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신소희
당근 밭에 풀뽑는데 밭에 들고양이들이 색별로 돌아다닌다. 아침부터 만난 애들이 대여섯 마리는 되는듯.
뭐지?
하는데 땃쥐 하나가 뽈뽈 내 옆으로 지나간다.
쥐나 들고양이들, 내 존재에 대한 경계없다.
나는 그들에게 그냥 밭에 일부일 뿐인가?
그러다 문득,
걔들이 나를 지나쳐 간 곳이 가르키는 방향이 늦은수수랑 조랑 기장을 심은 곳이라는 게 떠올랐다.
(자연이 움직이는데는 다 이유가 있다.ㅜㅜ)
한 일주만에 조심은 밭에 갔더니, 젠장..
조가 이길 줄 알았더니 풀이 완승이다.
내가 심은 조는 가지치기도 얼마 안하고, 키도 작은데다, 시집을 늦게 보내 보통의 조보다 키가 많이 작은데, 일반적인 수수나 기장 기준으로 풀뽑기를 일찍 끝냈더니 문제가 된거다.
키 작은 조가 익으니 이삭이 허릴 숙이고 그게 땅에 가까운 게 많다.
이걸 풀이 뒤덮으니 쥐나 새가 먹기 딱 좋은 상태다. 쥐들이 두고볼 리가 없다.
새에 쥐까지 들끓으니 고양이들도 덩달아 바쁘다.
낫을 들고 풀과 한판 전쟁.
친환경에 대해 여러 다른 생각들이 있을 수 있는데, 1차로 풀과 싸워 이겨야 병이든 충이든 이길 수 있다.
풀에 지면, 다 끝이다.
풀을 자르다 보니 조명나방 덕에 맛이 간 기장도 좀 있고, 쥐가 뜯은 자국이 상당하다.
속이 부글부글..
그나마
기장과 조는 실험적으로 각 7평 정도씩만 심은데다, 기장도 풀에 치이는 상태는 아니어서 일이 심각하게 많진 않다.
(벼과 잡곡 가격 중 최고는 기장이라, 기장 농사가 잘 돼면 내년엔 기장밭을 늘려볼까 생각 중인데, 기장은 풀을 누르기 때문에 수량성만 좋으면 해 볼만 할 거 같다. )
풀 제거를 하고 보니 조는 곧 수확을 할 거 같다. 기장이 곧 그 뒤를 이을 거 같고.
보통작 수수는 이달 중하순 쯤?
7월말 실험적으로 늦게 심은 조와 기장은 이제 마디를 키우기 시작했다.
해가 짧아지고 기온은 떨어지는데, 먹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 previous article ***
'이런저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잡곡재배 이야기] 조 기장 수확 (3) | 2024.09.14 |
---|---|
두꺼비? 뚱땡이 풍선개구리 (3) | 2024.09.06 |
글을 쓰는 과정, 김태식의 경우 (9) | 2024.09.01 |
모색만 하다 날 새는 두 번째 삶 (9) | 2024.08.29 |
어린이? 그딴 게 어딨어? 노동에 혹사한 그날들 (10) | 2024.08.26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