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역사문화 이모저모

《신라 seven kings論》(7) 大等으로 둔갑한 '기타등등'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18. 7. 31.
반응형

<북한산 비봉 진흥왕순수비(복제)>

냉수리비문 '此七王等'이 결코 '왕 7명들'이 아님을 직감으로 알아챈 고대사학도가 딱 한 사람 있었다. 실명 공개는 생략한다. 그가 저리 생각한 가장 큰 이유는 같은 비문에 등장하는 유사 구절, 유사 표현이었다. 다시 말해 같은 비문에 '前世二王'이며, '此七人'과 표현이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저 구절은 왕 7명들이 아님을 직감했다. 하지만 예까지였다. 더 나아갔으니, 이것이 화근이었다. 

'此七王等'이 '이들 일곱 왕과 대등(大等)', 다시 말해 1명의 갈문왕과 6명의 대등을 지칭한다고 본 것이다. 그가 이런 논거를 내세운 나름의 이유는 있다. 신라 중고기에 이미 관직 혹은 관위로 이름을 드러내는 대등은 그 분파가 제법 있다. 상대등(上大等)이 있는가 하면, 전대등(典大等)이며, 사대등(仕大等) 등이 보인다. 

이들이 大等을 둘러싼 관직 혹은 관위임은 명백하다. 상대등은 간단히 말해 대등 중에서도 오야붕, 우두머리, 대표자를 말하니, 이는 대체로 늙다리 신하 중에서 골라 임명한다. 글자 그대로 풀어봐도 그렇다. 웃대가리[上] 대등인 까닭이다. 적어도 글자 그대로는 이런 뜻이며, 나는 이 글자가 말하는 개념을 상대등이 뛰어넘을 수 없다고 본다. 

전대등(典大等)과 사대등(仕大等)이 상대등과 적어도 구문론에서 다른 요소는, 상대등의 上이 대등을 수식하는 형용사, 다시 말해 우두머리 대등인데 견주어, 이 경우는 구문으로 보아 典과 仕는 동사라는 점이며, 뒤에 따르는 대등을 목적어로 삼는 타동사라는 사실이다. 이 경우 사대등(仕大等)은 大等을 仕하다는 뜻이니, 말할 것도 없이 보좌한다는 뜻이다. 세크레테리, 곧 비서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전대등은 무엇인가? 이는 대등을 典한다는 뜻이거니와, 동사로서 典은 말할 것도 없이 주관한다는 뜻이다. 《강희자전》을 보면,  《說文》을 인용해 이 글자를 오제의 책[五帝之書]이라 풀었으나, 이는 그 오제의 책이 영원한 도덕규범이 된다는 뜻에서 이리 전이되었을뿐, 그 본래 의미는 《爾雅·釋言》에서 말하듯이 "經也", 나아가 《廣韻》에서 말하듯이 "法也"이니, 명사로서는 법규 혹은 그것이 되는 기준을 의미하거니와, 이에서 말미암아 동사로서는 '주관한다[主也]'는 의미로 발전한다. 典大等의 典은 바로 주관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전대등'이라는 말은 '대등이 하는 일을 주관한다'는 뜻이니, 대등이 하는 일 전부 혹은 일부를 위임받아 처리한다는 뜻이다. 대등을 장관으로 본다면, 그런 대등을 典하는 자리는 차관이다. 

《삼국사기》 권 제38 잡지7 직관上에 의하면, 전대등에 대해 "두 사람이다. 진흥왕 26년에 설치했다. 경덕왕 6년에 시랑이라고 바꿨다(二人 眞興王二十六年置 景德王六年改爲侍郞)"고 했으니, 이는 전대등이라는 낱말 자체로 분석한 내 추측과도 딱 맞아 떨어진다. 시랑侍郞 자체가 차관을 말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구절을 근거로 전대등이 동시기에 신라 사회에는 2명만 존재했다고 보아서는 결코 안 된다. 대등 1명당 그 밑에 그를 보좌하는 넘버2인 전대등이 2명이었다는 뜻이다. 

대등? 뭐 별거인 거 같은가? 장관이요 판서다. 장관 하나에 차관 둘인 시스템이다. 간단히 생각하면 될 것을 뭐가 그리 복잡하게 보는지 나는 도통 이해할 수가 없다. 

상대등이며 전대등이며 사대등이 모두 명칭으로 봐도 그렇고 실제로도 大等과 관련해 분파한 것임은 말할 나위가 없다. 大等은 글자 그대로 푼다면, 동등한 권리를 지닌 고위 관료를 말한다. 조선시대 개념으로 보면 6판서 정도에 해당한다. 따라서 앞서 나는 대등을 관직 혹은 관위 두 가지 가능성을 다 염두에 두었지만, 관직인 것이다. 

한데, 영일 냉수리비 신라비가 발견되고, 그에서 '此七王等'이라는 구절이 보이자, 느닷없이 이 구절 等이 대등의 전신이라는 웃지못할 주장이 팽배하기 시작했다. 대등이 等에서 유래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앞선 내 글에서 이미 충분히 증명했듯이 等은 '기타등등'이다. 기타등등이 大等으로 둔갑했으니, 이를 무엇이라 해야겠는가? 역사가 이리 뒤틀리고 비틀어져 이제는 어디에서 어떻게 바로잡아야 할 지 알 수가 없는 지경이다. 요지경이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