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박물관이 조사한 아차산 4보루 출토 접시인데, 이른바 고구려 유물이며, 더구나 그 안쪽 바닥에 긁어서 새긴 세 글자가 있어 주목을 받거니와
이 글자를 의문의 여지 없이 冉牟兄 염모형 이라 판독하고, 그런 판독이 의문의 여지 없이 통용하거니와
글쎄다.
아무리 봐도 나한테는 그리 보이지 아니해서 언제나 의문을 표시하곤 한다.
첫 글자도 冉인지 의문이 없지 않다. 마지막 글자를 어찌하여 兄이라 읽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어느 지인이 지적하듯이 亥해에 가깝게 보인다.
저 글자는 그릇을 굽기 전에? 혹은 굽고 나서 긁었는가도 주목할 만하거니와, 굽기 전 흙이 말랑말랑할 때 쓴 게 아닌가 한다.
덧붙여 이런 데 긁어서 쓴 글자를 보면 필순筆順을 명확히 알 수 있는데, 요즘 교육현장에서 가르치는 필순과 상당 부분 다른 점을 많이 발견하게 된다.
저런 문자 자료들이 축적되면 필순에 대한 정보도 구축하게 될 것으로 본다.
필순이 정칙화했는가? 아니면 개인별로 달랐는가? 나는 언제나 이게 관심이었거니와, 그러고 보면 필순에 대한 강요가 전통시대에는 거의 안 보인다.
한자의 필순을 짐작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실은 초서草書다. 이 초서를 보면 필순이 보인다. 초서를 통한 필순 알아내기는 고등학교 때 한문을 담당한 전장억 선생 가르침이었는데, 그때 내가 무릎을 쳤다.
문제의 이 접시는 한성백제박물관이 마련한 '고구려와 한강' 특별전에 서울대박물관에서 대여 출진했으나,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우려에 문을 닫으니, 이렇게 문을 닫은 채 짐을 싸야 할 판이다.
이 자리에는 보루 유적에서 확인한 문자자료가 많이 나왔거니와, 호랑이 새끼는 나오지 않았다.
호자虎子 라는 글자를 새긴 그릇 말이다. 이 오줌통을 조사단에서는 庚子경자로 읽어 연대를 말해주는 증좌로 대서특필했지만, 간지가 아니라 호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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