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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알이 한점 그림이 되어 한시, 계절의 노래(191) 추일 잡영 여덟 수(秋日雜詠八首) 중 넷째 [宋] 육유(陸游) / 김영문 選譯評 잎 아래 고운 새는불러도 오지 않고 바람 속 작은 나비시든 잡초에 점을 찍네 집 남쪽 집 북쪽엔가을빛이 하 좋아라 여기저기 모든 곳이한 폭 그림이네 葉底珍禽不受呼, 弄風小蝶點殘蕪. 舍南舍北秋光好, 到處皆成一畫圖. 드라마 《미스터션샤인》에서 김희성은 봄밤을 즐기며 이렇게 중얼거렸다. “오늘은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여기 다 있구려.... 난 이리 무용한 것들을 좋아하오.... 봄, 꽃, 달....” 무용(無用)한 것으로 말하자면 봄보다는 가을에 훨씬 많다. 맑은 하늘, 붉은 잎, 하얀 억새, 스산한 바람, 가녀린 코스모스 여기에다 하늘색 쑥부쟁이, 애절한 풀벌레, 황금빛 국화, 투명한 햇볕, 찬란한 .. 2018. 10. 4.
자주색 기러기 한번 울자 붉은 잎 떨어지고 한시, 계절의 노래(190) 가을 저녁 누각에 올라(秋晚登樓) [淸] 축열림(祝悅霖) / 김영문 選譯評 바야흐로 비 개어기쁘게 발 걷으니 골목에는 구름처럼나락가리 쌓인 가을 자주색 기러기 한 번 울자붉은 잎 떨어지고 석양 속 한 사람죽서루에 기대 있네 卷簾恰喜雨初收, 村巷雲堆粳稻秋. 紫雁一聲紅葉落, 夕陽人倚竹西樓. 옛날 시골 가을 풍경 중 하나는 집집마다 낟가리를 쌓는 일이었다. 논에서 베어낸 벼를 한 단 한 단 묶어서 사람이 지게로 져서 나르거나 소 지르마로 실어서 날랐다. 자기 집 마당이나 공터에 벼를 차곡차곡 쟁여서 높다랗게 쌓아 올리고 타작할 때까지 그렇게 보관했다. 어릴 때 작은 지게로 벼를 져 나를 때는 어깨를 눌러오는 무게 때문에 힘들기도 했지만, 다른 아이들보다 한 단이라도 더 지려고 애를.. 2018. 10. 4.
역사덕후 문재인의 문화재 행보 이건 우리 문화재 담당 기자더러 하나 별도 기사화를 주문할까 하다가, 너 문빠냐 어쩌나 하는 말이 일각에서 나올 것이 빤해 이것으로 갈음하고자 한다. 제목이 말한 저 행보, 문통이 유별나다. 역대 대통령 중에서 평가건대, 역사 혹은 문화재에 대한 관심이 박정희와 더불어 최고를 다툴 만한 행적을 보인다. 주지하듯이 문화재 현장을 자주 찾은 역대 대통령으로 박정희를 능가할 이는 아직 없다. 그의 기나긴 재위기간을 감안한다 해도, 그는 주요 발굴현장까지 친림하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한데 취임 1년 반밖에 되지 않은 문통 역시 그에 못지 않은 행보를 보이거니와, 언제나 우리 사회 다른 부문에 견주어 언제나 열세를 면치 못하는 문화재계에 이는 분명 고무적인 현상이라는 말, 사석에서 나는 자주 한다. 문통 자서전.. 2018. 10. 3.
그 나물에 그 밥, 신라사 지난 100년의 역사 근자 어떤 자리에서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실장 전보가 예정된 유병하 국립경주박물관장을 만났더니, 새삼스레 명함 한 장 달라면서 이르기를, "최근에 나온 책자들 좀 보내주겠다"고 한다. 며칠 뒤, 저들 책자 4종이 우편물에 묻어왔다. 뜯어보니 지난 8~9월 두 달간 경주 지역에서 열린 신라 및 박물관 방재 시스템 관련 학술대회 발표집이었다. 주최별로 보니 국립경주박물관이 주최한 것으로는 '6세기 신라 석비石碑의 세계' 한 종이 있고, 나머지는 유관 기관들이 개최한 것들이었다. 지진방재 심포지엄이야 워낙 분야가 달라 논외로 치고, 이른바 정통 역사학, 정통 신라사 분야 직업적 학문종사자들이 관여했을 법한 학술대회 발표집을 죽 훑어봤다. 저런 학술대회가 열린다는 소식과 그 내용은 이런저런 경로를 통해 듣기도 .. 2018. 10. 3.
꽃에 깃든 가을 서리를 깔보고 고고한 절개를 자랑한다 해서 국화를 오상고절(傲霜孤節)이라 했던가? 보니, 국적 불명한 이 가을꽃 역시 그에 버금하니, 근자 주변에 흔히 보이는 이 꽃이 무어냐 물으니, 가우라(gaura)라 하는 분홍바늘꽃이라는데, 이르기를 미국 원산지로 2년생 또는 다년생 초본으로 근경이나 종자로 번식한다고 하거니와, 관상용으로 식재하며 자연상태에서 월동하며 자란다나 어쩐다나? 국화여, 긴장하라! 언제까지 연명 도씨 기대어 독고다이할 수는 없는 법, 적자생존으로 역사는 흘렀거니와, 그대 역시 넘버2, 넘버3로 밀려나지 말란 법은 하늘 땅 어디에도 없으리라. 2018. 10. 2.
홍시 모노가타리 아직 이 단계는 아니나, 이달 말이면 대한민국은 온통 홍시로 넘쳐난다. 나훈아는 홍시를 보며 따뜻한 젖가슴 내 주던 엄마를 떠올렸지만, 나는 그냥 초로 등치한다. 제맛을 내는 홍시는 실은 초로 변하기 직전의 그것이라, 하지만 이 무렵,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홍시는 곧잘 땅으로 고공직하하기 마련이다. 먹을 것 없던 그 시절엔 흙만 대강 털어내곤 한 입에 털어놓곤 했으니, 그것 하나만으로도 꿀맛 방불하던 시절이었다. 먹을 것이 지천으로 깔리는 지금은 중력의 법칙을 시험한 홍시는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다. 괜실이 밟았다간 개똥 소똥과도 같은 대접이니, 하기야 어쩌겠는가? 시대가 변하고 입맛도 변했거늘, 홍시라고 언제까지나 나훈아가 기억하는 그 홍시로 남을 수는 없지 않은가? 터져버려 더는 손 쓸 재간이 없.. 2018. 10.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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