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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바람[秋風辭 추풍사]
[西漢] 한 무제 유철(漢武帝劉徹)
가을바람 이니 흰구름 날리고
초목 누렇다 떨어지니 기러기 남쪽에서 돌아가네
난초엔 꽃이 피고 국화는 향기 풍기고
님 생각에 잊을 수 없네
배 띄우고 분하 건너는데
가운데 가로지르며 흰 물결 일으키네
퉁소 북 울리며 뱃노래 부르는데
기쁨 겨우니 슬픔도 많아지니
젊음 다 가니 늙음을 어이하리오
秋風起兮白雲飛
草木黃落兮雁南歸
蘭有秀兮菊有芳
懷佳人兮不能忘
泛樓船兮濟汾河
橫中流兮揚素波
簫鼓鳴兮發棹歌
歡樂極兮哀情多
少壯幾時兮奈老何
위진남북조시대 한 무제 유철의 승선昇仙의 열망을 주제로 삼은 지괴志怪 《한무고사漢武故事》에 유철이 부른 노래라 해서 처음 저록著錄한 이래 유철 노래로 전하나 아무래도 후대의 가탁假託이지 싶다.
한대漢代, 특히 동한東漢말 카르페 디엠carpe diem 풍모도 없진 아니하나, 내 보기엔 아무래도 남북조시대 풍이 완연하다.
실제 《사기》나 《한서》 한무본기 그 어디에도 저 시는 나타나지 아니한다.
시임에도 문장은 전반으로 쉬워 어디 하나 특별히 주석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아니한다.
다만 雁南歸가 나로선 의아한데 가을철 기러기가 남쪽으로 가는지, 남쪽에서 출발해 북쪽으로 가는지 순간 헷갈려 저 대목은 우선 옮김대로 둔다.
이른바 주제를 거창하게 따질 필요없다.
간단히 말하면 인생무상이다.
한데 이 시가 나름 그에서 유별난 점이 있다면 이를 읊조리는 주체가 제왕, 중국의 황제라는 사실이다.
한 무제 유철은 그보다 대략 한 세기 앞선 진 시황제와 더불어 철권통치를 구가했고 그 힘을 바탕으로 여지없는 세계제국을 건설했다.
시 황제는 중국을 통일했고, 그 바탕에서 유철은 철천지 원수 북방의 강자 흉노를 몰아내곤 지금의 미국에 버금하는 세계제국으로서의 한漢제국을 완성했다.
그런 제왕도 세월 앞엔 여지없이 나약해 늙어만 갔다.
그 속절없음이 커질수록 영원한 삶에의 욕망은 커졌으니 역대 제왕 중에서도 가장 강렬한 그런 욕망을 표출한 이가 저들이었다.
사기 봉선서는 실은 시황제와 유철의 인생무상 극복 발악기다.
유철은 지금의 산서성 분음에다 후토사라는 사당을 지어놓곤 끊임없이 그곳으로 행차해 영생불멸을 기구했다.
그 무한한 제왕의 힘으로도 인생무상 생로병사를 이길 순 없었다.
실저 저자가 유철이건 아니건 모든 살아있는 것은 언젠간 죽고만다는 그 평범한 진리 앞에 누구도 굴복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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