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샌 이 드라마가 대세인 모양이라, 난 한 회차도 제대로 본 적은 없고, 방구석에서 이 채널 저 채널 돌리다가 우연히 재방이 눈에 띠기에 잠시간 보다가 딴데로 돌리고 말았으니, 난 천성이 막장극 요소를 장착한 저런 드라마에는 그 어떤 격렬한 저항감이 있다. 내가 도덕으로 깨끗한 사람이라서가 물론 아니요, 다만 실제가 저런 일이 비일비재하대서 드라마까지 그런 소재를 다뤄야 하는가에는 그 어떤 심리적 격리가 있다고 해 둔다.
암튼 저 JTBC 드라마 '부부의 세계'를 잠깐 스치면서 나한테 무척이나 강렬하게 와 닿은 장면이 그 주연배우 김희애다. 프로필상 1967년생이라, 나랑은 동갑인 배우인데, 50대 중반이라, 저 드라마 포스터는 볼짝없이 포샵 열라 해서 김희애를 무슨 30대처럼 맹글어 놓았지만, 드라마에 언뜻언뜻 비치는 김희애는 천상 50대 중년일 뿐이다. 나한테는 그리 보였다는 뜻이니 곡해 없었으면 한다.
그러면서 나는 김수미와 김혜자를 떠올렸다. 김수미 1949년생, 올해 한국 나이로 일흔둘, 김혜자 1941년생, 올해 여든. 사람들은 대체로 김수미가 나이 많을 것으로 보지만, 김혜자가 실제로는 훨씬 언니다.
둘을 동시에 각인하는 결정적 계기가 말할 것도 없이 전원일기 라는 농촌배경 MBC 드라마이거니와, 자료를 찾아 보면 1980년에 시작해서 2002년 종영했으니, 물경 22년을 장기독재한 독보의 드라마다. 이 드라마가 시작할 때도, 그리고 종영할 때도 김수미와 김혜자는 줄곧 같은 나이처럼 고정되었으니, 시종일관해서 내내 할매였다. 대체로 70대 어간으로 설정되지 않았나 한다.
한데 우리가 유의할 점은 저 드라마 시작하는 1980년 기준, 한국나이로 김수미는 서른둘, 김혜자는 마흔이었다는 점이다. 그때는 분장술이 현재보다는 한참이나 떨어질 시기인데도 저들은 내내 할머니로 각인한다. 얼추잡아 삼십대부터 저들은 할머니였다.
그런 할머니에 견주어 김희애는 쉰 중반에도 할머니는커녕 한 시절 호시절, 프라임타임을 구가하는 30대 혹은 40대처럼 묘사하는 드라마에 당당한 주연을 꿰차고 제2의 전성기를 구가 중이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비치는 김희애에게서 실제의 나이를 본다. 억지로 찾아서가 아니라, 세월의 무게는 김희애라고 뾰족한 수가 없어, 영락없은 오십대 중년이다.
그걸 보고는 내가 빙그레 웃으며 그랬다.
"김희애는 이제 전원일기 일용 엄마로 출연해얄 때 아닌가?"
한데 이 이야기를 들은 젊은 친구들이 아무 반응이 없다.
전원일기를 모르더라 씨불!
***
내가 드라마를 제대로 안봤으므로, 제목 불륜녀는 '이혼녀'로 곤치야 한다는 서동혁 형의 지적질이 있었다. 고덩핵교 1년 선배다.
'이런저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은행도 꽃을 피운다? (8) | 2020.04.19 |
---|---|
"갈 데가 없어서 괴산을?" 그런 도로변에서 조우한 묵밥 (7) | 2020.04.19 |
음원차트조작 지목된 가수들 뿔났다 (0) | 2020.04.17 |
티가 나지 않아 고운 모과꼿 (0) | 2020.04.17 |
"I am free" 공민지, "나도 억대뷰" 마마무 (1) | 2020.04.17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