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漢詩 & 漢文&漢文法556 물 맑으니 난 갓끈이나 씻으련다 도문 스님에게 주다〔贈道文師〕 정철(鄭澈, 1536~1593) / 기호철 譯評 작고 아담히 새로 지은 죽록정은 小築新營竹綠亭송강 물 맑으니 내 갓끈 씻으리라 松江水潔濯吾纓세상 찾는 발길 모두 뿌리치고는 世間車馬都揮絶 강산 청풍명월 그대와 품평하리 山月江風與爾評 제목 ‘도문사(道文師)’는 스님인 도문(道文)이란 뜻이다. 동시대에 백광훈(白光勳, 1537~1582)이 쓴 〈도문 상인을 전송하다[送道文上人]〉는 시가 《옥봉집(玉峯集)》 상(上)에 실려 있는데, 같은 사람인 듯하다. 다만, 도문에 어떤 사람인지 구체적인 정보는 찾을 수 없다. 죽록정은 송강정 원래 이름으로 전남 담양군 고서면 원강리에 있다. 훗날 후손들이 중건하면서 송강정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둘째 행 ‘송강 물 맑으니 내 갓끈 씻으리라’란 말.. 2018. 10. 23. 만리밖 아스라히 평호 비추는 조각달 정철(鄭澈, 1536~1593), 〈평호당(平湖堂)〉 기호철 譯 〈평호당(平湖堂)〉 2수 우주간에 아직까지 살아남아 宇宙殘生在 강호속에 흰머리만 늘어가네 江湖白髮多청명시대 통곡일랑 그만두고 明時休痛哭거나해져 소리높여 노래하리 醉後一長歌 먼 봉우리 자꾸 개었다흐렸다 遠岫頻晴雨어촌은 돌연 보였다 사라지네 漁村乍有無작은배 한 척에 조각달 하나만 孤舟一片月만리밖 아스라히 평호 비추네 萬里照平湖 2018. 10. 23. 자라나는 흰머리 무슨 수로 막겠는가? 〈가을날 짓다[秋日作]〉 [조선) 정철(鄭澈, 1536~1593) / 기호철 譯解 산비는 밤에 들자 댓잎을 울리고풀벌레 가을 되자 침상에 오르네흐르는 세월 어찌 머물게 하리오자라는 흰머리 막지도 못하거늘 山雨夜鳴竹, 草虫秋近床。流年那可駐? 白髮不禁長。 1, 2행 “산비는 밤에 들자 댓잎을 울리고, 풀벌레 가을 되자 침상에 오른다.[山雨夜鳴竹 草虫秋近床]”는 구절은 이미 하서(河西) 김인후(金麟厚, 1510~1560)의 《백련초해(百聯抄解)》와 작자 미상의 《추구(推句)》에도 수록되어 애송되는 것인데, ‘草虫秋近床’이 ‘草虫秋入床’으로 되어 있다. 2018. 10. 22. 중이 날짜는 알아 뭣에 쓰건디? 산승의 시축에 쓰다[題山僧軸] [조선] 정철(鄭澈, 1536~1593) / 기호철 譯評 무슨 날인지 중이 알아 무엇하리 산에 핀 꽃이 사계절 기억하거늘 때론 푸른 하늘구름 속에서 오동잎 보며 앉아 시나 쓰소 曆日僧何識? 山花記四時。時於碧雲裏, 桐葉坐題詩。 오동잎 보며 시를 쓴다는 것은 북위(北魏) 고조(高祖)가 원림에서 신하들에게 연회를 베풀었는데 오동나무 잎이 무성하자 신하들의 훌륭한 덕과 모습을 찬미한 시를 지었다는 고사에서 나온 말이다.(《魏書 卷21下 彭城王傳》) 이에서 유래해 후대에는 모춘(暮春)에 신하들이 모여 연회함을 뜻하는 말로 쓰인다. 당(唐)나라 두목(杜牧)의 〈제동엽시(題桐葉詩)〉에 “강가 누각에서 오늘 돌아가는 제비를 보내노니, 바로 작년에 나뭇잎 보며 시를 쓰던 때로다.〔江樓今日送.. 2018. 10. 22. 몇번이나 다시 올 수 있으려나 한시, 계절의 노래(207) 죽림사에 부쳐(題竹林寺) [唐] 주방(朱放) / 김영문 選譯評 세월은 사람 삶재촉하는데 안개와 노을이곳에 많네 은근한 죽림사여기 절집을 다시 또 몇 번이나올 수 있으랴 歲月人間促, 煙霞此地多. 殷勤竹林寺, 能得幾回過. 오늘은 매화산 청량사에 들르는 날이다. 가을 단풍 속 선경에서 하룻밤 묵을 예정이다. 경향 각지의 도반들과 오랜만에 두런두런 격조했던 이야기를 나눌 것이다. 한시 몇 수를 준비하여 조촐한 저녁 시간을 즐길 것이다. 가을 저녁 산등성과 산골짝으로 두루 퍼져가는 그윽한 범종 소리에 귀 기울일 것이다. 아마 하늘에서는 반달을 지난 가을 달이 수만 골짝 개울을 비출 것이고, 어쩌면 그 공산명월을 스치며 날아가는 이른 기러기떼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가을벌레 소리는 .. 2018. 10. 21. 추수 끝나도 붉은 찰벼는 드문데 한시, 계절의 노래(206) 술이 익다(酒熟) 첫째 [明] 굴대균(屈大均) / 김영문 選譯評 빚은 술 원액 새로 내와그 맛이 달콤한데 아이들은 지게미 먹고아버지는 술 마시네 안타까워라 추수 끝나도붉은 찰벼 드문지라 포의 선비 더 이상동쪽 울로 가지 못하네 酒娘新出味如飴, 兒女餔糟父啜醨. 恨絕秋收紅糯少, 白衣無復到東籬. 이런 시를 올리면 틀림없이 어떤 분은 왕조 시절 한가한 유생의 비현실적 신세타령이라고 비웃을 것이다. 먹을 것 다 먹고, 입을 것 다 입고, 벼슬할 것 다 한 후 시골로 내려와 고고한 은사인 척 폼을 잡는다고 말이다. 그런데 이렇게 비판하는 분들 대부분도 현재 노동자 농민의 현장에서 동떨어진 삶을 사는 분들이다. 책상 앞에 앉아 관념 속 색깔론에 물들어 프롤레타리아도 아닌 자들이 프롤레타리.. 2018. 10. 20. 이전 1 ··· 38 39 40 41 42 43 44 ··· 93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