은 그걸 썩소라 하더라만? 태백太白 이택李白(701~762)이 아마도 50대였겠지? 한때나마 황제와 국가를 위해 이 한 몸 기꺼이 몸사르겠다고 했다가, 그런 기회를 용케 잡기는 했지만, 막상 하는 일이라곤 황제를 위한 개그맨이라, 이 짓 못 해먹겠다고 때려 치고 나왔더랬지? 그렇게 실업자 백수로 전전한지 10여 년, 어쩌다 강남 추포秋浦라는 곳으로 흘러간 모양인데, 그참 이름 요상타. 춘포春浦도 아니요 가을이라니? 실의한 사람한테 그 어떤 가을도 조락일 뿐. 마침내 이 중늙은이 울분을 시로써 쏟아내니 이름하기를 추포가秋浦歌라 했.. 2018. 10. 27.
객선으로 밀려드는 한산사 종소리 한시, 계절의 노래(209) 풍교에 밤배를 대다(楓橋夜泊) [唐] 장계(張繼) / 김영문 選譯評 달지자 까마귀 울고서리는 하늘 가득 강가 단풍 어선 등불시름속에 졸고있네 고소성밖한산사의 한밤중 종소리가객선으로 들려오네 月落烏啼霜滿天, 江楓漁火對愁眠. 姑蘇城外寒山寺, 夜半鍾聲到客船. 우리는 불균형의 균형을 이야기할 때 흔히 불국사의 석가탑과 다보탑을 예로 든다. 균형이 데칼코마니 같은 똑 같은 모양, 똑 같은 질량, 똑 같은 무게를 양쪽 천칭(天秤)에 얹어놓은 것일 뿐이라면 우주와 세상은 얼마나 삭막할까? 하지만 천지자연은 그렇지 않다. 음과 양, 여와 남, 달과 해, 봄과 가을, 동청룡과 우백호, 종묘와 사직단 그리고 석가탑과 다보탑 등 모양, 질량, 무게가 다른 사물이 짝을 이루어 삼라만상을 조화의 세.. 2018. 10. 25.
낙엽은 기력 잃은 나무 탓이요, 애꿎은 바람 원망말지니 한시, 계절의 노래(208) 낙엽(落葉) [明] 주초(朱樵) / 김영문 選譯評 초록 잎새 그림자겹겹이더니 가을 오니 쑥덤불 따라굴러가누나 나무에 기댈 힘없는 탓이니 함부로 서풍을원망치 말라 綠葉影重重, 秋來逐轉蓬. 自無依樹力, 莫謾怨西風. 가을은 뭐라 해도 낙엽의 계절이다. 전국시대 초나라 시인 송옥(宋玉)은 「구변(九辯)」이란 초사 작품에서 “슬프다! 가을 기운이여! 쓸쓸하다! 나뭇잎 떨어져 스러짐이여!(悲哉秋之爲氣也, 蕭瑟兮草木搖落而變衰)”라고 탄식했다. 지금까지 전해오는 한시 작품 중에서 ‘슬픈 가을(悲秋)’의 원조라 할만하다. 당나라 두보는 「높은 누대에 올라(登高)」라는 칠언율시에서 “가 없는 낙엽은 우수수 떨어지고, 끝 없는 장강은 콸콸콸 흘러오네(無邊落木蕭蕭下, 不盡長江滾滾來)”라고 읊었다... 2018. 10.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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