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분류 전체보기21002 제비 전송하며 한시, 계절의 노래(171) 제비를 보내며(送燕) 명 석보(石寶) / 김영문 選譯評 가을 제사 소식 일찍 듣고돌아갈 생각으로 새로 낳은 새끼 위해날개옷 다듬누나 옛 보루는 내년에도아무 탈 없을 테니 주렴에 동풍 불 때날아오길 기다리리 蚤聞秋社已思歸, 更爲新雛櫛羽衣. 故壘明年管無恙, 東風簾幕待君飛. 추사(秋社)는 옛날 가을철에 토지신에게 올리던 제사다. 민간에서도 선조들 산소를 찾아 시제(時祭)를 올렸다. 지금도 각 문중마다 시제를 올리는 풍습이 남아 있다. 시제 때 축관이 축문 읽는 소리를 들으면 자못 엄숙하고 창망한 느낌이 든다. “계절은 흘러 서리와 이슬이 이미 내렸습니다. 선영을 소제하고 올려다보니 그리운 마음 이길 수 없습니다. 삼가 맑은 술과 몇 가지 제수로 경건히 시제를 올립니다. 흠향해주시옵.. 2018. 9. 13. 돌무더기여, 방해하지 말지어다 한시, 계절의 노래(170) 어지러운 돌무더기(亂石) 唐 이상은 / 김영문 選譯評 범과 용이 웅크린 듯종횡으로 뒤엉켜서 별빛 점차 스러지니빗방울이 맺히네 동서로 오가는 길방해하지 말기를 술고래 완적이통곡하다 죽을 테니 虎踞龍蹲縱復橫, 星光漸減雨痕生. 不須幷礙東西路, 哭殺廚頭阮步兵. 이상은 시는 대부분 난해하다. 어휘 구사가 생경하고 느닷없다. 하지만 특이하고 기발한 특징을 보인다. 그의 시를 마주하면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다. 수수께끼를 풀 듯 시에 집중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복잡한 미로 속을 헤매느라 출구를 찾지 못한다. 그래도 이 시는 이상은의 시 중에서 평이한 편에 속한다. 기암괴석이 마구 엉긴 모습을 범과 용이 웅크린 것으로 비유한 기구(起句)는 쉽게 이해가 된다. 그럼 승구(承句) “별빛 점차.. 2018. 9. 13. 퇴락한 사당에서 생각하는 제갈량 한시, 계절의 노래(169) 무후 사당(武侯廟)(사당은 백제성 서쪽 교외에 있다) 당 두보 / 김영문 選譯評 남은 사당에단청은 퇴락 텅 빈 산엔초목만 가득 후주를 떠나는 소리들려오나니 다시는 남양 땅에눕지 못했네 遺廟丹靑落, 空山草木長. 猶聞辭後主, 不復臥南陽. 중국 남양(南陽), 성도(成都), 양양(襄陽), 기주(夔州) 등지에 모두 제갈량 사당이 있다. 이 시에 나오는 제갈량 사당은 기주에 있는 고묘(古廟)다. 옛 백제성 서쪽 교외로 지금은 충칭시(重慶市) 펑제현(奉節縣)에 속한다. 백제성이 어떤 곳인가? 촉한 선제(先帝) 유비가 세상을 떠난 곳이다. 유비가 세상을 떠난 곳에 자리한 무후사(武侯祠)이므로 한층 더 비장하고 엄숙하다. 유비의 삼고초려(三顧草廬)에 응하여 남양 땅을 떠나올 때 제갈량은 다시.. 2018. 9. 13. 말이 없어야 한다는 말은? 한시, 계절의 노래(168) 노자를 읽다(讀老子) 당 백거이 / 김영문 選譯評 침묵하는 지자보다말하는 자가 못하단 말 이 말을 나는야노자에게 들었네 만약에 노자를지자라고 말한다면 어찌하여 자신은오천 자를 지었을까? 言者不如知者默, 此語吾聞於老君. 若道老君是知者, 緣何自著五千文. 형용모순 또는 모순어법이라는 말이 있다. 한 문장 안에 모순된 상황을 나열하여 전달하려는 의미를 더욱 강화하는 수사법이다. 가령 “소리 없는 아우성”, “반드시 죽어야 산다(必死卽生)”, “눈을 감아야 보인다” “색은 곧 공이요, 공은 곧 색이다(色卽是空, 空卽是色) 등등, 곰곰이 따져보면 말이 안 되지만 일상에서 흔히 쓰이면서 말하려는 주제를 극적으로 전달한다. 우리 주위의 고전 중에서 형용모순으로 가득 찬 책은 바로 『노자(老.. 2018. 9. 13. Admiral Yi Sunshin 공활한 하늘, 창공(蒼空)을 가을을 수놓는다. 조만간 가동을 멈출 분수대도 틀어놓았으니, 아마도 이순신한텐 이번이 올해 마지막 수욕水浴일지도 모른다. 애국 열풍이 불던 시절, 광화문을 장식한 저 이신신 그 앞에서 윤발이 흉내 좀 내 봤으니, 아래서 올라다 보니, 하염없이 높구나! 2018. 9. 11. 가을은 홍새치다 청단풍 끝에 홍새치가 피기 시작하기는 이번 여름이었다. 계속 봐뒀다. 가을 하늘 시리도록 창공한 오늘도 역시 그랬다. 홍이야 홍으로 끝나려는지, 그리하여 무말랭이 비틀어지듯, 연탄불 오른 오징어 비틀듯, 그렇게 푸른색으로 질지 모르나, 홍이야 홍단이야, 붉구나. 그래서 나는 말한다. 가을은 청단풍 끝 매달린 홍새치처럼 온다고 말이다. 2018. 9. 10. 이전 1 ··· 3200 3201 3202 3203 3204 3205 3206 ··· 3501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