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좌전 같은 중국 고전을 읽으면서 가끔 만나는 춘추전국시대 제후국으로 거莒라는 존재가 있다.
하도 나라 규모가 작아서 그리 큰 존재감은 없고 막연히 그런 작은 나라가 있었던갑다 하고 만다.
그 위치도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거국莒國이 고고학 발굴을 통해 마침내 지하에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강소성문물고고연구원江苏省文物考古研究院이 연운항시连云港市 간유구赣榆区 석왕진柘汪镇 북쪽에 위치하는 왕방 유적王坊遗址이라는 곳 3000제곱미터를 2023년 7월부터 2024년 3월까지 파제낀 결과 거국 시대 생활 유적과 무덤들을 왕창 확인했다 한다.


가까운 데 창성 유적仓城遗址과 기장성 유적纪鄣城遗址이 있는 왕방 유적은 이번 조사 결과 동주東周 및 명청 시대 각종 유적 345곳을 토해 냈다.
개중 동주 시기 흔적들로 회갱灰坑 269개, 회구灰沟 37개, 무덤 29개, 우물 1개, 가마 1개가 포함된다. 덧붙여 명청 시기 회구 1개와 무덤 7개가 있다.
이번 발굴을 통해 왕방 유적王坊遗址은 대체로 두 부분으로 나뉘어 남서쪽 모퉁이는 주민 생활 구역인 반면 유적 북동쪽 모퉁이는 무덤 구역으로 드러났다.
주목할 지점은 거국 시대 무덤들.

무덤을 만든 시대는 주로 춘추시대 중후기지만, 일부 무덤의 경우 회갱灰坑에 파괴된 점과 유적 동북부에서 도정陶井과 가마를 비롯한 생산 관련 시설이 발견된 점으로 보아 전국시대에 이르러 묘지는 끝나고 이곳에서 소규모 생산 활동이 이루어졌을 것으로 추측된다.
이곳 동주東周 시대 무덤은 모두 땅을 직사각형 모양으로 파고 들어갔으며 한 사람씩 묻은 이른바 장방형 수혈 토갱 단인묘长方形竖穴土坑单人墓로 드러났다.
무덤끼리 배열 또한 질서 정연한 모습을 보인다.
묘는 모두 장축 동서 방향이며 모두 나무로 만든 관을 썼으며 대부분 한 무덤에 관 하나를 썼다.
매장 특징은 시신이 모두 몸을 젖히고 다리를 곧게 펴고선 머리는 동쪽으로 향한다는 사실이다. (이게 횡혈식 석실묘 등장 이전 한반도 전형적인 특징인데 묘하다.)
껴묻거리는 무덤방 남쪽에 놓였으며 그 기물은 주로 솥鬲, 항아리罐, 罍이며 일부는 솥鬲, 우盂, 두豆, 항아리罐 조합이다.
무덤 형태, 방향, 분포 등의 요소를 분석한 결과, 가족 묘지일 가능성이 있다.

왕방 유적 동주 무덤 무덤방은 남북으로 크게 구역이 나뉜다. 북쪽 또는 중앙에 관과 인골이 발견되는 반면 남쪽에서는 기물을 집중적으로 배치한다.
이러한 장례 풍습은 거莒 문화 특유의 것이며, 따라서 거 문화 기원의 두드러진 특징으로 꼽힌다.
또한, 이들 무덤 출토 유물도 뚜렷한 거 문화 스타일을 지녀서 이 지역은 거나라 문화 통치 구역에 속해야 한다.
왕방 유적에서 직선 거리로 5.2킬로미터 떨어진 산동성 일조시日照市 남산구岚山区 후초피동유지后稍坡东遗址도 같은 거 문화 통치구에 속한다.
다만 두 유적은 차이도 있다.
곧, 일조 초파동 유적과 왕방 유적 모두 동주 시대 짙은 거 문화 특징을 지니고 기물 조합도 비교적 유사하기는 하지만 초파동 유적 일부 동주 무덤에는 허리 구덩이腰坑[요갱]가 있고, 그 구덩이 안에서 개들을 순장했지만 이는 왕방 유적 동주 무덤에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또 거 문화 무덤에는 작은 감실小龛이 없는 반면, 왕방 유적 일부 동주 무덤에는 작은 감실이 발견됐다.


이를 통해 왕방 유적은 거 문화를 주체로 해야 하지만 다른 문화 영향도 받았다고 추측한다.
거국莒國은 춘추전국시대 제후국 중 하나로 국군國君은 성이 기己씨이며 헌원 황제軒轅黃帝한테서 뿌리를 찾으며 소호少昊씨 후예를 자처했다.
동이東夷 나라 중 하나로 건국 시점은 대략 기원전 1046년 무렵으로 보며 초대 군주는 자여기茲輿期다.
기원전 431년에 楚나라에 멸망했다.
하지만 그 땅은 이후 전부 제齊나라가 점유했다.
한서漢書·지리지地理志에서 적기를 "13세 만에 초나라에 멸망했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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