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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잡곡재배 이야기] 수수 수확 by 신소희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4. 10.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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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드디어 수수를 베었다.

기계가 모든 것을 다 하니 사람은 이삭  줍기랑, 간간히 일어나는  콤바인 흡입, 퇴출구 줄기 끼임  문제만 해결하면 된다.

콤바인 작업해 주시는 아버님 말씀으론 수수대가 올해 다른농가 대비 최고로 딴딴하다고 하신다.

수수 베고 마늘이 먹을 미생물이랑,  석회랑, 기본 거름을 수수심기 전에 넉넉히 넣고 수수를 심으니..

수수가  신나게 자란 듯.  

 



생강도 그렇고 수수도 그렇고 양파도 그렇고 마늘에 쏟는 정성 반만 쏟아도 어디가서 빠지지 않는 농사 결과가 나온다.

아무리 생각해도 마늘은 요물이다.

그럼에도 마늘을 내가 키우는  작물 중 최고라고 생각하고 버리지 못하는 내마음....

마늘들이 알아줄까?

아무리 봐도 나의 외사랑이다.

아무튼 이 수수대가 마늘밭에 들어가면 마늘들이 남다르게 자라긴 한다.  

수수를 많이 심는 이유 중 가장 큰 이유가 마늘농사 잘 되라고...다.

이쯤이면 할 말 다했지.

기계에 끼인 수수대를 뽑아내는데 남편이 보더니 손다쳤냐고 한다.

 



수수대 즙이 잔뜩 뭍은 부분이  핏자국처럼 붉다.

햇님달님이 된 오누이라는 동화에서 아이들을 잡아먹으려던  호랭이가 썩은 동아줄을 잡고 오르다 줄이 끊어져 떨어져 죽은 자리에 자란 식물이 수수였다.

호랭이 피가 뭍어, 붉다고.

진짜 호랭이 피는 아니지만, 수수에 붉은 색소가 많아 수수부끄미나 밥을 하면 색이  발그레해서 예쁘다.

밥지을 때 수수쌀 넣으면 밥향이  끝내준다.

전기솥 버리고, 가스불에 솥밥해 먹은 게 6ㅡ7년 되는데,  

수수밥짓고 나온 누룽지 먹으면,  흰쌀밥 누룽지는 거들떠도 안보게 된다.

맛있다는, 보리ㆍ콩누룽지 한 개도 안 부럽다.

수수에는 당분이 많다.  

콤바인으로 베면 수수알과 대가 진탕이 돼서 난리가 나는데 바로  말리지 않으면 바로 엄청난 곰팡이가 핀다.(우리가 먹는 설탕 원료인 사탕수수도 수수의 일종이다. )

그 달착지근한 성분이 누러붙어 누룽지 풍미를 높이는 건가? 싶긴 한데..일단 맛있다.

수수밥.

한 번 먹어본 사람은 있지만 한 번만 먹어본 사람은 없다는 말을 먹어본 사람은 이해하게 된다.

어찌됐건, 밭에 수수를 보고 수수 도정하면 팔라고 하시는 분들이 줄을 섰다.

수수키우면서 제초제를 치면 잎들이 다 말라 빨갛게 타는데, 아는 분들은 그걸 안다.

해서 수수가 다 익도록 퍼렁퍼렁한 우리밭 수수,

이웃들이 먼저 달라고 하신다.

이럴 때 친환경하는 게 인정밭는 거 같아 뿌듯 하다.

ㅡ전량납품이라..팔 건 없다.

수수 건조기 기름통이 깨져 그거 교체하느라 저녁에 식겁하긴 했지만, 발로 젓느라 몇날 며칠 고생하지 않으니 겁나게 좋다.

그냥 볕에 말리면 일주일은 고생할 상황인데 기계로는 하루면 끝난다.. 아일럽..머쉰.

수수 수확은 거의 끝나고, 마늘밭 만들기...시작이다.

다람쥐 쳇바퀴 돌리듯 살아가는 생에도 소소한 기쁨은 충만하니..

힘들어도 살아지는 듯.

 

#수수 #수수수확 #잡곡 #잡곡재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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