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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현장

강진 백련사 동백을 기약하며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19. 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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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 백련사가 나로선 처음이다. 뭔가 유명하단 소문은 일찍이 들었으되 어찌하다 지금에야 왔다. 
그렇다고 기회가 없지는 아니했으니 근처를 지날 일은 여러 번이었지만 번번이 놓치고 말았다.


이 고찰을 품은 산을 만덕산萬德山이라던가? 뒤쪽 혹은 옆쪽 어딘가로 돌아가면 다산초당이란다.

하긴 그러고 보니 강진은 정약용이 오랜 기간 유배생활을 한 곳이라 해서, 그의 글과 행적이 남긴 곳은 그가 유명세를 타는 바람에 죄다 유명해졌다.

그를 두고 개혁을 꿈꾼 사람이라나 어쩐다나, 그런 개혁이 기성 보수 권력에 좌절 좌초했다나 어쩐다나 하는 논리가 야금야금 생겨나더니 요샌 너도나도 다산이란 상품 못 팔아 환장한다.


대웅전 마당에 서니 저 먼 데로 바다가 조망한다. 절 주변으론 온통 동백나무 숲이다.

유난히 따뜻한 이번 겨울, 매화까지 개화하기 시작한 마당에 언제나 그보단 발길 빠른 동백꽃 흔적 찾아 두리번 하나 좀체 드러나지 않는다.


그야 좀 있다 수색키로 하고 뉘엿뉘엿 지기 시작한 해가 서산 만데이 걸려 금방 곤두박질칠 새라 급한 마음에 전경을 서둘러 담는다.

바다로 흘러내린 계곡 어중간을 점령한 일대를 만덕산 암반 더미 병풍처럼 둘러쳤으니, 곧 제사가 있는 모양이라, 그렇다면 백련사는 홍동백서 진설한 제사상인가?

현판 글씨 폼새 유별나니, 동행한 장성 아치실 행주기씨 호철씨 전언에 의하면 이광사 글씨라 한다. 

어째 좀 있어 보이더라니.

대웅전 마주하며 왼편으로 도니 한 눈에도 포스 장난 아닌 고비 비각에 우뚝하다.

한데 어쩐지 거북 몸통과 그 등어리에다 내려 꽂은 비신이 한껏 부조화라, BTS 노래하는 설운도 송대관 태진아 같다.

살피니 사적기라, 아니나 다를까 설명문 의하건데 거북이 귀부는 고려시대요 몸통 비신은 조선 숙종 연간이라 한다.

대웅전 섬돌이 크다. 대따시 크다.

주초 역시 거개 오래된 사찰 대웅전의 그것과 마찬가지로 자연돌 그대로 철퍼덕 깔고는 기둥을 세운 구조다.

뭐 돈이 없어 그랬겠지.
지금이야 저런 모습 보고선 자연미 어떠네 저떠네 한다만 깎을 자금이 없으니 저리했다.

들어서니 부처님 세 분 일렬 횡대라 어중간 석가모니불 중심으로 그 왼편에 약사불이요 반대편이 아미타불이라,

언제나 궁금타. 저분들 나와바리 쌈질하지 않았을까?

그런 쟁투 피하려고 나와바리 농갔는데, 석가모니는 이승 이 세계 섬부주 먹고, 아미타한테는 너 서쪽 저 하늘 가서 오야붕하라 해서 그쪽 왕으로 분봉하니 극락정토가 그곳이라,

약사불이 문제라, 이 사바세계 혼자 통치하다 보니 피곤타 석가모니, 이승 세계 사람 중 넌 종합병원 원장해라 해서 한 모찌 떼어주니 이리해서 오야붕 셋이 되었느니라.

한 세트 주조인지 알 수는 없지만 같은 부처 셋은 거개 같은 크기로 맹그니, 한데 어찌하여 약사 아미타는 작단 말인가?

시공업체가 돈을 띵가 묵었거나, 아니면 아미타 약사는 딴데서 모셔다 놓은 듯 하다.


나서며 동백림 관통하며 꽃을 찾는다. 보건대 대개가 금방이라도 터질 듯한 뾰루지라 짜주고 싶다.

노래 한 소절 읇는다.

"건딜면 툭~~~~ 하고 터질 것만 같은 그대 앵앵앵앵" 




아주 드물게 입술 터진 송이도 만나니, 개중엔 이미 낙화해 적멸한 이도 제법이라. 흥얼흥얼 이미자 <동백아가씨> 노래 날리며 나는야 한달 뒤를 예약하며 계곡을 내려간다.

그때는 우리 미친 듯한 빨강으로 조우해 미친 듯한 사랑  나눠보자 하는데, 글쎄다. 

너는 말이 없으니, 이별할 줄 알면서도 내 너를 찾아 다시 오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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