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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문화 이모저모

“그저 찬동의 물개 박수만 보낼 뿐” 양강楊江, 그 남은 것들

by taeshik.kim 2023. 8.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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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덕성여대 인문과학연구소·양평군 주최 “양평 양강의 문화자원과 문화콘텐츠” 학술대회(2023. 8. 18, 양평생활문화센터) 발표 윤찬모尹讚模, '楊江의 역사 문화자원 발굴과 활용- 朝鮮 孝宗妃 仁宣王后 國葬 사례를 중심으로 -'에 대한 토론문이다. 


수종사에서 꼬나본 두물머리

 

楊江, 그 남은 것들 

김태식 연합뉴스 선임기자 

이번 발표문을 접하고선 나는 새삼스레 내가 이 글이 논급한 한강변에 얽힌 추억들을 떠올렸으며, 그러는 와중에 틈만 나면 수종사 올라 물끄러미 두물머리 바라보던 기억과, 그 두물머리에서 좋아 죽어라 하며 싱글벙글하며 지인들과 옛날 핫도그 하나 먹던 추억이 오버랩하는 유쾌 찬란함이 파노라마처럼 흘러가는 경험을 했다. 뭐랄까 그 기분은? 그 옛날 주말의 명화 시작 무렵에 롤 필름 흘러가는 그런 장면을 마주하는 느낌이랄까? 

그러고선 이내 현실로 돌아와 새삼스레 한반도 위성사진을 띄워놓고선 필자가 말하는 주요 노선도를 따라 PC 커서를 움직이며 한강변을 오르락내리락 하는가 하면 확대했다가 축소했다 하는 놀음을 하면서, 와 조선왕조는, 구체로는 헌종은 왜 이 짓을 했을까 싶기도 하면서, 그에서 기어이 필연으로 동반하는 죽음을 포함한 희생들을 떠올리면서, 필자가 무수히 지적하는 고유명사 지명들이 정확한 좌표는 찍지 못한다 쳐도, 어드메쯤일까 하면서 무성의하게 나 나름대로는 점을 찍어보는 놀이도 해 봤다.   

발표자는 요상한 조선왕가의 장송 행렬을 착목하면서 요컨대 이를 빌미로 양강楊江 문화를 복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참 별의별 걸 별나게 연구했다 하는 찬탄이 절로 나오게 하는 노작이다. 나야 고작해서 저 물길 따라 안동 사는 퇴계가 걸핏하면 사퇴 쇼 벌이면서 오르락내리락한 물길이 바로 저것이요, 또, 고종황제 능이던가? 그에다가 자리를 내주고는 더 좋은 자리 찾아 한강 하류로 뗏목 타고 내려온 조말생 신도비 정도만 생각했는데, 제대로 소재 잡고 각 잡고 해서 멋진 그림을 그려냈다. 

이를 통해 저자가 주장하는 바는 말미에 마각을 드러내거니와 그것을 나대로 정리하면 장소성 부여를 통한 유형유산의 무형유산화, 강 문화, 특히 저자가 말하는 양강을 중심으로 하는 한강문화권 복권을 위한 역사관 개설, 기타 이를 위한 보조재로서의 VR과 같은 시각화 발현이라 하겠다. 그 제안들에 내가 이렇다 달 토가 있겠는가? 그저 찬동의 물개 박수만 보낼 뿐이다. 
 
저자는 양강 문화권을 제안하거니와, 이를 위해 양강의 시공간을 어느 정도는 제안해야 한다고 본다. 어차피 그 무렵에 무슨 대단한 측량술과 경계 짓기가 있을 수는 없거니와, 금강과 백마강을 구분할 수 없는 사정은 있기는 하나, 그래도 저자가 제안한 빌미가 된 양강이 대략으로나마 한강 어느 지점을 말하는지 바운더리는 그어야 한다고 본다. 발표문을 보면 두물머리 일대 한강을 양강이라 한 듯한 느낌을 받는데, 시험 삼아 내가 그와 관련한 자료들을 찾아보니, 지랄 맞은 데가 많아, 도대체 어디에서 어디까지를 양강이라 했는지 종잡을 수가 없다. 

필자가 제시한 조선후기 지명 중에는 二頭水, 곧 이미 두물머리가 있는 것으로 보아 이것이 틀림없이 남한강 북한강을 말할 테니, 이 일대가 양강의 한 부분인 것만은 분명한데 대체 어디에서부터 어디까지란 말인가? 글자 그대로는 버드나무가 강변에서 인상적이라 해서 저리 불렀을 터인데, 그러고 보면 이것이 고유명사인지 일반명사인지도 아리송하다. 한반도 강변 치고 楊이 두드러지지 아니한 데가 없으니 말이다.   

필자가 각종 관련 자료를 광범위하게 섭렵해 再構해낸 모습, 특히 조선왕가의 장송에서 나는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려다 실패하고서는 준설과 보 건설, 그리고 강변 자전거 도로 개설로 낙착한 사대강사업이 자꾸만 오버랩한다, 그 발단이 되었다가 좌초한 한반도 운하 사업에 대해서는 우리 사회 호오가 너무나 극단이지만, 나는 단군조선 이래 주어진 한반도 자연환경을 근간에서 뜯어고치려 한 담대한 발상으로 치는 사람이다. 필자가 재구한 모습에서 왜 그 사업이 자꾸만 오버랩하는지 모르겠다.   

특히 필자가 힘주어 강조하고자 한 수중 바위 깨기 장면 위로 자꾸만 포크레인과 크레인이 오락가락한다. 왕가의 시체 하나 옮기겠다고 저런 난리굿을 피워댔으니, 그에 서린 동원 백성들의 무수한 피땀, 그리고 때로는 생명까지 앗아간 희생이 나로서는 눈물겹다. 이 눈물겨움을 꼭 이 자리가 아니어도 좋으니, 필자는 생생히 살려내 주기를 간곡히 부탁한다. 그것이 학문이 인류에 기여하는 휴머니즘 복권 아니겠는가?   

보아 하니 필자는 단행본 한 권 분량이 너끈한 내용을 이 짧은 글에다가 악착같이 쑤셔 박았다. 이 과정에서 필연으로 생략과 압축이 발생하기 마련인데, 그 압축과 생략 사이의 연결성이 부족한 게 아닌가 하지만, 보통 이럴 때 필자들 스스로가 능구렁이처럼 빠져나가면서 하는 말이 “이 글에 담지 못한 내용은 추후 보강하고자 한다”는 말인데, 이에서 필자 또한 한 치 예외가 없다.   

맞다. 구멍이 좀 많기는 하다. 두루뭉술하게 앞서 지적한 저런 것들 말고도, 이 짧은 글에 무수히 등장하는 용어 또한 친절한 설명이 필요하다. 이런 구멍들은 필자가 스스로 약속했듯이 그 스스로가 훌륭히 채워 가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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