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한문 얘기 하는 김에 하나 더 해보기로 한다.
출제위원이 직간접으로 아마도 내가 아는 분들일 가능성이 있기에 조심스럽기는 하다.
그러나 이런 거는 고쳤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한문과 국어의 개념.
즉, 우리가 한문이라고 말하는 영역과 국어라고 말하는 영역 설정. 이거 딱 나누기가 쉽지는 않다.
이번 시험(2022학년도)에 나온 고사성어 또는 그와 비슷한 어휘는 군계일학, 학수고대, 결자해지, 유비무환, 언행일치 등이다.
그리고 한자어 관련 문항에는, 정답에 관한 단어만도 석공, 생사, 빈부, 농지, 초보, 반송, 청운, 변곡, 존중, 경험, 왕래, 개업 등등이다.
무슨 말이냐 하면, 고교 한문 과목이 '생활한자'영역에 머물고 있는 거.
이건 '한문시험'이라기보다는 '국어시험 한자어 어휘 테스트'에 가깝다.
한문 교과가 하나의 외국어 영역에 제대로 자리잡으려면 '생활한자'보다 더 넓은걸 가르쳐야 한다.
'한국어 한자어휘' 중심이 아닌, '한문' 중심이 되어야 한다.
가령 영어시험에 라디오, 텔레비전, 브레이크, 엑셀러레이트, 메가시티, 하이웨이, 이런거 스펠링을 묻는 게 있다면 그건 영어시험이라기보다 한국어 외래어 시험인 것이다.
외국어와 외래어, 외국어는 아직 한국어가 아니고 외래어는 한국어다.
즉, 한자어는 한국어이고 한문은 외국어다.
한문셤은 한문셤이어야 하고, 나아가 '중국한문'보다 '한국한문'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출전 '전한서'는 삼십 년 넘게 매일 한문공부를 하는 나도 아직 안 읽은 책인데 고등학생 셤에 전한서에서 왜 내나?
기인지공 망인지과 정도 구조의 한문문형은 이거 말고도 그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무지무지 많다.
그리고, 하필 이 구절은 전한서에 있기는 있지만 상서, 즉 서경 주서周書에 있는 글을 전한서에 인용한 것인데,
전한서 주석에 보면, 지금은 상서에 없는 문장이라 하였다.
옛 상서에 있다가 소실된 문장이다.
시기적으로 전한서가 빠르기는 하지만 구당서, 신당서, 북사, 삼국지 등등에도 나온다.
한문 문장은 하늘의 별처럼 많은데 우찌 이것을 찾아냈는지도 신기하다. (2021. 11. 18)
해마다 하는 이야기인데 바뀌지가 않는다.
***
이상은 한문으로 먹고사는 한국고전번역원 박헌순 선생 글이다.
필자의 문제의식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하지만 한문으로의 전환, 이걸 바라는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으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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