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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詩 & 漢文&漢文法

밝은 달 유난히 흰데, 출세한 친구놈들은 연락도 없네

밝은 달 유난히 흰데


밝은 달 유난히 희게 빛나고

귀뚜라미 동쪽 벽에서 우네 

북두별 옥형 초겨울 가르키고  

뭇별은 얼마나 뚜렷한지   

이슬은 들풀 촉촉히 적시고 

계절은 갑자기 다시 바뀌네 

가을매미 나무에서 우는데 

제비 어디로 날아갔나 

옛날 나랑 공부한 친구들

높이 날며 날개 흔드네 

함께한 지난날 잊어버리곤

헌신짝처럼 날 버렸네    

남쪽 키별 키질 못하고 국자별 국자질 못하며

소끄는 별은 멍에도 지지 못하네 

반석 같이 굳음 간데없고 

헛된 이름이 무슨 소용이랴 

 

明月皎夜光,促織鳴東壁。

玉衡指孟冬,衆星何歷歷。

白露沾野草,時節忽復易。

秋蟬鳴樹間,玄鳥逝安適。

昔我同門友,高舉振六翮。

不念攜手好,棄我如遺蹟。

南箕北有斗,牽牛不負軛。

良無盤石固,虛名復何益





선물로 로또 한 장을 사서 친구한테 선물하니, 그 친구가 이랬다. 


“호호 고마베, 이거 당첨되면 반반씩 농구지.” 


“에잇 이 사람아, 무슨 소리야. 내가 선물한 거니깐 그건 내꺼 아냐.”

 

한데 덜커덩 로또가 당첨됐다. 계산이 복잡해진다. 이걸 농군다? 내가 왜? 그래 입 다물자. 내가 다물면 지가 알게 뭐야?


하지만 수십억원 현금이 왔다리갔다리하는 소식이 밖으로 새지 아니할 리 만무한 법. 로또 당첨과 더불어 A는 회사에 사표를 내고는 외국으로 튀었다 하는 소문이 도는가 싶더니, 고향 어딘가에다가 땅을 샀다는 소문도 돌기 시작했다. 


이런 흉흉한 소문에 B는 점점 심사가 틀어지기 시작한다. 


“씨불놈, 아무리 내가 그랬더래도, 반반씩은 농구는 게 인지상정 아냐? 이런 씨불놈, 배은망덕도 유분수지.” 


실제 이런 비스무리한 일이 있었다는 뉴스를 본 듯한데, 친구란 게 이렇다. 말로야 뭔들 못하겠는가? 간도 배알도 다 빼줄 듯하지만, 이해 앞에서는 냉혹해지기 마련이라, 농구는 법을 알지 못한다. 


2천년 전 중국 땅에서도 그랬던 모양이다. 입신양명을 꿈꾸는 일군의 젊은이가 어디선가 동문수학을 한 모양이다. 같은 학교에 다니며 우의가 나름 돈독했던 듯, 이리 약속했다. 


“우리 중 누가 잘 되면, 서로 끌어주기로 함세.”


다들 그래그래 하고는 맞장구를 쳤다. 시간이 흘러 어떤 놈은 장사를 해서 출세하고, 어떤 놈은 관직에 진출해 출세가도를 달린다. 때는 바야흐로 찬바람 일기 시작하는 초겨울. 


그에서 탈락한 늙은 고시준비생이 밤잠 이루지 못한 채 칠흑 같은 밤길을 서성인다. 고개 들어 하늘 보니, 별이 총총하다. 그래 겨울 길목이니 밤하늘별이 유난히 교교皎皎롭겠지. 벌써 계절이 이리 되었나? 


처량한 신세에 눈물이 솟나가도, 이내 천불이 난다. 


“씨불놈들, 먼저 출세하는 놈이 밀어주기로 해 놓고서는 소식도 없는 개쉐이들. 아무리 인정 각박하다지만 나한테 이럴 수가 있는가?” 




*** 


《문선(文選)》 권29에 수록된 고시십구수古詩十九首 중 하나로, 그 수록 순서로 보면 7번째 작품이다. 


여타 고시십구수 작품이 이렇다 할 주석이 필요없는 평이한 어휘를 동원한 데 견주어 이 작품은 폼 좀 낸다는 친구가 창작에 간여한 듯, 이래저래 주석이 좀 필요하다. 특히 별자리를 잔뜩 동원한 대목이 그러하거니와, 이 과정에서 저 문맥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전고典故도 눈에 띈다. 

 

1. 明月皎夜光멸월교야광 : 皎(교)란 희다는 형성자다. 白이 뜻을 한정하고, 交는 소리다. 《설문說文》에 이르기를 “皎,月之白也”, 곧, 皎란 달빛이 흰 것을 말한다는 뜻이라고 했다. 


2. 促織鳴東壁촉직명동벽 : 促織(촉직)이란 蟋蟀(실솔)이니, 크리켓cricket이라 귀뚜라미를 말한다. 귀뚜라미가 서식하며 우는 곳이 모름지기 방안 동쪽은 아닐진대, 툭하면 동쪽 비름빡이라 수식하곤 한다. 달이 그쪽에서 떠올라서인가? 促織이라는 표현을 통해 시간적 배경을 짐작한다. 




3. 玉衡指孟冬옥형지맹동 : 《상서尙書》 요전堯典에 “선기옥형璇璣玉衡으로 칠정七政을 가지런히 한다”라는 말을 기억할 것이다. 후대에 선기옥형은 혼천의渾天儀를 지칭하는 대명사로 썼다. 玉衡에 대해서는 논란이 분분하기는 하나, 천문관측기라는 뜻과 더불어, 북두칠성 중 다섯 번째 별, 그러니깐 북두칠성 자루 쪽 끝으로 기준으로 세 번째를 차지하는 특정 별자리를 지칭하기도 한다. 《문선文選》 이 구절에 대해 이선李善은 《춘추운두추春秋運斗樞》라는 지금은 일실逸失한 위서緯書를 인용해 이르기를 “北斗七星第五曰玉衡”이라 했으니, 북두칠성 다섯 번째 별자리를 옥형이라 한다고 했다. 《진서晉書·천문지 상天文志上》에는 북두칠성 일곱 별자리를 각기 구분하기를 “魁第一星曰天樞,二曰琁,三曰璣,四曰權,五曰玉衡,六曰開陽,七曰搖光”이라 했다. ‘魁궤’는 첫 번째 별자리를 天樞천추라 하고, 두 번째를 琁선이라 하며,세번째를 璣기,네번째를 權,다섯번째를 玉衡옥형,여섯번째를 개양開陽,일곱째를 요광搖光이라 한다는 뜻이다. 

孟冬맹동 : 1년 열두달 각기 석달씩 배치하는 네 계절 중 처음을 孟이라 하니, the first라는 의미다. 따라서 孟冬은 음력 10~12월에 배정하는 겨울의 첫 달인 10월이다. 

북반구 하늘에서 북두칠성은 연중 보이는 데다 계절에 따라 방향이 뚜렷이 달라지니, 특히 그 자루는 계절에 따라 달라졌다. 옥형이 맹동을 가리킨다는 말은 바로 이 자루 방향을 두고 한 말이다. 


4. 衆星何歷歷중성하력력 : 歷歷력력이란 말은 지금도 일상에서 흔히 사용한다. 슬픔이 얼굴에 ‘역력’하다느니, 피곤이 ‘역력’하다 할 때 그 력력이 바로 그것이다. 


5. 白露沾野草백로첨야초: 沾첨이란 물수변氵 부수에서 엿보듯이 적신다는 뜻이다. 서리가 내린 계절이다. 


6. 玄鳥逝安適현조서안적 : 玄鳥현조란 말할 것도 없이 제비다. 安은 이 경우 의문사라 where에 해당한다. 逝서나 適이나 走의 변형인 책받침이 부수인 데서 엿보듯 달린다거나 간다는 뜻이다. 


7. 昔我同門友석아동문우 : 이 경우 我가 I인지 we인지는 불분명하다. 다만 뒤에 다시 나오는 이 글자는 I다. 同門友란 동기동창이란 뜻이다. 같은 선생 같은 학교에 다녔다는 뜻이다. 이 시가 등장한 후한 시대에는 후대의 학교보다는 조선시대 개념으로 보면 서당 개념에 가깝다. 정현鄭玄이나 마융馬融 같은 당대를 대표하는 학자들이 사립학원을 열었으니, 조선시대 서당보다는 수준이 높았다 할 것이니, 하긴 그러고 보면 서당보다는 서원에 가깝다 하겠다. 


8. 高舉振六翮고거진륙핵 : 高舉고거란 flying high라는 뜻이다. 振六翮은 날개를 퍼득이다는 뜻이니, 振은 천지가 진동振動한다 할 때 그 振이다. 흔들어제낀다는 동사다. 六翮육핵이란 여섯 가지 핵이라는 뜻이니, 그렇다면 무엇이 翮핵이고, 왜 여섯 개인가? 

翮은 깃털을 의미하는 羽우가 의미, 鬲이 소리인 형성자라, 鬲은 현재 우리 음으로 ‘격’과 ‘역’ 두 가지 정도라, 보통은 그릇 한 종류다. 이를 회의자로 보기도 하는데, 아무래도 형성자로 보는 편이 좋지 않을까 한다. 翮에 대해 《說文》은 “羽茎(우경)也”라 했으니, 깃털의 줄기, 곧 깃촉이다. 《이아爾雅·석기釋器》에 곽박郭璞이 注하기를 “翮,鳥羽根也”, 곧, 새 깃털의 뿌리를 말한다고 했다. 간단히 말해 翮은 깃털이다. 


9. 不念攜手好불념휴수호 : 攜手好는 손잡고 지낸 좋은 시절 정도가 아닌가 한다. 죽마타고 놀던 시절 정도라 하겠지만, 동문수학하는 시절을 떠올렸으니, 죽마는 너무 어리다. 


10. 棄我如遺蹟기아여유적 : 遺蹟은 요즘 쓰이는 그 맥락 site와는 전연 맥락이 달라, 말 그대로 남긴 흔적이라, 蹟은 발자국이다. 걸어가는 사람이 남기는 발자국...쳐다보지도 않는 법이다. 그런 남긴 발자국 같은 신세가 나는 되어버렸다는 뜻이다. 


11. 南箕北有斗남기북유두 : 글자 그대로는 맥락을 전연 이루지 못한다. 글자 그대로는 남쪽에는 키잡이별인 기성箕星, 북쪽 하늘에는 북두칠성이라는 뜻인데, 이 두 별이 어쨌다는 말이 전연 없다. 이는 결국 전고典故인 까닭이거니와, 그 맥락은 바로 뒤에 보이는 견우불부액牽牛不負軛이라는 표현에서 짐작한다. 소를 끌어가는 모양이라 해서 견우성이라고 부르는 별자리는 그 이름과는 전연 달리 멍에를 지지 못하는데, 이것처럼 남쪽 하늘에 뜬 기성은 키질하는 별자리라 하지만 키질은 전연 못하며, 북쪽 하늘에 있는 북두칠성은 국자 모양으로 생겨 국을 푼다고 하지만 전연 국을 푸지 못한다는 뜻이다. 《시詩·소아小雅·대동大東》에 보이는 작품, 


維南有箕, 不可以簸揚, 維北有斗, 不可以挹酒漿

남쪽에 키별이 떴지만 키질을 할 수 없고, 북쪽에 국자 모양 북두칠성이 떴지만, 술을 뜰 수가 없네


라는 구절을 따오면서, 운율을 맞추고자 다 잘라버리고 南箕北有斗라고만 표현한 것이다. 


12. 牽牛不負軛 : 직녀성織女星에 대비하는 견우성은 소를 끄는 모양이라 해서 이리 이름한다. 1년에 한번 은하수 오작교에서 만난다 한다. 軛액이란 멍에다. 


13. 良無盤石固량무반석고 : 良은 이른바 정도부사로 진실로, 참말로 정도지만, 열라리로 봐도 된다. 盤石固는 반석과 같은 굳음이라 흔들림이 없는 신의다. 그렇게 반석과 같이, 철석같이 약속했는데 개쉐이들이 나를 버렸다는 뜻이다. 


13. 虛名復何益허명부하익 : 虛名은 헛된 이름 혹은 헛된 명성이란 뜻인데, 益은 이 경우 소용 정도라 of use 정도로 보면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