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전히 취미 수준이나 요새 갈수록 흥미를 돋구는 데가 식물과 광물이다. 이 둘을 견주자면 후자가 공부 환경이 녹록지 아니해서 광물을 제대로 배울 만한 데가 주변에 없다는 점이 안타까울 뿐이다.
대전에 가 있는 지질자원연구원이나 국립중앙과학관처럼 수시로 들러 체계로 살필 광물 자료실이 있어야지만 유감스럽게도 서울에는 내가 만족할 만한 데가 없다.
저 광물은 내가 일찍이 관심을 기울여 나름대로는 파고 든다 했지만, 대체로 약물로 한정했으니 이건 도교 약물학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한다.
그런 경험이 썩 무용하지는 아니해서 예컨대 왜 신라사 화랑을 따르는 무리가 명산대천을 찾아다니고, 특히 동굴을 선호하는지 그 의문 일단을 풀 수도 있었으니 종유석이 약물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된다.
반면 식물 쪽은 광물보다는 상대로 나은 형편이라 서울만 해도 궁궐, 특히 창경궁이 규모는 작으나 나름 체계적인 구석이 있어 요긴하고 또 홍릉숲이며 하는 데는 사시사철 그 드라마틱한 변화양상을 시시각각 보여주어 내가 툭하면 찾는 곳이기도 하다.
이런 숲이 곳곳에 늘렸으니 공부하기는 호조건이다.
다만 식물이건 광물이건 돌아서면 그 이름조차 금방 까먹어버리니 그런 기억력 감퇴가 통탄스러울 따름이다.
그렇다고 내가 뭐 저런 걸로 노벨상을 노릴 것도 아니요, 등재지 논문 투고할 것도 아닐진댄, 여전히 산딸과 층층꽃은 헷갈리기만 한다만 그래도 그들을 탐구하는 자체가 묘한 기쁨을 주니 이거 이상 나한테 필요한 게 있겠는가?
두어 해 미친 듯 꽁무니 좇은 새만 해도 이젠 왜가리랑 백로는 구분하고 청둥오리 암수도 알아채며 후투티랑 검은댕기해오라기도 알게 됐으니 이것만으로도 좋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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