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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홀로 머리를 치고서 봐 줄 사람도 없지만, 석달이나 떠돌이 생활을 해야 하는 나 같은 사람한테 고역 중 하나가 머리다. 그냥 되는 대로 다니면 되겠지만, 귀밑으로 무질서하게 자라는 머리카락이 영 내가 싫었으니 그래서 할 수 없이 저 옆머리 만큼은 치자 해서 부엌에 가위가 있기에 그걸로 샤워하는 김에 대강 쳤다.실은 애들이 곧 합류하니 그놈들더러 간단하게나마 쳐달라 할까도 했지만 쇠뿔도 당기는 김에 빼는 기분으로 그냥 거울 보며 쳐봤다.저리 함부로 친 머리를 내 어릴 적 우리 동네에서는 쥐가 파 먹은 듯하다 했으니 딱 그 꼴이다. 그래도 삐죽 나온 옆머리를 없애고 나니 괜히 기분이 좋다. 그런대로 흉내는 낸 셈이다. 미용실 찾아가면 되겠지만, 또 친한 지인이 있으면 부탁하면 되겠지만 둘 다 나한테는 여의치 않다.여기 들어가서.. 2024. 12. 10.
나는 나에 대한 일상의 사관이 되어야 한다 말처럼 쉽지 않다. 나 역시 그리해야 한다 매번 굳은 결심을 하지만, 용두사미라 하루이틀 하다가 흐지부지 그만두고 마는 일이 습성이 되었다. 아끼다 X된단 말이 있다. 물론 꼭 아끼려 해서 그런 것은 아닌데, 오후에 하지, 내일 하지 하다간 어영부영 하다가 영영 묻고 만 이야기가 얼마나 많은가?물론 모든 이야기를 까발려야 하는 것은 아니다. 나아가 내 시시콜콜한 일상을 남들이 다 알아야 하는 이유도 없기는 하지만일기 쓰듯이 그날 주요 일상은 그날그날 처리하는 버릇을 들여야 한다고 나는 본다. 훗날을 위해서다. 그 훗날 그것을 회고록 집필에 이용할지 어떨지는 모르나, 내가 분명 어느 때 어떤 자리에 갔는데, 그런 종적을 남겨놓지 아니해서 애를 태우는 일이 한두 번인가?그 훗날 꼭 쓰임이 다시 있을런지 아닌.. 2024. 12. 10.
집사근執事勤, 이완용의 모토 [일할 때는 부지런하게]만고 역적 일당 이완용(1858~1926)이 쓴 두인頭印 중 하나다.집사근執事勤 곧 '일할 때는 부지런하게'란 뜻의 단어인데그의 전기 를 보면 실제 이완용은 어떤 일이든 꽤나 열심히 했고 게으름을 피지 않았다고 한다.그래서 나라 파는 일도 그리 부지런하게 했나 싶지만 말이다. 도장 재질은 아마 수산석壽山石 같은 돌일 테고, 각刻을 누가 했을까 궁금한데 일본 전각가일 가능성이 없지 않아 보인다. 인줏빛이 지금도 저리 선명한 걸 보면 경면주사 함량이 높은 고급품이다. 하기야 당연하게도 이완용 후작 정도 되는 부자 귀족이 아무거나 썼겠는가. 2024. 12. 10.
시시각각 춤추는 에트나 에트나Etna는 역시 따듯한 남영동 웃목에서 사진이나 영상으로 감상해야지 실지는 변덕스럽기 짝이 없어조금전까진 눈발을 뿌리더니 언제 그랬다는양 지금은 빛이 든다.해발 3,350미터.분화구가 저 꼭대기에도 있는지 모르나 내가 가야할 데는 해발 2,000미터 고지라 하는 걸 보면 딱 옆구리 터진 김밥이다.카타니아 시내서 관광버스로 대략 두 시간가량 산을 올라 분화구 500미터 앞둔 지점이 차량 통행 막바지인듯 다들 내려 기상 상황을 보는 중이다.이곳 기상청에서 시시각각 에트나 기상을 예고하는지 인솔자가 기상앱을 보여주며 한 시간 뒤에는 햇빛이 날 것이며 그때 분화구로 가는 케이블카가 운행을 재개할지 모른다더니 진짜로 해가 난다.케이블카가 아니면 걸어서 가도 상관없다는데 나는 그만 부주의로 하필 걸치고 다닌 .. 2024. 12. 9.
에트나 화산을 향하여 화산을 둘러보는 관광차라 해서 버스 색깔이 저런지는 모르겠다.암튼 분화구까지 안내한다는데 일단 가서 봐야 한다.시칠리 동부 해안 중간쯤 위치하는 카타니아Catinia는 우리 개념 진산이라 그 기슭에 자리잡은 도회지만진산 치곤 참말로 더러워 걸핏하면 화산재를 뿜어내니 자칫하다간 구이되기 십상이다.요새야 경보시스템 발달해서 폼페이 같은 비극은 드물겠지만 운젠 화산 사례가 증명하듯 그 참사를 어찌 다 예견하겠는가?온 김에 에트나etna 화산을 어찌 지나칠 수 있겠는가?다행히 분화구까지 안내하는 관광 프로그램이 있다 해서 잽싸게 신청하고선 지금 출발한다.가서 봐야 뭘 짐작이라도 하지 지금은 무엇을 예단하지는 못하겠다. *** previous article ***  역시 아무 생각없이 들어선 시칠리아 2024. 12. 9.
독주하는 또 다른 각개 권력들, 부처 독재는 지금이 시작 이번 비상계엄 사태와 그에 따른 대통령 탄핵국면은 국가란 무엇인가를 필두로 하는 여러 문제를 근간에서 성찰하게 한다고 나는 보거니와 중심 권력을 상실한 사회가 어디로 튀는지 그 극단을 작금 저에 대한 수사기관 수사에서 여실히 본다. 검찰과 경찰은 지금 독주 중이라, 서로에 대한 견제도 상실하고선 거의 막가파 수준으로 달린다.그래 정당한 법 절차 행사인 측면도 있으니 막가파라 하기에는 그렇고 중앙에서 통제하지 않는 수사기관 권력은 참말로 무섭다. 저기다가 공수처까지 나선 마당이고 덧붙여 상설특검이니 하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나도는 것을 보면 작금 경찰이 검찰 말을 듣겠으며, 검경이 공수처 말을 듣겠는가?콧방귀도 안 뀐다. 경찰은 오랜 꿈이 검찰로부터의 독립이었으며 그 부문 일정한 타당성을 지닌 것만은 사실이.. 2024. 12.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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