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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갈 데가 없어서 괴산을?" 그런 도로변에서 조우한 묵밥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0. 4.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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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식당이라곤 말 안 하겠다. 밝혔다간 저 묵밥집 묵사발 날 듯해서다. 

 

묵밥

얼마전 주말을 틈타 충청북도 괴산 땅을 밟았거니와, 벼르고 벼른 곳 중 하나가 실은 괴산이었으니, 그 직접 동인은 화양서원에 대한 책 발간이었다고 했거니와, 이를 위해 어떤 경로를 밟을까 하다가 대전에서 치고 들어가는 방법은 생각했으니, 이게 조금은 계산 실패였으니, 여러 계산을 두들겨야 했지만, 여유가 있으면 같은 속리산 권이라 해서 오랜만에 법주사도 들려볼 요량이었으니, 그 옛날 생각하니, 법주사는 대전에서 거리가 얼마되지 아니한다는 그런 기억이 있었거니와, 그래서 일단 대전으로 내려가 그곳을 출발지로 삼아 괴산행을 단행했던 것인데, 생각보다 엄청 멀더라. 

 

이를 위해 사전에 이곳 사정을 잘 아는 충북 지역 지인 윤나영 선생한테서 코스 추천을 받았으니, 그가 추천한 대전 기점괴산 답사 하루 코스는 저 아래에다 첨부하니, 혹 이곳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은 참고 바란다. 

 

어떤 지역 답사건 나는 음식 이런 데 전연 신경을 쓰지 않은 사람이라, 저 추천 코스에서도 윤 선생이 좋은 데를 추천해주었지만, 그런 번거로움을 싫어하는 데다, 그런 데서 시간 낭비하는 일을 아주 증오해서, 내가 평소 답사에서 하는 수법 그대로, 지나는 길목 어느 식당이나 점빵 아무데나 들러서 라면 한 사발에 공깃밥 하나로 해결할 요량이었거니와, 이날도 그리 어떤 곳에 들르고 다음 행선지로 향하다가 배가 고파오는지라, 마침 길목에 띤 도로변 식당에 들렀더니, 내가 좋아하는 묵밥이 주된 메뉴인 듯했다. 

 

시절이 시절이라, 제법 넓은 식당은 파리가 날렸는데, 이런 코로나19 시국에 누가 한가롭게 문화유산 답사를 다니겠으며, 그것이 아니라 해도 집콕이니 해서 다들 난장이 벌어진 판에, 누가 괴산을 부러 찾아오겠는가? 개새끼 몇 마리가 한가롭게 조는 중이었으니, 하도 간만에 사람을 봐서인지 멀뚱멀뚱 쳐다보기만 할 뿐이라, 종자가 똥개 아닌가 싶기도 했다. 

 

묵밥

나이가 들수록 차가운 음식을 피하기 마련인데, 그건 다른 무엇보다 그랬다간 곧장 기별이 와서 화장실을 들락거리는 날이 많아진 까닭이라, 묵밥이라면 통상 차가운 그 묵밥이겠지만, 뜨신 것도 있다 해서 그걸 시켜놓았더니, 나랑 얼추 연배가 비슷할 여사장이 저리 음식을 만들어 내온다. 

 

사람도 없고, 테베비 소리만 요란한지라, 이래저래 주인장과 농을 주고받다 보니, 경남 통영 출신이라는데, "통영? 울 엄마 고향인데?" 하는 말이 오가거니와, 자연 요새 손님이 없어 걱정이라는 말도 나오거니와, 내 고향을 묻기에 김천 이라 하니 김천 사람이 예는 웬 일인가 하거니와, 지금 사는 곳은 서울이라 하니 대뜸 돌아오는 말이

 

"세상에 서울 사시는 분이, 대한민국에서 갈 데가 없어 괴산을 왔십니까?"

 

한다. 그렇지 아니하겠는가? 괴산을 주무대로 하는 분들이나, 그곳을 유별나게 애착하는 사람들한테야 미안한 말이지만, 누가 괴산을 부러 찾겠는가?

 

괴산? 하면 떠오르는 게 무엇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아직 한국사회 전반에 각인한 괴산은 이것이 괴산이라 할 만한 마스코트가 없다. 문화재 업계에서야 화양서원과 화양구곡을 내세우겠지만, 그런 문화재업계에서도 이들이 특출난 매력이 있다고는 할 수 없다. 

 

묵밥

이 묵밥을 만나기가 서울에서는 쉽지가 아니하지만, 지방 도로변 식당에는 이런 묵밥집이 의외로 많다. 이런 묵밥이야 따로 밥맛을 따지지 않아서 좋다. 저런 묵밥에 무슨 맛차별이 있을까? 개중에서도 유별나게 소문난 곳이 있을지 모르나, 나는 그 특징없는 밋밋함이 좋다. 그래서 저런 묵밥집은 지나치지 아니한다. 

 

더구나 온기까지 있는 그런 국물에다가 참기름인지 들기름인지 적절히 뜬 그 수면으로 밥 한 사발 풍덩 쑤셔넣고는 대강 휘리릭 말아, 후루룩 말아넣는데, 그 맛을 필설로 다하리오?

 

그나저나 기왕이면 저 오십년할매집은 못 가 본 게 어째 서서히 후회가 밀려든다. 

 

 

< 대전 기점 괴산 추천 답사 코스 > (윤나영) 


대전 → 원풍리 마애불 → 각연사 → 선유구곡 → 화양구곡(&화양서원) → 대전

〇 화양서원(& 만동묘)은 화양구곡 3곡 앞에 있으니 따로 찾아가실 필요 없습니다.

 

〇 화양구곡은 차로 통과할 수가 없어서 걸어가셔야 하는데, 문제는 주차한 곳으로 돌아오기 위해 계곡 길을 왕복해야 합니다. 주차장에서부터 9곡까지 빨리 걸으면 1시간 반, 천천히 가면 2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구요. 왕복거리 때문에 화양구곡 가시면 보통 암서재 있는 4곡 금사담까지만 보고 오는 경우가 많은데, 화양구곡의 백미는 9곡인 파곶이니 꼭 보시길 바래요. 다만 물이 많아야 제대로 절경인데, 요즘 비가 안와서 어떨지 모르겠네요....

 

〇 선유구곡은 화양구곡의 일부였다가 나중에 따로 독립되어 설정된 곳으로, 화양구곡처럼 넓지 않고 오밀조밀합니다. (5곡부터 9곡까지는 거의 한 곳에 몰려있어요.) 선유구곡은 차로 올라갈 수 있어서 다시 돌아오실 필요도 없으니 시간이 되시면 들려보세요.

〇 화양구곡 외 괴산에서 가보실만한 곳은 원풍리 마애불, 각연사 정도 꼽을수 있구요, 원풍리 마애불은 차도 바로 옆에 있으니 바로 보실 수 있구요, 각연사는 다른 문화재(대웅전, 비로전, 석조귀부, 비로자나불좌상, 통일대사탑비)들은 사찰 근방에 다 있는데, 딱 하나 통일대사탑은 30분정도 산을 올라야 보실수 있어요.

〇 점심식사 장소로는 괴산군청 옆에 있는 <오십년할머니집> 잡어 매운탕 추천 드려요 ^^


   https://place.map.kakao.com/25640624

 

   각연사 가셨다 화양구곡 가는 길에 들르시면 됩니다. 

 

 

오십년할머니집

충북 괴산군 괴산읍 괴강로느티울길 8-1 (괴산읍 대덕리 산 61-2)

place.map.kaka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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