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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詩 & 漢文&漢文法556

돌무더기여, 방해하지 말지어다 한시, 계절의 노래(170) 어지러운 돌무더기(亂石) 唐 이상은 / 김영문 選譯評 범과 용이 웅크린 듯종횡으로 뒤엉켜서 별빛 점차 스러지니빗방울이 맺히네 동서로 오가는 길방해하지 말기를 술고래 완적이통곡하다 죽을 테니 虎踞龍蹲縱復橫, 星光漸減雨痕生. 不須幷礙東西路, 哭殺廚頭阮步兵. 이상은 시는 대부분 난해하다. 어휘 구사가 생경하고 느닷없다. 하지만 특이하고 기발한 특징을 보인다. 그의 시를 마주하면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다. 수수께끼를 풀 듯 시에 집중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복잡한 미로 속을 헤매느라 출구를 찾지 못한다. 그래도 이 시는 이상은의 시 중에서 평이한 편에 속한다. 기암괴석이 마구 엉긴 모습을 범과 용이 웅크린 것으로 비유한 기구(起句)는 쉽게 이해가 된다. 그럼 승구(承句) “별빛 점차.. 2018. 9. 13.
퇴락한 사당에서 생각하는 제갈량 한시, 계절의 노래(169) 무후 사당(武侯廟)(사당은 백제성 서쪽 교외에 있다) 당 두보 / 김영문 選譯評 남은 사당에단청은 퇴락 텅 빈 산엔초목만 가득 후주를 떠나는 소리들려오나니 다시는 남양 땅에눕지 못했네 遺廟丹靑落, 空山草木長. 猶聞辭後主, 不復臥南陽. 중국 남양(南陽), 성도(成都), 양양(襄陽), 기주(夔州) 등지에 모두 제갈량 사당이 있다. 이 시에 나오는 제갈량 사당은 기주에 있는 고묘(古廟)다. 옛 백제성 서쪽 교외로 지금은 충칭시(重慶市) 펑제현(奉節縣)에 속한다. 백제성이 어떤 곳인가? 촉한 선제(先帝) 유비가 세상을 떠난 곳이다. 유비가 세상을 떠난 곳에 자리한 무후사(武侯祠)이므로 한층 더 비장하고 엄숙하다. 유비의 삼고초려(三顧草廬)에 응하여 남양 땅을 떠나올 때 제갈량은 다시.. 2018. 9. 13.
말이 없어야 한다는 말은? 한시, 계절의 노래(168) 노자를 읽다(讀老子) 당 백거이 / 김영문 選譯評 침묵하는 지자보다말하는 자가 못하단 말 이 말을 나는야노자에게 들었네 만약에 노자를지자라고 말한다면 어찌하여 자신은오천 자를 지었을까? 言者不如知者默, 此語吾聞於老君. 若道老君是知者, 緣何自著五千文. 형용모순 또는 모순어법이라는 말이 있다. 한 문장 안에 모순된 상황을 나열하여 전달하려는 의미를 더욱 강화하는 수사법이다. 가령 “소리 없는 아우성”, “반드시 죽어야 산다(必死卽生)”, “눈을 감아야 보인다” “색은 곧 공이요, 공은 곧 색이다(色卽是空, 空卽是色) 등등, 곰곰이 따져보면 말이 안 되지만 일상에서 흔히 쓰이면서 말하려는 주제를 극적으로 전달한다. 우리 주위의 고전 중에서 형용모순으로 가득 찬 책은 바로 『노자(老.. 2018. 9. 13.
알알이 황금인 벼 한시, 계절의 노래(167) 벼가 익다 세 수(禾熟三首) 중 둘째 송 공평중 / 김영문 選譯評 풍년 기상이사람 마음 위로하니 참새 짹짹 소리도아름답게 들리네 산해진미 먹는 아이이 느낌 어찌 알리 시골집 곡식 알알모두가 황금임을 豐年氣象慰人心, 鳥雀啾嘲亦好音. 玉食兒郞豈知此, 田家粒粒是黃金.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가을날」을 읊조리는 시절이다. “주여, 때가 왔습니다./ 지난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마지막 과일들이 무르익도록 명하소서/ 이틀만 더 남국의 날을 베푸시어/ 과일들의 완성을 재촉하시고, 독한 포도주에는/ 마지막 단맛이 스미게 하소서” 100여년 만에 가장 무더웠다는 올 여름도 지나가고 들판에는 벼 익는 냄새가 구수하게 번진다. 가을장마도 끝났으므로 이제는 마지막 따가운 가을 햇볕이 .. 2018. 9. 8.
골수가 시린 가을밤 한시, 계절의 노래(166) 가을밤(秋夜) 당 왕건(王建) / 김영문 選譯評 밤 길어 나뭇잎이슬 떨구고 가을벌레 문으로 들어날아 다니네 눕는 일 많으니골수가 시려 일어나 낡은 솜옷덮어본다네 夜久葉露滴, 秋蟲入戶飛. 臥多骨髓冷, 起覆舊綿衣. 가을을 상징하는 건 뭘까? 청명한 하늘, 맑은 공기, 울긋불긋한 단풍, 황금 들판, 하얀 억새, 노란 국화, 붉은 노을, 풀벌레 소리, 찬 서리, 빨간 감, 보랏빛 들국화, 투명한 달밤, 휑한 마음 등을 들 수 있으리라. 가을 정취가 흠뻑 배어 있다. 하지만 곰곰이 들여다보면 이런 풍경은 대개 중추(中秋) 이후의 계절 변화에서 오는 이미지들이다. 그럼 우리가 소소한 일상 속에서 초가을의 정취를 몸으로 느낄 때는 언제일까? 이 시가 그런 느낌을 잘 전달한다. 위에서 열거.. 2018. 9. 8.
가시 보고 싶어 장미를 심고는 한시, 계절의 노래(165) 흥화사 정원 정자에 쓰다(題興化寺園亭) 당 가도 / 김영문 選譯評 천 집을 허물어못 하나 파서 복숭아 오얏 심지 않고장미 심었네 장미꽃 지고추풍이 불면 정원 가득 가시 남는 걸비로소 알리 破却千家作一池, 不栽桃李種薔薇. 薔薇花落秋風起, 荊棘滿庭君始知. 돈과 권력을 종교로 떠받드는 자들은 다른 사람의 비애나 고통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수많은 사람의 터전을 빼앗아 자신을 과시하기에 급급한다. 천 명이 사는 집을 허물어 자신만을 위한 관상용 연못을 만든다. 자신의 힘을 과시하기 위해 온갖 갑질에 전념한다. 인간으로서 해서는 안 될 만행을 저지르고도 아무런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않는다. 이 시인은 또 복숭아나 오얏을 심으면 봄에는 꽃을 감상할 수 있고, 여름에는 열매를 먹을 수 있다.. 2018. 9.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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