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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갈데 없는 통신사, 그래서 신문사에 빌붙었다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0. 4.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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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는 전통적인 미디어 구분 개념이 의미가 없어, 각설하면 모든 언론사가 통신사요 방송사를 지향하는 시대라, 종래엔 미디어를 대별한다고 간주하던 방송사와 신문을 보면 마감시간이라는 제한이 있고, 지면과 시간의 제약을 받았지만, 이제 이걸 따지는 미디어는 없으니, 이른바 온라인이 가미함으로써 시시각각 뉴스를 쏟아내는 시대다. 언제 한가롭게 조간 석간신문 배달되기를 기다리며, 이제는 시간대도 다 이동했거니와 9시 뉴스를 한가로이 기다린단 말인가? 요컨대 모든 언론사가 통신사를 지향하는 시대를 우리는 산다. 


서울 종로구 수송속 연합뉴스 사옥



그렇다면 통신사란 무엇인가? 종래의 신문 방송사가 저런 지면과 시간의 제약에 시달리는데 견주어 그 제약이 없어 흔히 하는 말로 하루 24시간 풀가동 무한대 뉴스 서비스를 하는 업체를 일러 통신사라 한다. 이 통신사라는 말이 한때는 한국통신하는 그런 텔레콤 회사들과 혼동한다 해서, 그리하여 고장난 전화기 곤쳐 달라는 전화도 심심찮게 왔거니와, 그래서 에랏 우리 뉴스 통신사는 그런 통신과는 다르다 해서 우리 공장만 해도 연합통신이란 간판을 내리고 연합뉴스라는 새로운 현판을 달기 시작한 것이 1999년 무렵이 아닌가 하는데, 암튼 종래의 미디어 분류 중에서도 유독 통신사 news agency는 일반과는 유리한 시대를 살며, 그에 종사하는 기자들은 스스로 자조하기를 유명한 무명기자라 하던 시절이 있었다. 


오늘은 4월 7일, 평일인 화요일임에도 나는 굳이 코로나19 사때 때문이 아니라, 오늘은 원칙으로는 휴일이라 해서 나는 남영동 자택에서 칩거하며 이른바 재택 근무 중이라, 오늘 굳이 근무할 필요가 없는 선택적 공휴일인 날이어니와, 신문의 날이라 해서 통신사도 휴무한다? 대체 어찌하여 이런 일이 생겼을까 생각해 보면 그런 필연의 곡절도 없지는 아니해서, 간단히 말하면 통신사는 갈 데가 없어 신문 방송 양쪽을 기웃대다가 신문사에 빌붙은 데 지나지 아니한다고 말해둔다. 


흔히 전통시대 언론을 그 성격으로 분류하건대 1. 신문 2. 방송 3. 통신 이 세 가지로 분류하거니와, 요새는 그 분류 자체가 의미가 없다 했거니와, 그럼에도 저런 전통시대의 분류가 나름 미디어 성격을 이해하는 데도 요긴한 점이 있으니, 간단히 말해 뉴스 시장으로 말하건대 신문과 방송사가 뉴스를 소비자한테 직접 판매하는 소매상인데 견주어 통신사는 그런 소매상들한테 뉴스를 팔아먹는 도매상이다. 간단히 말하면 통신사는 신문사와 방송사 같은 다른 언론사에다가 뉴스를 팔아먹고 사는 곳이다. 그래서 영어로는 이를 news agency라고 한다. 뉴스총판인 셈인데, 정보기관 냄새 물씬하고, 실제 여전히 사회주의 국가에서 중국 신화통신이며 러샤 타스통신 같은 데서는 기자보다는 국가정보원 구실을 많이 한다. 


수송동 연합뉴스 사옥 옥상



미국의 AP, 프랑스의 AFP, 그리고 영국의 로이터 이 셋을 세계 3대 통신이라 하거니와, 종래 이에다가 미국의 UPI를 가두어 4대 통신이라 했지만, 맛탱이 간지 오래고, 그 맛탱이 간 자리에 찡기겠다고 경제 전문을 표방하는 블룸버그라든가 일본 교도, 중국 신화, 러시아 타스 등등이 경쟁하는 형국이라, 이들은 각국내 언론사들 말고도 국제시장에다가 뉴스를 팔아먹는다. 


이런 설명에 흔히 마주하는 반문이 신문 방송사도 다 기자가 있는데 왜 굳이 통신사를??? 이라는 것이어니와, 채소가 논밭에서 생산되어 가정으로 배달되어 똥으로 화하는 과정을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생산 유통 판매까지 한 군데서 책임진다? 효율성이 떨어지기 마련이라, 도매상이 필요하기 마련이라, 이 틈바구니를 파고 든 것이 바로 통신사이며, 그래서 통상 통신사는 취재인력 규모가 신문방송이 잽이 되지 아니한다. 한때 이 쪽수에서 우리가 KBS에 밀린 적도 있지만, 이제는 저짝이 상대가 되지 아니해서 통신사 독패시대를 구가한다. 


암튼 이 얘기를 하고자 함이 아니었거니와, 통신사는 왜 신문사에 빌붙어 어울리지 않는 신문의 날을 공휴일로 선택하는가? 간단히 말하면 자립이 불가했던 까닭이기도 하고, 그러기에는 통신사를 너무나 일반이 모르는 것도 있고, 덧붙여 인터넷 시대가 개막하기 전까지는 통신사 주된 고객이 방송보다는 신문사였던 까닭에 서비스 역시 그에 맞춘 성향이 다대했으니, 


통신사는 원칙으로는 24시간 풀가동이지만, 신문 마감 시간에 맞추어서 그 전에 뉴스를 서비스하고자 했으니, 그런 까닭에 거의 모든 생산물이 신문에 구색이 맞춰졌던 것이며, 지금도 이런 전통은 적지 않게 상흔으로 남아 신문식 기사 쓰기가 여전히 많은 까닭이다. 




어차피 통신사는 익명이 숙명이었으니, 인터넷 시대가 개막하기 전 통신사 혹은 그 종사자들은 얼굴이 없어야 했다. 이 통신사를 아는 데는 주로 관공서와 대기업이었으니, 이들한테는 통신사가 얼마나 주된 뉴스공급처인지를 잘 알거니와, 하지만 이것이 그 영역을 벗어나면 대체 통신사가 뭐냐? 하는 데 지나지 아니했으니, 이런 사정에서 통신사가 무슨 독립성을 주장하겠는가? 굳이 신문 방송 둘 중에 선택하라면 신문사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으며, 그래서 지금도 신문의 날에 빌붙어 신문의 날을 기념할 뿐이다. 


하지만 이는 임시방편일 뿐이다. 


요새야 언론사는 물론이고 기자도 똥값인 시대라, 돌이켜 보면 언제 기자가 욕 안얻어쳐먹은 적 있었던가? 단군조선이래 기자와 그 선배들인 사관이 욕 안 쳐먹은 일 없다. 다만, 그럼에도 언제나 그들이 휘두르는 붓은 총칼보다 강했으며, 총칼보다 치명적이었다는 사실이다. 


수송동 연합뉴스 사옥 기념물



그 막강한 힘이 역사를 왜곡하기도 했지만, 그 왜곡한 역사를 바로잡은 것도 펜이었고 기자였다. 


요새 검찰이 욕쳐먹는다지만 막상 일닥치면 언제나 검찰을 향해 달려가서 진상 규명해달라 하듯이, 기자들 아무리 욕해도 기댈 곳은 기자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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