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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현장

과학의 전당은 개뿔, 숨 막혀 죽다 나온 런던 자연사박물관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5. 4.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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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자연사박물관

 
유명하다는 말은 입이 아프도록 들었고, 또 런던 갈 일이 없지는 않았지만 이상하게도 땡기지 않아 미루고 미루다 작년 연말에 할 수 없이 간 데다. 

왜?

이 업계 몸담은 사람으로서 저런 데 가 보지 않은 나 자신이 조금은 쪽팔렸기 때문이다. 

유명한 자연사박물관 치고 애들 범벅 아닌 데 없고, 그런 범벅 질색이라 그래서 싫었던 것이지 자연사 자체가 싫지는 않았다. 

연원을 자랑한다 해서 특출날 것도 없었다. 

자연사라면 으레 상념하는 그런 전형이었다. 

나는 오로지 그 건축에만 정신이 팔렸으니 공룡보단 건축물만 구경하다 나왔다. 

 

런던 자연사박물관



여느 유럽 유서 깊은 궁궐 개조한 박물관이 그렇듯이 이곳 역시 건축물은 압도했다. 

역시 경복궁으로는 이런 전시 꿈도 꾸지 못할 그런 당당함 위용이 있다. 

물론 그렇다 해서 요새 새로 튼튼히 지은 우리네 철근콘크리트 건물들에 견주어 저것도 고물딱지에 지나지 않는다. 

괜히 꿀릴 이유 눈꼽만큼도 없다.

다만 저건 세월의 켜켜함, 때가 잔뜩했다는 점이 다르다. 

때란 무엇인가? 

먼지다. 

가뜩이나 오래된 건물, 먼저 청소는 언제했는지 모르겠지만 온통 먼지투성이였고, 

그에다가 사람이라는 사람은 온지구촌에서 몰려드니, 

그 내뱉은 썩은 내장 공기까지 오묘한 조화를 빚으니 어찌 그 맛이 달콤할 수 있겠는가?

도는 내내 매캐해 죽을 지경이었다. 

그곳을 벗어나니 비로소 숨을 쉴 만했다. 

그래 고통이었다. 

흔히 저 자연사 박물관 Natural History Museum를 일러 과학의 전당 A Cathedral of Science이라 한다나 어쩐다다 하거니와

그곳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빅토리아 시대 건축 걸작에 발을 들여놓게 된다 하지만 걸작은 개뿔. 

먼지 때문에 죽을 것만 같았다.

암튼 알프레드 워터하우스Alfred Waterhouse가 설계하고 1881년에 개관했다는 저 로마네스크 양식 건물은 그것만 아니라면 걸작은 맞다.

높이 솟은 아치, 넓은 창문, 숨 막힐 듯 아름다운 계단? 

먼지만 없으면 그랬겠다. 

전시는 개판이었다. 

우리네 70~80년대 대학박물관 전시실 같았다. 

거지 같은 박물관이다.

단 하나 좋아던 건, 여긴 충배는 아직 못 왔다는 것.

호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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