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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년, 일본 도쿄에서 마쓰이 자작과 마에다 법학박사가 함께 <법제경제강요>란 책을 낸다.
나오고 바로 이 책은 현해탄을 건넌다.
대한제국 관립한성외국어학교에서 구매했기 때문에.
얼마 뒤 대한제국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학교도 문을 닫는다.
그 장서를 인수한 곳이 경성고등보통학교.
대한제국 관립한성중학교 맥을 잇는 곳이었다.
거기서 이 책은 법法 16호란 분류기호를 얻는다.
1938년, 학교 이름이 바뀌어 경기중학교가 된다.
하지만 자리는 지금 정독도서관 자리인 거기 그대로였다.
이 책은 계속 거기 있었던 모양이다. 중학생이 읽기엔 뭐가 뭔지 모를 내용이었을텐데.
그래서인지 대출카드가 깨ㅡ끗하다.
경기중에서 경기고가 분리되고, 다시 경기중이 폐교되고, 종로 한복판에서 강남 봉은사 맞은편으로 옮겨가는 과정 어드메에서 이 책이 흘러나왔다.
학교 울타리 안으로 들어간지 짧게 잡아도 60여 년 만에.
그 뒤에 어떤 주인들을 거쳤는지는 알 길이 없다.
분명한 건 몇 년 전 서울 창신동 어느 헌책방에서 내 눈에 띄었다는 것.
책상 위에 놓인 이 책을 본다.
그 옛날 '나라의 준총'이란 표현을 붙일 만한 누군가가 이 책을 혹 들춰봤을지, 역사에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이름을 남긴 누군가를 이 책은 과연 기억할는지,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펼쳐본다.
이제 너는 나를 거쳐 누구에게 갈 준비를 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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