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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오려나? 한시, 계절의 노래(224) 눈이 오려나(雪意) [宋] 주희 / 김영문 選譯評 저녁 무렵 뜬 구름이 사방에 평평하더니 북풍이 노호하며 새벽까지 불어대네 추운 창에 온 밤 내내 정신 맑고 잠이 안 와 삼나무 대나무 잎에서 나는 소리 듣고 있네 向晚浮雲四面平, 北風號怒達天明. 寒窗一夜淸無睡, 擬聽杉篁葉上聲. 나이가 들어서 잠이 없어진 것일까? 정좌(靜坐)에 들어 격물치지(格物致知)하느라 밤을 꼬박 새운 것일까? 삼나무와 대나무 잎새 위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천지자연의 리(理)를 알리는 자명종일까? 과연 격물을 통해 치지에 이를 수는 있을까? 왕양명(王陽明)은 정좌를 통해 대나무를 바라보며 격물을 추구했지만 아무 것도 얻지 못하고 병만 얻었다. 이에 리(理)는 물(物)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나의 심(心)에 있을 .. 2018. 12. 13.
뭐든 크고 보는 중국, 불알도 크다 중국은 뭐건 크고 본다. 대따시 커서 오만잡것도 다 크다. 불알도 커서 난공불락이다. 남경(南京) 인근 단양(丹陽)은 남조 육조시대 황가 공동묘지가 있던 곳이다. 제왕 무덤은 거의가 도굴 등으로 사라지고 그 능묘를 장식한 석조물인 석각(石刻) 일부만 덩그러니 남았을 뿐이다. 이를 남조능묘석각(南朝陵墓石刻)이라 통칭한다. 그곳에 남제(南齊) 명황제(明皇帝) 소란(蕭鸞, 452 ~ 498, 재위 494~ 498) 무덤 흥안릉(興安陵)이 있어, 소개하는 저 거대한 기린 혹은 천록(天鹿)이라 칭하는 장식물 중 하나다. 그 불알을 본다. 끄터머리가 날아갔다. 아까비! 얼마나 큰지 실감이 안난다. 스케일 바가 없어서다. 그래서 방법을 썼다. 손을 썼다. 손을 쓰면 서기 마련인 까닭이다. 두툼하다. 우리도 좀 크게 .. 2018. 12. 13.
동아시아 세계를 지배한 월드스타 소동파 문화사 관점에서 동아시아 세계 최초의 월드스타는 단연 낙천(樂天) 백거이(白居易, 772~846)였으며, 그 뒤를 이은 이가 동파(東坡) 소식(蘇軾, 1037~1101)이라는 말을 나는 여러 번 했다. 백낙천이 등장하고, 그가 장한가(長恨歌)를 발표하자, 동아시아 세계는 열광했다. 그는 당대의 기린아였다. 장한가와 비파행(琵琶行)를 비롯한 새로운 작품을 발표하면, 그 소식은 삽시간에 국경을 넘어 동아시아 세계로 퍼져나갔고, 그의 시집은 금새 바다를 건너 신라로, 그리고 일본 열도로 퍼졌다. 《겐지 모노가타리(源氏物語)》를 보면, 좀 산다는 왜놈들은 병풍마다 장한가 그림으로 떡칠했음을 엿본다. 그의 인기가 시들해질 즈음, 소동파가 혜성처럼 등장한다. 그의 적벽부(赤壁賦)는 동파를 각인한 최고의 히트 송이었.. 2018. 12. 12.
굴불사지 십일면관음상 Avalokiteshvara with Eleven Faces  Avalokiteshvara with Eleven Faces at the Site of Gulbulsa Temple, Gyeongju Unified Silla Period (668~935 AD.) 경주 굴불사지 십일면관음보살 2018. 12. 12.
Thousand-armed or Hedgehog Avalokiteshvara? 어제인가 국립중앙박물관 '대고려전' 출품작 중 천수관음 이야기를 하면서, 나는 기회가 닿으면, 프랑스 파리 소재 동양전문박물관인 기메박물관 소장 '진짜 천수관음'을 소개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진짜라고 하는 까닭은 천수관음은 팔이 천 개인 관음을 말하지만, 여러 이유로 실제 그것을 구상할 때는 고작 손이라고 해 봐야 마흔개 혹은 마흔두개에 지나지 않지만, 이건 진짜로 팔 천개를 만들고자 한 까닭이다. 물론 이것도 실제 팔은 갯수 천 개는 되진 않겠지만, 마흔개 어간으로 깔짝깔짝 대면서 천수관음입네 하는 다른 것들을 압도하고 비웃는다. 그렇다면 이 천수관음 정체는 어떠한가? 박물관 설명문은 이렇다. Avalokiteshvara à mille bras VietnamFin 18e-début 19 siecleB.. 2018. 12. 12.
"인간아, 넌 잠도 없냐?" 한시, 계절의 노래(223) 추운 밤(寒夜) [淸] 원매(袁枚) / 김영문 選譯評 추운 밤 책 읽다가잠조차 잊었는데 비단 이불에 재만 남고향로에는 연기 없네 고운 사람 화가 나서서책 빼앗으며 낭군님아 지금 한밤몇 시인지 아시나요 寒夜讀書忘却眠, 錦衾香燼爐無煙. 美人含怒奪書去, 問郞知是幾更天. 책 읽기에 미친 사람을 서치(書癡)라고 부른다. 우리말로는 ‘책바보’ 또는 ‘책벌레’ 정도로 번역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치(癡)’ 자 속에는 매우 다양한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멍청하다’, ‘굼뜨다’, ‘미치다’, ‘빠져들다’, ‘천진하다’, ‘병적이다’, ‘집중하다’, ‘정을 쏟다’ 등등... 책에 빠져들어 ‘치(癡)’의 상태에 이르면 이런 각종 증세를 드러낸다. 중국 현대 작가 중에서 서정 수필로 유명한.. 2018. 1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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