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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잡곡재배 이야기] 도리깨질과 키질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4. 9.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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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소희


키질



기장과 조를 도리깨질했다.

자동차로 밟으면 편하다고는 하는데  그리하자니, 혹시라도 돌이 섞일까봐, 깨질까봐, 못하겠더라.  

죽어라 퍽퍽..ㅡㅡㅡㅡ스트레스가 확 풀림 .

농사 시작하고 제일 어려웠던 게 키질이다.

어릴 때 오줌싸고, 소금 얻으러 다닐 때나 썼던 키로 불순물을 거르다니...

과학으로 따지면 비중차부터, 공기 역학이랑, 뭐랑...

아무튼 아몰라 하고 싶은 고차원적 원리인 거 같은데..

왠지, 할머니들은 이거 다 잘할 거 같은데...  

시골에도 의외로 이 키질 못하는 할머니가 많다.




박자 감각과 공기를 읽는 능력이 있어야하는데, 감있는 분들은 몇 번  가르쳐주면 쉽게 한다고 하고,

감없는 사람은 죽어라해도 거칠게 하거나 못한다고.

키질이 잘 돼면, 가벼운 불순물이 깔끔하게 날아간다.

키질 소리가 차캉차캉 박자 맞춰  나면 보지 않아도 곡물이 깔끔해진다.

이렇게 가벼운 불순물을 날리고,  껍질 벗기고 정제한 곡물을 먹으려면 잘씻어 조리질도 해야 하는데,

지금이야 석발기가 있어 문제될 게 없지만, 예전엔 엄마가 이거 못하는 집은 가족 중에 어금니 성한 사람이 없었다.


기장



나는 박치라 키질을 어렵게 배웠다. 흉내  정도 내는데 한 오 년 걸렸다.
서른 즈음..

동네 할머니들이 키에 흙 한줌 얹어주고 돌이랑 모래만 남을 때까지 연습 하라고 가르쳐 주셨는데...진짜 어려웠다.

여담으로..

옆집 언니는 열살쯤 하루만에 완벽하게 마스터 했다던데..이건 뭔지..

오늘,

그냥 궁금해서, 악기를 열 가지쯤 다루는 딸에게 쥐어주고 시켜봤더니..금방 박자 맞는 소리가 난다.. 흠...

키질은  재능의 영역인듯..
(그래도 조리질은 금방 배운 편이다)

낫질, 도리깨질, 키질, 조리질 할 줄 아는 내 또레 사람 몇이나 될까?

옛날엔 이거 못하면 식구들 밥멕이기 힘들었다.

뭔가 배우는 데 느린 나는 옛날에 태어났음 나는 참 고생 많이 했을듯.
앞으로 사라질 기술들이다.

이러다 나중에 박물관에 박제 되는 거 아닌가 몰라.ㅋ

각 일곱 평 심은 기장, 조 수확랑이.. 형편없다.

그나마 일 년 잡곡 먹을 양은 될 듯.

이제,
방아 찧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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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곡 재배 이야기] 새 지난 자리에 들쥐가? 잡초 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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