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광사성보박물관(관장 고경스님)은 오는 4월 26일부터 8월 15일까지 국보 송광사 화엄경변상도 모사 불사 회향 기념 ‘그리운 만남, 새로운 만남’특별전을 개최합니다.
이번 특별전에는 2018년부터 금년 3월까지 진행된 ‘국보 송광사 화엄경변상도’ 모사본 공개와 함께 그동안 송광사에 있다가 도난 등의 이유로 유출되었다가 돌아온 불화 및 특별한 인연으로 송광사에 오게 된 불화와 불상을 전시합니다.
1. 국보 화엄경변상도 모사
국보 화엄경변상도는 원본 불화의 보존과 연구를 위해 모사를 실시하였으며, 2018년 해송불교미술원에서 그 사업을 시작해 올해 3월에 회향했습니다.
1770년 조성된 화엄경변상도는 지상과 천상 일곱 곳에서 아홉 번 설법한 『화엄경』의 내용을 압축, 묘사한 그림으로 아홉 번의 설법을 질서정연하게 배치하고, 그 공간을 불보살과 구름 등으로 화면을 채웠다.
18세기 말의 작품이지만 불·보살상들의 형태는 단정하고 정연하여 당대 최고의 불화로 손색이 없으며, 그 예가 드문 화엄경변상도로서 매우 귀중한 자료로 평가를 받아 2009년 보물에서 국보로 승격되었습니다.
불화의 원형을 그대로 모사하면서 부분적인 복원을 더한 모사본 화엄경변상도는 향후 원봉안처인 화엄전에 봉안될 예정입니다.
한편 박물관 수장고에 보관 중인 유물 중에는 도난 등으로 인해 유출되었다가 다시 돌아온 성보와 기증 및 매입 등을 통해 입수한 유물들이 다수 있습니다.
2. 적조암 지장시왕도
먼저 1810년 5월 함경남도 덕원군 묘적암에서 조성된 뒤 적조암에 봉안한 지장시왕도는 한암 경은(漢菴慶銀)과 문변(文卞)스님이 그렸는데 이 절에 봉안됐던 지장시왕도와 금동여래좌상은 1912년 함경도 원산의 본원종 분원으로 옮겨 봉안했다가 일본으로 가져갔던 것이라고 합니다.
이후 이 불화와 불상을 소장하고 있던 일본 진종대곡파(眞宗大谷派) 이각사(利覺寺) 주지 하세 요시오 스님은 불상과 불화가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이 옳다고 판단하고 인연있는 봉안처를 찾았다. 당시 송광사 율원 율감인 지관(智觀) 스님과의 인연으로 2000년 불화와 불상을 송광사로 기증되었습니다.
3. 삼일암 지장시왕도
관음전에 봉안됐다가 1991년 1월 19일 도난당한 송광사 삼일암 지장시왕도도 경찰과 문화재청, 종단의 노력으로 2014년 6월 회수된 뒤 2017년 4월에 송광사로 무사히 돌아왔습니다.
삼일암 지장시왕도는 1780년에 조성한 송광사 16국사 진영을 그린 송계당(松溪堂) 쾌윤(快潤)이 1765년 순천 선암사에서 그려 송광사 삼일암에 봉안했던 불화로 석장(錫杖)을 든 지장보살 아래 도명존자와 무독귀왕이 합장을 하고 서 있으며, 그 주변으로 시왕(十王), 천부중, 사자 등이 에워싸고 있다. 녹색 채색이 두드러진 이 불화는 지장보살의 오른쪽 무릎에 마치 연꽃 혹은 복주머니처럼 도드라지게 그려진 갑대(甲帶)가 인상적인 불화입니다.
4. 묵암당 진영
2017년 일본에서 들어온 ‘묵암당 진영’은 1920년대 일본 교토박물관의 한 전시회에서 ‘조선 승려의 초상화’로 출품되었고, 2017년 동국대박물관 특별전에 공개된 이후 같은 해 12월 일본 소장자와의 협의를 거쳐 송광사로 돌아온 불화입니다
묵암 최눌(默菴 最訥) 스님은 조선후기 대표적인 학승으로 화엄학의 대가로 이름을 떨쳤으며, ‘제경회요(諸經會要)’, 시문집 ‘묵암집(默庵集)’ 등 다수의 문헌을 남겼습니다. 묵암스님을 기리는 비와 부도는 지금도 송광사에 남아있습니다.
현재 남아있는 조선 시대 스님 진영은 대부분 19세기 것으로, 18세기에 그려진 작품 자체가 희귀합니다. 이 그림은 묵암 대사를 눈앞에서 마주한 듯 표정은 물론이고 신체 비례가 자연스럽고 배경 곳곳에 금니(金泥)를 적절히 사용했으며 실재감이 뚜렷하고 그림 테두리마저 세련되게 묘사한 보기 드문 걸작입니다.
보조암(普照庵)에 묵암스님의 초상화를 내걸었다는 기록이 ‘송광사지’에 남아있는데, 이 암자는 1906년 일본헌병대가 의병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소실되었습니다. ‘송광사지’에 따르면 이때 일본군이 보조암 등에서 귀중품을 빼앗아 갔다고 했는데 이때 묵암당 진영이 포함돼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5. 치성광여래도
2020년 6월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해외경매시장에 출품된 한국문화재 모니터링 중 발견된 ‘치성광여래도’ 1점은 화기(畵記) 앞부분에 적힌 제작 연도와 봉안 사찰명이 훼손된 상황이었지만, 종단에서 불화의 화풍과 남아있는 화기를 분석해 송광사 산내암자인 청진암에 봉안되었던 불화였음을 확인했습니다. 이에 따라 송광사와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경매에 참여해 1차례 유찰된 후 불화 소장자와 협의해 7월 27일 마침내 송광사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이 불화는 처음 청진암에서 봉안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화기를 재조사한 결과 송광사성보박물관 소장 <보조암 산신도>(1898년)의 화기와 일치하여 이 불화가 청진암에서 조성된 후 보조암에 봉안됐다가 사라진 칠성도임을 확인하였습니다.
6. 불조전 53불도
1969∼1970년 진행된 송광사 불조전 보수공사 과정에서 다른 전각(殿閣)으로 옮겨졌다가 1970년대 초반에 사라졌던 불조전 53불도 가운데 2폭의 오불도. 1폭은 1970년대 서울 인사동 골동품점으로 흘러 들어가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30여 년 동안 서울에서 화가, 조각가, 도예가, 미술 교사 등으로 활동해 온 미국인 로버트 마티엘리씨가 구입했습니다. 이후 1985년 그가 미국으로 돌아가면서 오불도도 함께 미국으로 향하게 됐고, 2014년 마티엘리씨는 오불도를 포틀랜드박물관에 기탁했습니다. 당시 국립문화재연구소가 이 박물관에 있는 한국 문화재를 조사하던 중에 그 실체가 확인돼 송광사와 문화재청과 조계종의 설득 끝에 환수에 성공, 2016년 12월 마침내 송광사로 돌아오게 됐습니다.
이후 5년이 지난 2021년 12월 행방을 알 수 없었던 나머지 오불도 1점이 국립중앙박물관에 1990년대에 기증돼 보관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이후 해당 기관과 송광사에서는 협의를 거쳐 장기 대여 형식으로 오불도를 2022년 3월 모셔와 이번 전시에 그 모습을 드러내게 되었습니다.
2017년 53불도와 53불상 특별전을 열었을 당시 이 불화도 돌아오길 간절히 기원하면서 사진으로만 남아 있었던 오불도를 실물 크기로 인화하여 전시했는데 이번에 이렇게 40여년간 이산가족이 되었던 불조전 53불도가 모두 모이는 기적 같은 재회가 이루어졌습니다.
전시 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전시
2022년 4월 26일(화) ~ 8월 15일(월)
오전 9시~오후 5시(매주 월요일 휴관)
송광사성보박물관
개막행사
개막식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진행하지 않습니다.
전남 순천시 송광면 송광사안길100 대한불교조계종 제21교구 본사 송광사
☎ (061) 755-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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