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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詩 & 漢文&漢文法556

아미산에 뜬 달 한시, 계절의 노래(176) 아미산 달 타령(峨眉山月歌) 당 이백 / 김영문 選譯評 아미산에 반달 뜬이 가을날에 달그림자 평강강에비쳐 흐르네 밤중에 청계 떠나삼협 향하며 그리운 임 못 만나고투주로 가네 峨眉山月半輪秋, 影入平羌江水流. 夜發淸溪向三峽, 思君不見下渝州. 너무 식상한 평어(評語)이지만 또 다시 천의무봉이란 말을 쓸 수밖에 없다. 칠언절구는 4구 28자로 구성되는 지극히 정련된 시 형식이다. 이처럼 짧은 시에 지명이 다섯 개나 등장한다. 아미산(峨眉山), 평강강(平羌江), 청계(淸溪), 삼협(三峽), 투주(渝州)가 그것이다. 총 28자 중 12자가 지명이다. 동서고금의 어떤 시인이 시 한 수를 지으면서 거의 절반에 가까운 시어를 지명으로 채울까? 그런데도 전혀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다. 오히려 .. 2018. 9. 18.
천문산 바라보는 이태백 한시, 계절의 노래(175) 천문산 바라보며(望天門山) 당 이백 / 김영문 選譯評 천문산이 중간에 끊겨초강이 열리니 벽옥 강물 동류하다북쪽으로 감아도네 양쪽 강안 푸른 산이마주한 채 튀어나오자 외로운 돛 한 조각태양 곁에서 다가오네 天門中斷楚江開, 碧水東流至北回. 兩岸靑山相對出, 孤帆一片日邊來. 산은 강을 건너지 못하고, 강은 산을 넘지 못한다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곳곳의 강산을 유람해보면 강이 산을 꿰뚫고, 산이 강을 건너는 곳이 허다함을 알 수 있다. 천고의 세월은 강과 산의 한계를 무너뜨리고 말 그대로 아름다운 ‘강산’을 빚어낸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라는 말이 성립하듯, “산은 산이 아니요, 물은 물이 아니다”라는 말도 성립한다. 한계를 돌파한 곳에서 새로운 천지가 열리는 법이다. 강과.. 2018. 9. 17.
가을비 안개속 한시, 계절의 노래(174) 가을비 탄식 10수 중(秋雨歎十解) 아홉째 [宋] 양만리(楊萬里, 1127 ~ 1206) / 김영문 選譯評 안개인 듯 먼지인 듯있는 듯 없는 듯 순식간에 짙어졌다다시 또 듬성듬성 구월 새벽 맑은 서리홀연히 망각하고 이월 초 몽몽한 날씨그대로 불러오네 似霧如塵有却無, 須臾密密復疏疏. 忽忘九月淸霜曉, 喚作濛濛二月初. 안개보다는 굵고 이슬비보다는 가는 비, 안개도 아니고 이슬비도 아닌 비를 ‘는개’라고 한다. 는개는 온 천지를 몽몽하게 덮으면서 사람의 마음까지 적신다. 가을인데도 마치 봄처럼 느껴져 저 강변 어디 촉촉한 버드나무엔 연초록 새싹이 돋을 듯하다. 도종환의 「가을비」가 떠오른다. “어제 우리가 함께 사랑하던 자리에/ 오늘 가을비가 내립니다// 우리가 서로 사랑하는 동안/.. 2018. 9. 17.
초가을 비갠 밤 초승달 한시, 계절의 노래(173) 초가을 비가 개다(初秋雨晴) 송 주숙진 / 김영문 選譯評 비 갠 후 시원한 바람더위를 거둬가자 뜰앞 오동 잎잎마다초가을 알리네 뜬 구름 황혼 좇아모두 떠나자 누각 모서리 초생달이옥 갈고린양 걸려 있네 雨後風凉暑氣收, 庭梧葉葉報初秋. 浮雲盡逐黃昏去, 樓角新蟾掛玉鉤. 주숙진은 남송 시단에서 이청조(李淸照)와 쌍벽을 이루는 여성 시인이다. 대략 이청조보다 50여 년 늦게 태어나 맑고 애절한 시풍으로 일세를 풍미했다. 그러나 시를 모르는 저속한 벼슬아치에게 시집가서 불화하다가 우울증이 겹쳐 마흔 중반쯤 세상을 떠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설에는 호수에 뛰어들어 자결했다고도 한다. 그의 사(詞) 「생사자(生査子)·정월대보름(元夕)」에 나오는 “버드나무 꼭대기에 달 떠오를 때, 황혼 뒤.. 2018. 9. 17.
사립문 기대어 자식을 기다리며 한시, 계절의 노래(172) 동파 선생 시를 차운하다(次東坡先生韻) 송 장효상(張孝祥) / 김영문 選譯評 아득하게 강남 땅바라다보니 자욱한 안개 속에태양이 뜨네 백발성성 양친께선대문에 기대 자식 돌아 오기를손꼽는다네 悠然望江南, 日出煙靄微. 倚門雙白發, 屈指待兒歸. 백발이 성성한 부모가 대문에 기대 기다리는 자식은 어디로 갔을까? 왜 돌아오지 않는 걸까? 중국 강남은 대지도 넓은 데다 강, 호수, 운하가 많아 안개가 끼면 정말 망망한 느낌이 든다. 태양이 떠도 달처럼 보이며 사방을 분간할 수 없다. 오리무중(五里霧中)이란 말을 저절로 이해할 수 있다. 태양은 떴으나 망망한 대지를 바라보며 백발 부모는 자식을 기다린다. 군대에 갔을까? 공부하러 갔을까? 이도 저도 아니라면 젊음의 방황 때문에 집으로 돌아오.. 2018. 9. 13.
제비 전송하며 한시, 계절의 노래(171) 제비를 보내며(送燕) 명 석보(石寶) / 김영문 選譯評 가을 제사 소식 일찍 듣고돌아갈 생각으로 새로 낳은 새끼 위해날개옷 다듬누나 옛 보루는 내년에도아무 탈 없을 테니 주렴에 동풍 불 때날아오길 기다리리 蚤聞秋社已思歸, 更爲新雛櫛羽衣. 故壘明年管無恙, 東風簾幕待君飛. 추사(秋社)는 옛날 가을철에 토지신에게 올리던 제사다. 민간에서도 선조들 산소를 찾아 시제(時祭)를 올렸다. 지금도 각 문중마다 시제를 올리는 풍습이 남아 있다. 시제 때 축관이 축문 읽는 소리를 들으면 자못 엄숙하고 창망한 느낌이 든다. “계절은 흘러 서리와 이슬이 이미 내렸습니다. 선영을 소제하고 올려다보니 그리운 마음 이길 수 없습니다. 삼가 맑은 술과 몇 가지 제수로 경건히 시제를 올립니다. 흠향해주시옵.. 2018. 9.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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