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염증이라는 말을 나는 자주 환멸이라는 말로 치환하곤 하는데 기자 시절 나는 그에서 유래하는 몇 가지 염증에 시달렸다.
첫째 기자생활 자체에서 비롯하는 환멸이니 만 31년을 채웠다 하지만 이건 실은 우격다짐이라 돌아버리는 줄 알았다.
둘째 같은 업종에 종사하는 데 따른 염증이니 말이 좋아 전문기자지 것도 십년 넘어면서 환멸이 구토처럼 밀려왔다.
그렇다고 그걸 때려치운 지금 저에서 벗어났는가?
천만에. 아니라는 데 심각성이 있다.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약간 껍데기만 변화를 주었을 뿐이지 여전히 나는 기자요 것도 어느 한 분야에 특화한 언론인이요 글쟁이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전자는 강요요 후자인 지금은 자발이라는 점이다.
이거 차이가 크다 보는데 그렇다고 이 짓도 변화를 주어야지 언제까지 이럴 수는 없다.
내가 보니 십년이면 할 만한 거 다 해본다.
왕노릇도 십년이면 지친다. 그걸 배신하고 생평 권력의 끈을 놓지 않으려 했다가 패가망신하지 않은 놈 못 봤다.
푸틴? 습근평? 웃기는 소리들이다.
그 위대한 성군이라는 세종도 왕노릇 이십년지나고 삽십년 되어가면서 심신이 다 망가졌다. 말년엔 병으로 편한 날 없었고 정무는 아들한테 넘긴 채 온양온천이나 들락날락하다 오십대에 훅 갔다.
오십년을 채운 영조가 특이하다 하겠지만 그가 저리 오래 있은 까닭은 믿은 아들놈이 배신하고 후사가 손자가 남아서지 딴 이유 없다.
삼십년이면 지겨워죽을 때라 그때 물러났어야 한다.
일곱에 즉위한 진흥왕은 37년이나 재위하며 신물이 났다. 말년에 마약에 탐닉한 모습이 화랑세기에 적나라한데 이게 맞다.
약물에 의지하지 않을 수 없었다.
덴마크 여왕 마르그레테 2세가 52년 즉위일에 맞추어 왕위를 아들한테 물려주기로 했다는데 어찌 인간이 반세기나 왕위에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진즉에 물러났어야 했다.
환멸 만한 독이 없다.
'ESSAYS & MISCELLANIES'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글쓰기는 1년을 중단하면 영영 끝이다 (1) | 2024.01.01 |
---|---|
신라가 분열한 군웅할거시대를 보면 마한 개사기가 보인다 (1) | 2024.01.01 |
만약에 말야 (0) | 2024.01.01 |
퇴출해야 할 제자라는 말, 동학이자 동료로 (0) | 2023.12.31 |
지광국사탑은 본래 자리로 돌려놓을 것이다 (0) | 2023.12.3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