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분류 전체보기21759 [발칸기행](32) 대청소 하는 날 이제 나들이 열흘이라 손톱도 자라고 발톱도 자랐으니 왁싱해야 할 때다. 어제 나가 떨어지는 바람에 근질근질한 몸뚱아리는 샤워로 씻어내고 덩달아 시염도 쳤다. 오모나 달라진 내 얼굴. 수염 하나 밀었을 뿐인데.. 수염 치기 직전 저 몰골로 내 투숙한 내 호텔 내 식당에서 우거적우거적 씹고 있으니 호텔 종업원이 유독 나만 골라 몇 호 투숙객이냐 물어보지 않았겠는가? 어디 동네 걸베이 난민 거지 온 줄 알았겠지. 산뜻 샴푸 냄새 채 가시지 않은 상태서 장비를 푼다. 먼저 손톱을 친다. 뭐 이 정도면 장화홍련전 출연해도 되겠다 싶은만큼 손톱이 자랐다. 다음 발톱. 생각보단 생장이 느리다. 하도 싸질러다녀 자연 마모됐나 보다. 다음 귀를 후빈다. 생각보다 왕거니가 걸리지 아니해서 실망하지만 종유석 같은 덩치가 스.. 2024. 10. 24. 사또 재판의 시말 (2) 언제 주리를 트는가? 대개 우리는 조선시대 재판에는 고문이 일상적이었다 생각한다. 물론 이것이 꼭 틀리다고는 할 수는 없다. 예를 들어 초검과 재검까지는 딱 잡아 떼던 피의자가 삼검 때 갑자기 다 자백한 걸로 조선시대 보고서에 나오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는 필자가 보기엔 잡아다 팬 것이다. 우리는 조선시대 재판관은 재판 중에 패는데 전혀 부담이 없었을 것 같지만, 조선시대 검험을 담당한 관리가 반드시 숙지해야 하는 책이 바로 "무원록無寃錄"이다. 원통함이 없도록 하자는게 책 제목인데 일단 잡아 놓고 패는 것-. 물론 그 시대에 그리 할 수는 있겠지만 조선시대도 역시 내가 사람을 패서 사건을 해결했다고 사또가 자랑스레 말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는 말이다. 조선시대에 관련자를 취조하는 상황을 보면, 대개 사또가 사건을 정.. 2024. 10. 24. 사또재판의 시말 (1) 전광석화 같은 속도 조선시대 사또 재판이라는 말이 있다. 뭐 엉터리 재판이라는 뜻일 게다. 대략 조선시대 사또 하면 옛날 웃으면 복이와요에서 서영춘씨가 구봉서씨가 글자 하나 제대로 못 읽는 사또로 나와서 엉터리 재판을 하는 모습이 익숙해 있다. 범인으로 의심할 만한 사람이 잡히면 일단 주리부터 틀고봤으리라 생각들 한다. 그런데 미안하지만 조선시대 사또 재판은 그런 식으로 진행되지 않았다. 조선시대 사또재판이 어떻게 진행되었는가 하는 건 지금 그 보고서가 꽤 남아 있다. 이 보고서를 보면 가장 놀라는 것이 그 재판 속도다. 대개 사망사건이 났다 하고 고소가 들어오면 그 다음날 벌써 현지 군수가 시신이 놓여 있는 곳에 가서 검시를 시작한다. 길어도 일주일까지 가는 경우가 없다. 대개 재검은 초검이 있고 나서 빠르면 열흘 이내,.. 2024. 10. 23. [크레타통신] 단군할배부터 반품해야 인간적으로다가 너무 징글징글 맞다. 첫째 박물관 규모는 코딱지요 그 겉모습 볼품없으나 내부는 상당히 최신화했고 둘째 그 컬렉션 규모가 압도하며 셋째 그 수준 하나하나가 당대 최첨단을 구가한다.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그네가 정점에 이른 그 시기 지금의 그리스는 그 어디에도 뒤지지 않았고 사막에 갇혀 물놀이나 즐긴 저들보다는 훨씬 외부로 열렸다. 이라클리오 고고학박물관 들어선지 한 시간 만에 넉다운이다. 가뜩이나 체력방전이요 그에다가 이 광활한 컬렉션이 주는 시기 질투 분노가 나를 무력케 한다. 멧돼지 송곳니 투구나 봐야겠다. 그건 그거고 진짜 조상 잘 만나야 한다. 그래서 후손이 성공한다는 말은 아니다. 후손이 장사해먹을 거리는 우리가 마련해줘야 한단 뜻이다. 우린 단군할배 잘못 만났다. 반품이 가능하다.. 2024. 10. 23. 편지봉투 쓰는 데도 격식이 있나니 지금까지도 근대 문인이라 해서 한 손가락에 꼽히는 인물 중 한 분인 상허 이태준(1904-?). 글 쓰는 법을 가르치는 《문장강화》로 이름이 높지만, 편지 쓰는 법을 일러둔 《서간문강화》란 책을 낸 일은 잘 알려져있지 않다. 요즘이야 손편지 쓰는 분이 드물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e-mail이나 문자 카톡이란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오직 종이에 글자를 적어 부치는 편지, 엽서, 간찰만이 멀리 있는 이에게 소식을 전하는 수단이었다.그런데 그걸 보내려면 봉투에 넣어야 할 터. 거기 받을 사람의 주소를 제대로 적고 우표도 붙이고 해야 하는데 때에 따라, 봉투 종류에 따라 적는 문구나 방법이 달라진다. 헌데 당시에도 그 격식이 헷갈리는 분이 적잖았던 모양이다. 이에 상허 선생은 한가지 수를 낸다. 자신이 받.. 2024. 10. 23. 편집의 힘, 증보문헌비고의 경우 보는 사람에 따라 대한제국 최후의 업적이라고 할 수도 있을 거대한 유서類書 .정말 다행스럽게도 국역이 세종대왕기념사업회에서 나와 지금 서비스 중이다.뒤적뒤적거리는데, 생각보다 재미있다.특히나 원문을 살짝살짝 떼내어 짜깁기하는 그 솜씨가 예술이라 까딱 잘못하면 무슨 말인지 헷갈릴 뻔 하기도 한다.예를 들면, 그 유명한 최승로의 를 인용한 이 부분을 보자.정광正匡 최승로의 상소에 이르기를, "서인庶人 백성이 문채文彩를 입지 못하는 것은 귀천貴賤을 구별하고 존비尊卑를 분변하기 위한 까닭입니다. 문채 있는 물건은 모두 토산土産이 아니니, 사람마다 입는다면 사치스럽고 참람됨이 절도節度가 없게 되고 재물을 소모하는 한탄이 있을 것입니다. 에 이르기를, '천자天子는 당堂이 9척尺이고 제후諸侯는 당이 7척이라'고 하여.. 2024. 10. 23. 이전 1 ··· 751 752 753 754 755 756 757 ··· 3627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